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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행사가 시작부터 극히 우려스럽다.

이종걸 의원 기초적인 사실부터 이해 결여, 이해찬 일부 역사학자들의 주장 무작정 수용
19.01.23 20:4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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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로 100주년 기념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 듯하다. 한민족의 고난에 찬 100년이 이토록 찬란하게 꽃피웠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야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참으로 감격스럽지만 이를 '기념하겠다고 나선 의지'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 1월임에도 불구하고 덜컥 겁부터 난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해보겠다. 이런 어마어마한 행사들의 목표가 무엇인가? 그저 100년이니까 함께 기뻐하자 뭐 그런 식인가? 아니면 100년을 정말 제대로 반추하면서 오늘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질적 변화와 사회 혁명에 준하는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결심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이 기회에 확실하게 애국자 행사를 해서 표를 끌어 모으겠다는 발상인가? 오늘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기념 행사를 보고 있으면 덜컥 겁부터 난다.
 
첫째, 우선 행사의 진행 방식 혹은 보도 방식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물론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자체 등 숱한 기관에서 이 행사를 성대하게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행사 진행의 방식은 #3.1운동의 그날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오늘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행사는 얼마 전 있었던 #2.8독립선언 100주년 기념 준비위원회 결성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당내 중진 위원들 중심으로 앞줄에 주루룩 서서 자신들이 마치 3.1운동의 지도자인양 명예롭게 굴었고 이해찬 대표는 3.1운동을 '혁명'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우당 이회영의 손자인 이종걸 의원 역시 자신이 독립운동을 한 양 구구절절 할아버지 얘기로 정신이 없었다.
3.1운동에 체계적인 지휘부가 있었던가. 아니다. 천도교, 기독교가 주도를 했다고 하지만 불길을 당긴 것이었고 운동 자체는 철저하게 민중의 힘으로 자발적으로 확대 발전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선언서는 최남선이 썼어도, 탑골 공원에서 선언문을 읽은 이는 엉뚱한 이였고 종교인들의 헌신도 있었지만 2.8독립선언을 이끌었던 학생들의 자율적 네트워크 또한 강력한 힘이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이토록 전국적으로 운동이 진행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지방에서는 유지들이 별도의 독립선언문을 만들기도 했고 심지어 겁박을 해서라도 동네 사람들을 끌고 나와서 만세 시위를 벌렸다. 여기 어디 당대표라던지 고위 관료 같은 높으신 분들이 앞줄에 서서 플래시 세례를 받고, 기자들은 이들의 말을 받아 적는 식의 이토록 조선왕조의 친일 내각 같은 식의 행사가 있었단 말인가.
행사? 3.1운동에 성대함이 있었는가. 서울에서 만주, 블라디보스토크, 미주까지 펼쳐진 만세 시위의 결과는 무엇인가. 일제의 모진 탄압이다. 공포탄을 없애고 총검의 자유를 허락한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진압을 했으며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문용기는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다가 사지가 잘렸고 여학생들은 밤새 성폭행을 당하거나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십자가 형틀에 고문을 당했다. 제주 4.3사건이나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이상의 인권 유린이 있었던 사건이었단 말이다.
도대체 오늘의 행사 방식이 이런 3.1운동의 현장성과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 만약 정말로 기념 한다면 방식 자체, 행사의 목표 자체부터 냉정히 따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둘째, 오늘 더불어민주당은 심각한 위선적 행보를 보였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역사학자라도 되는 양 감당하기 어려운 말을 쏟아내었다. 우선 이종걸 의원. 이 분 세미나 장에서 이야기하는걸 본 적이 있다. 사실관계 파악조차 제대로 안되는 상태에서 비서가 준 내용조차 재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할아버지의 위대한 영웅의 서사시를 읊어댔다. 그런데 오늘 JTBC와의 인터뷰는 정말 가관이었다. 이회영 일가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기 위해 모은 자금이 '그때 당시 돈으로 600억이었다고 하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6조가 넘는 돈'이었고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통상 이회영 일가가 처분한 돈을 당시 쌀값 기준으로 오늘날 300~600억 사이 정도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참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6조 대의 자산가로 둔갑을 시킨 것이다. 권총 한 자루에 30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일당이 50센트, 친일의 대가로 받는 정말 크게 받은 돈이 몇 만원 하던 시대에 600억의 자산가가라니?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 조차 확인하지 않고 이토록 할아버지를 침이 마르게 칭송하는 모습은 대관절 3.1운동을 바라보며 상하이에 몰려들었던 독립운동가들의 간절함인가 아니면 나라가 무너져도 내 가문만 지키면 된다며 조선귀족령에 순응하던 고관대작들의 친일행위인가. 경솔했다고 하기엔 참으로 용렬하다.
사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다. 3.1운동이 3.1혁명인가? 도대체 누가 그런 얘기를 했을까? 그것이 역사학계의 누적된 오랜 연구 결과일까? 아니면 일부 학자들의 주장 혹은 일부 선동가들의 과격한 해석일까?
자국의 역사를 무작정 대단하다고 치부하면서 과격하게 부풀리는 현상은 과거 독재 국가에서나 있는 법이지 선진 민주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 아니다. 영국의 경우는 '청교도 혁명에서 명예혁명'에 이르는 기간을 '영국 내란기'라고 명명했고 프랑스의 경우 일부 학자들은 혁명기 때 일어난 수많은 죽음으로 인해 혁명을 '홀로코스트'라고 규정하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이나 프랑스의 학자나 사람들이 무작정 자국의 역사를 비판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랜 기간 연구를 하는 가운데 무작정 찬란한 영광이라고 부를 수 없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이 밝혀졌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서 자국의 역사를 진지하게 읽어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혁명이라는 찬란한 이름 사이에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기 때문이란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 동학농민운동도 동학혁명이고 3.1운동도 3월혁명이고 뭐든지 가급적 대단하게끔 만들고 싶다. 지휘부가 없었고 체제가 타도되지 않았고 굳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오히려 본격적으로 자치론으로 무장한 친일파들이 등장하면서 일제의 고도 식민지 체제로 들어가는 이 시기를 두고 무작정 예찬하는 것. 그토록 학계가 썩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들의 일부 이야기를 유력 정치인이 받아서 이상한 정치 아젠다로 만드는 태도는 참으로 옳지 못하며 위험하다.
좋은게 좋은거? 이런 모습이라면 박근혜의 국정교과서,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과 대체 뭐가 다른가. 왜 그토록 바른 역사를 지키기 위해 싸웠으며 노력했느냔 말인가. 권력이 바뀌고 내가 좋아하는 정치가가 우리의 기분에 맞게 역사적 사실을 마구 좋게만 해석해나간다면 그게 역사교육인가? 그게 진실이고 그것이 올바른 것이냔 말이다.
 
