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오사카, 플리스코바 물리치고 결승 진출 한국 시각으로 26일 오후 5시 45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9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 경기에 나선 일본 여자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

▲ [호주오픈] 오사카, 플리스코바 물리치고 결승 진출 한국 시각으로 26일 오후 5시 45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9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 경기에 나선 일본 여자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 ⓒ EPA/연합뉴스

 

2세트에서 경기를 깔끔하게 끝내고 우승 트로피를 받을 수 있었지만 경험 많은 페트라 크비토바가 무려 4게임을 내리 따내며 게임을 뒤집어버렸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던 오사카 나오미도 공을 바닥에 내려치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 흐름대로 3세트가 이어진다면 다 잡은 토끼를 놓치는 꼴이 된다. 하지만 오사카 나오미는 평정심을 되찾고 스트로크 싸움에 집중했다. 지난 해 US 오픈 우승에 이어 새 시즌 첫 메이저 대회까지 휩쓸었으니 바야흐로 오사카 나오미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만하다.

일본 여자 테니스 에이스 오사카 나오미(세계 랭킹 4위)가 한국 시각으로 26일 오후 5시 45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9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8위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공화국)를 2시간 27분만에 2-1(7-6, 5-7, 6-4)로 물리치고 두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따냈다.

웬만해서 흔들리지 않은 '오사카 나오미'

1세트 중반 상대적으로 경험 많은 크비토바의 서브 리턴이 빛나며 오사카 나오미가 위기에 몰렸다. 네트를 살짝 넘어가서 뚝 떨어지는 크비토바의 백핸드 드롭샷도 빛났다. 

이런 흐름 속에 웬만한 선수라면 크비토바의 기세에 밀려 뒤로 물러날텐데 오사카 나오미는 흔들리지 않았다. 크비토바에게 게임을 내줄 위기를 누구보다 침착한 스트로크로 막아낸 오사카 나오미는 타이 브레이크에서도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했다.

자기 서브로 1세트 타이 브레이크를 시작한 오사카 나오미는 크비토바의 타이 브레이크 첫 서브 리턴을 놀랍게도 왼쪽 옆줄 안쪽에 떨어뜨려 2-0으로 달아났다. 그리고는 이어진 자기 서브 기회에서 175km/h 에이스로 3-1을 만들었다. 

이렇게 1세트 기운을 휘어잡은 오사카 나오미는 날카로운 포핸드 크로스와 포핸드 다운 더 라인로 5-1까지 점수 차이를 만들며 크비토바의 발을 묶었다. 크비토바가 서브 포인트로 한 포인트를 따라잡기는 했지만 오사카 나오미의 흔들림 없는 스트로크는 연거푸 크비토바의 백핸드 실수를 이끌어내며 세트를 끝냈다. 51분만에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3-5' 게임을 '7-5'로 뒤집는 크비토바

2세트가 진짜 결승전이었다. 예측하기 힘든 뒤집기 게임이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세트 두 번째 게임 오사카 나오미가 서브를 넣었지만 크비토바가 날카로운 왼손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았다. 

두 번의 듀스가 이어지면서 오사카 나오미의 스트로크 실수가 나왔다. 크비토바의 포핸드 크로스 리턴이 빛났고 바로 그 3구를 오사카 나오미가 받아넘기지 못해 2-0으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밀리기 시작하면 오사카 나오미가 결승전 흐름을 완전히 넘겨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스트로크 싸움을 걸었다. 오사카 나오미가 네 번째 듀스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크비토바의 백핸드 크로스 실수가 눈에 띄며 오사카 나오미의 뒤집기 쇼가 시작됐다.

오사카 나오미는 내친김에 2세트 다섯 번째 게임에서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냈다. 1세트에 잘 들어가던 크비토바의 드롭샷이 어이없게 코트 밖에 떨어진 것이다. 

이 뒤집기 흐름을 아홉 번째 게임에서 끝낼 수 있었다. 5-3으로 앞서고 있던 오사카 나오미는 크비토바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너무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0:40으로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무려 3개나 얻은 것이다. 누가 봐도 오사카 나오미의 완승 분위기였다. 

