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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을 걸어 사 와서 더 맛있었을까
▲ 두브로브니크의 아침 식사 빗 속을 걸어 사 와서 더 맛있었을까
ⓒ 이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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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티크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이후로 며칠간 비 예보만 계속 있고 꾸물거리기만 했다. 드디어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가야지 하면서 지명만 달랑 외우고 왔던 근교의 차브타트(Cavtat)에 갈까 했었는데 비가 오니 망설여졌다. 마음을 정하는 동안 일단 구시가에 있는 빵집에 다녀왔다.

아침을 챙겨 먹는 타입은 아닌데 오늘은 일정도 구상하고, 오가며 눈여겨 봐뒀던 빵집도 생각나서 굳이 빗속을 걸어 다녀왔더니 갓 구운 빵도 아주 맛있었고 아침 빗길의 구시가도 가슴에 젖어들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스르지산 케이블카 옆의 정류장에서 챠브타트행 버스를 기다립니다.
▲ 두브로브니크의 버스 정류장 스르지산 케이블카 옆의 정류장에서 챠브타트행 버스를 기다립니다.
ⓒ 이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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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 근교 여행

비가 와서 낯선 길을 찾아 나서기가 귀찮을 수도 있는데 여행지에선 은근 부지런해지고 용감해진다. 교통편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차브타트를 가기로 마음 먹었다.

두브로브니크 근교의 차브타트는 스르지산 케이블카 옆 버스정류장에서 10번 버스를 타고 편도 25쿠나(4500원)를 지불하면 50분가량 달려 도착한다.
 
차브타트의 지도 한 장 얻었습니다.
▲ 차브타트의 인포센터 차브타트의 지도 한 장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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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브타트에 도착하니 비가 퍼부었다. 일단 인포센터에 들어가서 마을지도 한 장을 얻으며 구경거리를 물어봤더니 대충 둘러보라고 건성으로 답했다. 마을이 작아서 딱히 집어 줄 곳이 없나 보다(사진은 돌아오는 길에 찍어서 비가 그친 상태).
 
거센 비를 피하다가 영국 할머니를 만나고 부코바츠 미술관 정보를 얻었습니다.
▲ 차브타트의 레스토랑 거센 비를 피하다가 영국 할머니를 만나고 부코바츠 미술관 정보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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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도 작고 지도가 간단한데도 길이 헷갈렸다.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가 직원에게 다시 길을 확인하는데 비가 더 세차게 쏟아 붓기 시작했다. 떠날 엄두가 안 나서 한편에 비켜서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는데 내 모습이 딱했는지 테이블에 앉아있던 노부부가 의자를 내어주며 앉으라고 권했다. 

영국에서 여행 온 분들인데 할머니가 무척 품위 있고 말씀도 잘 하셨다. 이미 동네 구경을 마치셨길래 갈 만한 곳을 여쭸더니 작은 미술관을 소개해주셨다. 휴대전화 속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해 주시는데 단박에 마음이 끌렸다. 빗살이 약해지길래 노부부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길을 떠났다.

영국 할머니와의 작은 인연에서 시작된 차브타트의 아름다운 스토리

잔잔한 아드리아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 차브타트의 아드리아해 잔잔한 아드리아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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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골목길을 빠져나오는데 갑자기 시원한 바다가 펼쳐치고 가슴이 탁 트였다. 아드리아해가 호수보다 더 잔잔하게 끝 간데 없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기대없이 갔던 차브타트는 감탄을 자아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 차브타트의 해안가 기대없이 갔던 차브타트는 감탄을 자아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 이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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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에 인터넷에서 차브타트의 사진을 좀 봤었는데도 그때는 진가를 알아채지 못하고 두브로브니크에서 놀다가 시간이 남아돌면 가야지 하며 홀대를 했었더랬다. 
 
비에 젖은 차브타트는 운치 있습니다.
▲ 차브타트 해안가 비에 젖은 차브타트는 운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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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 때문인지 마을을 찾은 여행자들도 드물고 늘어선 가게들도 활기를 잃은 채 잔잔한 바다보다 더 조용하게 물끄러미 서 있었다.
 
