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처음으로 득표율 100%를 기록한 사람이 나왔다.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라 불리는 마리아노 리베라가 그 주인공이 됐다.

전미 야구기자협회(이하 BBWAA)에서는 1월 24일(한국 시각) 2019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득표율 75% 이상을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인물들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7월에 쿠퍼스 타운에서 입회식을 치른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된 인물들은 100% 득표율을 기록한 리베라를 포함하여 로이 할러데이(선발투수), 에드가 마르티네스(지명타자) 그리고 마이크 무시나(선발투수) 4명이다. 리베라와 할러데이는 입후보 첫 투표에서 성공했고, 마르티네스는 마지막 기회에서 입회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역대 최고의 "클로저" 리베라, 사상 첫 100% 득표 영예

파나마 출신으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뉴욕 양키스 한 팀에서만 뛰었던 리베라는 1997년부터 본격적인 주전 마무리투수가 됐다. 리베라는 정규 시즌 통산 652세이브와 포스트 시즌 통산 42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에서 모두 역대 1위에 올랐다.

리베라가 양키스에서 활약하는 동안 얻은 월드 챔피언 반지는 무려 5개로, 본격적인 마무리투수 활약 이전인 1996년 반지 1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월드 챔피언을 차지하던 시절 3개 그리고 2009년 1개가 있었다. 1999년 월드 시리즈에서는 4경기에 모두 등판, 1승(연장전 구원승) 2세이브를 기록하고 월드 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물론 완벽했던 리베라에게도 포스트 시즌 흑역사는 있었다. 마무리 초창기인 19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4차전 8회말 2사 상황에서 샌디 알로마 주니어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날렸는데, 그 시리즈에서 2승 1패로 앞서고 있던 양키스는 그대로 역전패를 당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월드 시리즈 7차전에서는 9회말 루이스 곤잘레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4차전과 5차전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했는데, 당시 레드삭스는 그 2경기 모두 연장전 승리를 거두면서 사상 초유의 7전 4선승제 리버스 스윕을 이뤄냈다.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은 리베라의 대표 구종이다. 2010년 잠시 한 팀에서 뛰었던 박찬호도 리베라에게 커터를 배웠고, 현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도 한때 리베라의 공을 받은 불펜포수 출신 마이크 보젤로에게 커터를 배웠다.

BBWAA에서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 중 표를 행사한 기자는 425명이었고, 기권 1명이 있었다. 기권자의 표는 투표율에는 반영되지만 득표율에는 반영되지 않으며, 리베라는 425명의 기자들로부터 만장일치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인물들 중 종전 최고 득표율은 켄 그리피 주니어(2016년 투표)의 99.3%였는데, 리베라가 역대 최초로 100%에 성공했다.

비행기 사고로 유명 달리한 할러데이, 후보 첫 해에 입성

2017년 11월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로이 할러데이도 후보 등록 첫 해에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16시즌 통산 203승 105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3.88을 기록한 할러데이는 통산 416경기 중 67경기에서 완투를 했다(완봉승 20회). 투수 분업이 확대된 시대인 만큼 현 시대에서 할러데이 같은 완투형 투수가 나오긴 힘들다.

현역들 중 완투 상위 5명이 바톨로 콜론(38완투), CC 사바시아(38완투), 펠릭스 에르난데스(25완투), 클레이튼 커쇼(25완투), 저스틴 벌랜더(24완투)인데 이들만 봐도 할러데이와 큰 차이가 난다. 콜론과 사바시아는 몇 년 안에 은퇴 가능성이 있고, 에르난데스와 커쇼, 벌랜더는 향후 몸 상태에 따라 추가 완투가 가능하겠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선발투수들의 완투를 권장하지 않는 추세다.