하지만 페트라 크비토바의 뒷심은 실로 놀라웠다. 침착한 서브로 듀스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끝내 자기 서브 게임을 지킨 것도 페트라 크비토바의 서브 포인트였다. 세 개의 포인트를 먼저 내주며 벼랑끝에 몰린 크비토바가 내리 다섯 개의 포인트를 따내는 순간은 이 결승전 최고의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급한 불을 끈 크비토바는 이어진 오사카 나오미 서브 게임에서도 끈질긴 수비력을 자랑했다. 자기 서브 게임을 지키면 6-4로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기회에서 오사카 나오미는 더블 폴트로 흔들렸고 오른손 포핸드 크로스가 길게 떨어져 크비토바에게 게임을 내준 것이다. 

2세트 마지막 게임인 열 두 번째 게임에서 오사카 나오미는 주저앉아 분노할 정도로 평점심을 잃었다. 다 잡은 우승 기회를 페트라 크비토바에게 넘겨준 것이기 때문이다. 오사카 나오미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렸고 세트 포인트는 어이없게도 더블 폴트였다. 페트라 크비토바는 놀라운 뒷심으로 연속 네 게임을 따낸 것이다.

그랜드 슬램 연속 우승, 아시아 최초 랭킹 1위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페트라 크비토바가 3세트 시작을 가볍게 러브 게임으로 끝냈다. 직전 세트 끝무렵 평정심을 잃은 오사카 나오미가 다시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2014년 윔블던 우승 이후 크비토바가 자신의 세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갈림길은 3세트 세 번째 게임에서 만들어졌다. 크비토바가 자기 서브 게임에서 더블 폴트로 흔들린 것이다. 오사카 나오미는 하늘이 주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백핸드 크로스 위너로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 

자기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따낸 뒤 이어진 열 번째 게임이 여자 단식 결승전 마지막 게임이 됐다. 156km/h 서브 에이스로 시작한 오사카 나오미는 자신감 넘치는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30:0을 만들었다. 크비토바가 1개의 포인트를 따라붙었지만 오사카 나오미는 챔피언십 포인트를 서브 포인트로 끝냈다. 마지막 세트를 41분만에 끝낸 것이다.

이로써 2018년 US 오픈 깜짝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 나오미가 이어진 2019 첫 메이저 대회 호주 오픈 우승의 영광까지 누리며 메이저 두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쉽지 않은 성적을 만든 것이다.

그 덕분에 오사카 나오미의 이름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 랭킹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2019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 결과
(1월 26일 오후 5시 45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멜버른 파크)

★ 오사카 나오미 2-1(7-6{7TB2}, 5-7, 6-4) 페트라 크비토바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오사카 나오미 9개, 페트라 크비토바 5개
더블 폴트 : 오사카 나오미 4개, 페트라 크비토바 4개
첫 서브 성공률 : 오사카 나오미 62%(68/110), 페트라 크비토바 64%(75/118)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오사카 나오미 76%(52/68), 페트라 크비토바 71%(53/75)
세컨드 서브 성공시 득점률 : 오사카 나오미 45%(19/42), 페트라 크비토바 47%(20/43)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오사카 나오미 21%(3/14), 페트라 크비토바 30%(3/10)
네트 포인트 득점률 : 오사카 나오미 0%(0/3), 페트라 크비토바 83%(10/12)
리시빙 포인트 득점률 : 오사카 나오미 35%(41/118), 페트라 크비토바 32%(35/110)
위너 : 오사카 나오미 33개, 페트라 크비토바 33개
리턴 위너 : 오사카 나오미 1개, 페트라 크비토바 5개
언포스드 에러 : 오사카 나오미 33개, 페트라 크비토바 39개
리턴 언포스드 에러 : 오사카 나오미 6개, 페트라 크비토바 6개
서브 최고 속도 : 오사카 나오미 192km/h, 페트라 크비토바 176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오사카 나오미 172km/h, 페트라 크비토바 162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오사카 나오미 138km/h, 페트라 크비토바 147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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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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