배들이 자유롭게 정박해 있습니다.
▲ 차브타트 해안가 배들이 자유롭게 정박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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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도 없이 들쭉날쭉 정박해 있는 배들이라서 더 정감이 갔다.
 
해송을 벗삼아 걸었으면 좋았을 호젓했던 산책로
▲ 차브타트 해안가 산책로 해송을 벗삼아 걸었으면 좋았을 호젓했던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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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할머니가 알려주신 미술관이 첫 번째 목적지였는데 지나쳐버리고 해안가 산책로로 들어서버렸다. 바닷가를 끼고 늘어진 해송을 벗삼아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운치있는 길이었는데 인적도 없이 호젓해서 긴장이 됐다. 마침 우산을 쓴 부부가 오길래 길을 물어서 다시 미술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작은 마을인데도 자꾸 길을 지나치고 헤맸습니다.
▲ 차브타트에서 길찾기 작은 마을인데도 자꾸 길을 지나치고 헤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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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손바닥만 한 마을인데 지도에서 느끼는 거리감과 실제가 차이가 나서 자꾸 두리번 거리게 됐다. 손님도 없이 한가하게 서 계신 위의 사진 속의 가게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 미술관을 찾았다.
 
저기 계단을 올라 의자가 있는 곳에 미술관 입구가 있습니다.
▲ 차브타트의 미술관 저기 계단을 올라 의자가 있는 곳에 미술관 입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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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색 의자가 있는 곳이 미술관 입구다. 마치 의자가 날 기다리고 있기나 한 듯 반갑고 정겨웠다. 정말 미술관이 있기나 한 것일까 궁금해지는 작은 골목이지만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는 마음은 "다가가기 위한 의식"을 치르는 듯 조심스럽고 설렜다.
 
이름도 어찌 읽어야할지 난감한 낯선 미술가의 작품을 만나러 갑니다.
▲ 부코바츠 미술관 이름도 어찌 읽어야할지 난감한 낯선 미술가의 작품을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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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바츠의 집(Bukovac House)

부코바츠의 집이라 불리는 미술관이다. 무척 소박하지만 담벼락의 음산함(?)이 비밀의 정원 같은 냄새를 풍기며 뭔가 숨겨진 보물이 있는 듯하여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입구로 들어섰다.

블라호 부코바츠(Vlaho Bukovac 1855~1922). 이름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한 미술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인데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그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사실 난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고 이런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느끼기에 부족함이 많아서 굳이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어쩌다 영국 할머니를 만나면서 이렇게 우연 같은 인연으로 부코바츠를 만나게 됐다.
 
생동감 있는 눈빛에 빨려듭니다.
▲ 부코바츠 자화상 생동감 있는 눈빛에 빨려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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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을 보면서부터 난 부코바츠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부코바츠의 자화상인데 살아 있는 듯한 눈빛을 통해 그의 성품까지 엿보이는 듯하여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소년의 뒷모습에서 많은 얘기가 들리는 듯합니다.
▲ 부코바츠 작품 소년의 뒷모습에서 많은 얘기가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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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보는 순간 가슴에 쿵 소리가 나는 듯했다. 위의 자화상에 이어 연타를 쳐대는 느낌이었다.

소년(?)의 삐딱하게 앉은 뒷모습이 많은 얘기를 하는듯해서 마음이 확 빨려들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걸까 궁금해서 그림 속으로 더 다가가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귀와 발에선 악마적인 요소가 느껴지는데 손에는 아름다운 소리가 흐를 듯한 파이프플룻이 들려있었다.