셋째, 이 어마어마한 분위기에는 실상 아무런 내용이 없다. 도대체 기념을 왜 하는가. 축제라면야 함께 기분 좋으면 될 일이지만 굳이 100년을 기리면서 민족사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을 굳이 이토록 많은 돈을 들여서 기리는 이유가 고작 우리끼리 기분 좋기 위해서냔 말이다.
어차피 기념행사를 한다는 것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것 혹은 후손들에게 새로운 무엇인가를 건네기 위해서 아닌가. 1941년 충칭임시정부가 조소앙의 삼균주의에 기초하여 대한민국건국강령을 발표한다. 내용을 읽어본 정치인들은 몇이나 있을까. 건국강령에는 오늘날 노동3권과 유사한 노동권, 파업권이 보장되어 있고 오늘날 사회복지개념과 유사한 아동과 여동, 노인의 사회보호를 천명한다. 더구나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여성의 남성과의 절대 평등'에 대해서도 분명히 보장하고 있다. 정말로 기념을 하고 싶으면 두 사건이 가졌던 간절한 가치, 저항의 의미,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한 독립의 비전 같은 것을 기리며 그러한 가치로 100년을 나아가겠다는 새로운 사회적 선언을 하던지 해야 하는거 아닌가.
 
고작 이따위 방식으로 이 정도 수준으로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전두환이 추진했었던 국풍 81을 복기해보라. 여의도 광장에 사람들 모아놓고 충무김밥 먹으면서 연예인들 데리고 와서 주구장창 놀자판을 벌였는데 결과는 어땠는가. 지금의 현실이 도대체 그때와 뭐가 다른가. 이런 시끄럽기만 한 국뽕 같은 흐름만 계속된다면 4월 11일 이 후 큰 패배를 경험할 것이다. 의미와 목적을 잃은 기념식이 끝나고 정말 아무것도 안남는 그런 현실 말이다. 이렇게 보내려고 100년을 기다렸단 말인가. 지하에 계신 우리를 위해 살다간 선혈들이 통곡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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