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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굿닥터
 연극 굿닥터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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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토) 저녁 7시 30분, 창원 나비아트홀에선 의미있는 공연이 있었습니다. 극단 '숲' 창단공연, 연극 <굿닥터>가 그것입니다.

먼저 극단 숲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리자면, 극단 숲은 공립 대안고등학교인 태봉고등학교에서 2010년부터 연극 동아리 '끼모아'를 운영하신 서용수(배우·교사), 류주욱(교사), 김수희(배우·연출가) 세 분과 '끼모아'에서 활동하던 학생들 중심으로 2017년 창단한 시민극단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은 태봉고 학생들만이 아닙니다. 공동대표 서용수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봤습니다.

- 극단 숲을 소개해 주신다면?
"극단 숲은 공유와 후원으로 지속 가능한 연극과 삶을 꿈꾸는 연극 인생학교 입니다. 연극만 하며 먹고 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적은 예산이라도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이 같이 모여 더불어 즐기고 싶습니다.

이전에는 연기자와 관객이 구분되어 있었다면 저희는 '하고 싶은 사람 다 모여라. 시간 되는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고, 구경할 사람은 구경하자. 아무튼 같이 해보자.'는 뜻으로 출발했습니다. 저희들이 추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연극과 삶, 생활연극입니다.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며 연극을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 시민까지 모두 안아 같이 가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꿈꾸는 자는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꼭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극이라는 것은 상상력, 창의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청년들이 사회를 막상 나왔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모를 때 연극을 통해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 지 고민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놀이터, 중년들에게는 청춘의 꿈을 다시 한번 펼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싶었고 이제 시작합니다. 무대에 서고 싶은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 이번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시다면?
"'굿 닥터'는 이미 유명한 작품입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프롤로그, 재채기, 가정교사, 치과의사, 오디션, 물에 빠진 사나이, 의지할 곳 없는 신세, 늦은 행복, 에필로그'입니다. 창단 작품이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욕심도 나서, 어찌 보면 무리했습니다. 올 연말에는 이것을 뮤지컬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 작품 중 샘플이 하나 들어있습니다. 뮤지컬 초기판입니다. 보시고 좋은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웃음)."

예정된 7시 30분이 되기 전 이미 관객석은 가득 찼습니다.
 
자리를 가득 메워주신 시민들
 자리를 가득 메워주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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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석이라고 들었는데 자리가 모자라 제일 앞줄에 방석까지 깔았습니다. 저는 운 좋게 제일 앞에 앉아서 관람했습니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 공연은 9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감동과 재미가 넘쳤습니다. 서용수 대표님께서 아마추어리즘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아마추어리즘이라 더 빛났던 것 같습니다.
 
연극 굿닥터 출연진
 연극 굿닥터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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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끝난 뒤 들어보니 이날 무대에 섰던 출연진이 화려했습니다. 중3 학생부터 60대 어르신까지, 태봉고 학생부터 학부모, 일반 시민분들까지. 단지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만들어낸 작품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동아리로 시작된 연극활동이 사회까지 연결되었습니다. 취미로 했던 활동이 이제 직업이 된 학생도 있고, 연극을 통해 만났던 인연이 작품으로 만개했습니다.

'연극은 전문가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가 와 닿았습니다. 공동대표 류주욱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학교에서 연극 동아리를 하다가 졸업 후 무대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학부모님 중에서도 무대를 동경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알아보니 제 주위 성인분들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셨었어요. 그래? 그럼 우리가 같이 모여서 그리운 것을 함께 해보자!고 생각하여 사고를 친 거죠.(웃음) 당장은 돈도 없고 연습공간도 없어 힘들지만 저희들의 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셨잖아요. 연극은 자신을 찾아가고 상대를 이해하는 특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연극 굿닥터 연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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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굿닥터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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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청년들의 연극 노리터 극단 숲 창단공연인 '굿닥터'에는 태봉고 졸업생 6명과 재학생 2명, 태봉고 졸업생의 학부모, 일반인 등 11명이 배우로, 태봉고 졸업생 8명이 제작진으로 참여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프로'는 한 명 뿐입니다. 하지만 작품은 훌륭했습니다.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는 것만이 좋은 작품은 아닐 것입니다. 관객이 감동하고 공감하고 같이 웃고 같이 눈물 흘린다면, 그 작품 또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공간이 없더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작은 움직임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이제 이들은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이들은 큰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창원뿐 아니라, 연극뿐 아니라, 다양한 곳, 다양한 장소에서 일반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거리가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학교뿐 아니라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교사들도 학교를 벗어나 사회 속에서 아이들과 시민분들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연극인생학교 '숲'이 보여준 가능성은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올 연말에는 뮤지컬을 공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시민극단 숲! 그들이 가는 길을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연극인생학교, #서용수, #류주욱, #숲, #굿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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