소리 내어 불지는 못하고 풀릇으로 시선만 고정하고 있는 멈춘 시간 속에서 나도 따라서 생각이 많아졌다. 선과 악이 함께 공존하고 그런 내면의 싸움에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독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때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 부코바츠 작품 고독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때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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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떨군 시선과 외면하고 앉은 자세에서 고독감이 압도하는데 슬프다기 보다는 오히려 아름다웠다. 인물이 지닌 신체의 강인함 때문일까 표정의 담담함 때문일까 고독의 씁쓸한 무게는 인간을 파괴 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정화되고 승화되는 느낌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던 환상적인 푸른 방입니다.
▲ 브코바츠의 방 탄성이 절로 나왔던 환상적인 푸른 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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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들어선 방에서 입이 떡 벌이졌다. 와~ 도대체 뭘까? 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방에서 갑자기 환상의 세계로 빨려 드는 듯한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푸른색이라서 그랬을까 아님 아무도 없는 미술관에서 귀신에게라도 홀린 것일까?
 
아무도 없는 미술관의 환상적인 푸른 방에 매료되어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 부코바츠의 방 아무도 없는 미술관의 환상적인 푸른 방에 매료되어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 이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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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바츠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직접 벽과 천장을 그림으로 장식한 방이란다. 아무도 없는 미술관의 이 푸른 방에서 내가 환상의 바다를 헤엄친다 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의자에 앉아서 맘껏 황홀함을 즐겼다.
 
푸른 방의 천장화가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샤갈 천장화에 못지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부코바츠의 천장화 푸른 방의 천장화가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샤갈 천장화에 못지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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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도 어찌나 맘에 들던지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봤던 샤갈의 천장화 못지않다 생각했었다.
 
역시 샤갈의 천장화가 명성이 자자한 이유가 있습니다.
▲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샤갈의 천장화 역시 샤갈의 천장화가 명성이 자자한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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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 2013년 파리 여행 중 찍었던 샤갈의 천장화를 찾아 보다가 한참을 웃었다. 감히 이런 작품에 비교를 하다니 아마도 부코바츠의 푸른 방에서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부코바츠의 친인척과 친구들의 초상화가 많았습니다.
▲ 부코바츠 미술관 부코바츠의 친인척과 친구들의 초상화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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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초상화뿐 아니라 가족, 친척, 주변 인물들의 초상화도 많았다.
 
선한 눈을 가지고 있는 초상화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부코바츠의 초상화 선한 눈을 가지고 있는 초상화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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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가 그린 초상화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온화하고 인간적인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에서 봤던 피카소의 초기 사실적 그림 중에서 강렬한 눈빛을 쏘아대던 그의 친인척 초상화들이 생각났다. 피카소 만큼이나 모두들 강하고 고집 세고 한 성격할 것 같은 성향이 눈빛에 그대로 담겨 있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눈빛을 생동감있게 그려내는 부코바츠나 피카소 같은 작가들에게 감탄하게 된다.
 
네 자녀를 둔 부코바츠의 가정을 재미있게 묘사하였습니다.
▲ 부코바츠 작품 네 자녀를 둔 부코바츠의 가정을 재미있게 묘사하였습니다.
ⓒ 이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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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바츠는 네 명의 자녀를 뒀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섬찟한 그림이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네 자녀들을 그려낸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스릴러 영화의 포스터보다 더 괴기스러운 그림에 순간 놀라지만 들여다볼수록 어쩜 저토록 위트있게 풍자와 해학을 담아서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한 가정의 숙명을 잘 표현했는지 흥미로워졌다.
 
화실같은 전시실에는 부코바츠의 작품과 미술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부코바츠 미술관 화실같은 전시실에는 부코바츠의 작품과 미술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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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같은 전시실에는 부코바츠의 작품들과 그가 사용하던 미술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뒷정원이 아름다워서 문을 밀어보았더니 잠겨 있었다.
 
부코바츠는 노년에도 풍채가 멋지고 그림 그리는 모습이 멋집니다.
▲ 부코바츠 사진 부코바츠는 노년에도 풍채가 멋지고 그림 그리는 모습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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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바츠 할아버지는 노년에도 풍채가 멋지고 그림 그리는 모습이 근사했다. 
 
미술가가 된 부코바츠의 둘째 딸이라고 도슨트가 알려줬습니다.
▲ 부코바츠 작품 미술가가 된 부코바츠의 둘째 딸이라고 도슨트가 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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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을 둘러보는데 도슨트(docent)가 다가와 두꺼운 책 한 권을 보여주며 부코바츠 얘기를 추가로 들려준다. 덕분에 얼마나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부코바츠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들었고, 마음에 들어서 찍어뒀던 위 그림의 모델이 아버지처럼 미술가가 된 둘째 딸이란 것도 알았고, 차브타트 마을 두 개의 성당에 부코바츠 작품들이 있으니 꼭 들렀다 가라는 당부도 들었다.
 
주말미술학교에 배우러 온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림 선물도 받았습니다.
▲ 부코바츠 미술관 주말미술학교에 배우러 온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림 선물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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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아래층에 사진전을 둘러보려는데 모여있는 아이들한테 더 관심이 갔다. 영어도 곧잘 하고 낯선 아줌마에게 친근감을 보이는 아이들이 어찌나 예쁜지 허락받고 사진을 찍었다. 미술관에서 동네 아이들 대상으로 주말미술교실을 여는 것 같았다. 

큰 여자아이가 나랑 놀면서도 순식간에 그림 한 장을 그리더니 내게 선물이라고 내민다. 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나랑 닮았네?" 했더니 아이도 끄덕이며 수줍게 웃었다.
 
들어설 때는 상상도 못했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미술관을 떠납니다.
▲ 부코바츠 미술관 들어설 때는 상상도 못했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미술관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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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찾게 된 작은 미술관에서 정말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과 만남들을 가졌다. 미술관을 나서며 뒤 돌아보는데 얼굴엔 미소가 가슴엔 따스함이 가득 번졌다.
 
아치형 제단 위에 그림이 부코바츠의 작품인 것 같습니다.
▲ 차브타트의 성당 아치형 제단 위에 그림이 부코바츠의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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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도슨트가 부코바츠 작품이 있다고 알려준 첫 번째 성당을 찾아갔다. 제단 아치 위쪽에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그림이 아마 그의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 성당 안에 나만 덩그러니 있어서 물어 볼 사람이 없었다.
 
부코바츠의 작품이 그려져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입니다.
▲ 부코바츠 성당 부코바츠의 작품이 그려져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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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부코바츠 작품이 있다고 알려준 성 니콜라스 성당(Church of St. Nicholas)이다. 

성당 안에는 아이들이 모여서 노래연습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가지 못하고 뒤쪽에서 한참 서성이는데 수녀님이 다가와서 뭘 도와줄까 물어보신다. 산만한 아이들은 그 틈에 나를 발견하게 되고, 한 아이는 앞에 지도선생님에게 집중하지 않고 숫제 돌아 앉아 나만 쳐다본다. 그러더니 하나둘 점점 많은 아이들이 돌아보게 되고...

결국 내가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떠나려고 했더니 그 아이들이 잘 가라며 손까지 흔들어준다. 아 가슴이 뭉클할만큼 순진하고 귀여운 아이들이다. 오늘은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날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는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아름다운 차브타트 이토록 아름다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는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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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차브타트를 왜 여행 전에는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아마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우연한 작은 만남들이 이어졌기 때문에 차브타트가 더욱 사랑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비를 피할 의자를 내어주고 미술관을 추천해 준 우아한 영국 할머니, 소박한 미술관에서 만난 낯선 미술가와 감동적인 작품들, 미술관 주말학교의 예쁜 아이들과 뜻밖의 그림 선물, 미술가의 작품이 걸린 성당들을 알려준 미소 가득했던 미술관의 성실한 도슨트, 그 성당에서 만난 순수한 아이들의 나를 향한 관심과 작별의 손인사... 

겹쳐진 우연이라기보다는 마치 잘 짜여진 잔잔한 각본의 영화처럼, 차브타트의 하루가 여운을 남기며 아름답게 흘러갔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동유럽 여행기 중 일부입니다.


태그:#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근교, #차브타트, #부코바츠,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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