건강했을 시즌에 220이닝 이상을 거뜬하게 던졌던 할러데이는 2003년 36경기에서 무려 266이닝을 던지면서 22승 7패를 기록,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 할러데이는 2008년에도 34경기 246이닝을 던지며 20승 11패를 기록했고, 필리스 이적 첫 해인 2010년에 33경기 250.2이닝을 던지며 21승 10패를 기록했다.

2010년에 퍼펙트 게임을 했던 할러데이는 생애 첫 포스트 시즌에서 노 히터 게임까지 추가하며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도 차지했다. 2011년에도 19승을 거둔 할러데이는 이후 어깨 부상으로 한 순간에 무너지며 겨우 200승을 넘기고 은퇴했다.

포스트 시즌에서 거리가 멀었던 블루제이스에서 대부분을 뛰느라 2010년이 되어서야 포스트 시즌에 처음 출전했고, 월드 챔피언이나 리그 챔피언 반지를 얻지는 못했다. 선수 활약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개인 성적만큼은 강렬한 임팩트로 리그를 지배했던 할러데이는 2017년 11월 7일 비행기 사고로 인해 40년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예전에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현역 시절 비행기 사고로 생을 마감한 이후 유예 기간 5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명예의 전당에 입후보하여 첫 해에 헌액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 시점이었던 할러데이는 예정대로 5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이번에 처음 입후보했고, 363표(득표율 85.4%)를 얻으며 첫 투표 헌액에 성공했다.

지명타자 에드가 마르티네스, 10번째 마지막 도전에서 성공

역대급 지명타자 중 1명이었던 에드가 마르티네스는 이번 투표가 후보 자격 유지 마지막 기회였다. 예전에는 15년까지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 10년으로 줄어들었으며 당시 10년이 초과되어 예외가 인정되었던 후보들도 그 기간이 전부 지났다.

에드가는 1982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이후 2004년까지 오로지 매리너스 한 팀에서만 뛰었고, 현재도 매리너스 타격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원래 수비 능력이 좋아서 매리너스가 지명했는데, 마이너리그 수련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그에게 맞는 포지션에 선수들이 중복되어 있어서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로 인해 에드가의 데뷔는 1987년이 되어서야 이뤄졌다. 처음에 코너 내야수를 잠시 맡았던 에드가는 1990년이 되어서야 주전으로 한 자리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93년부터 잦은 부상으로 인해 수비력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에 매리너스는 에드가의 지명타자 전향을 결정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그리피, 에드가 3명이 2~4번 타순을 맡았던 매리너스는 당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를 제패하던 팀이었다. 그러나 1999년 타자들, 특히 오른손 타자들에게 불리한 세이프코 필드가 개장했고, 매리너스의 타선은 그 임팩트가 떨어지게 됐다.

그러나 에드가는 2000년에도 37홈런으로 개인 최다 홈런 시즌을 만들었으며 145타점으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이후 그도 나이는 어쩔 수 없었는지 2002년 타율이 처음으로 3할 밑으로 내려갔고, 2004년을 끝으로 선수에서 은퇴했다. 이후 2015년부터 매리너스 타격코치로 부임했고 2017년 그의 등번호 11번이 매리너스 영구결번이 됐다.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는 2010년부터 입후보했는데 득표율이 그리 높지 못했다. 2015년까지 득표율이 30%를 넘지 못했던 에드가는 2016년 투표 인단이 줄어들면서 득표율이 43.4%까지 올랐다. 2017년 58.6%, 2018년 70.4%의 득표율을 기록한 에드가는 마지막 10번째 도전에서 할러데이와 같은 363표(85.4%)를 얻으며 쿠퍼스 타운으로 가는 막차에 탈 수 있었다.

무관의 에이스 무시나, 명예의 전당에서 웃다

할러데이의 커리어는 상위권에 자주 들지 못하는 팀에서의 활약이 대부분이었다. 할러데이보다 몇 년 앞서 활약했던 무시나 역시 할러데이처럼 포스트 시즌에서 큰 인연을 맺지 못한 선발투수 중 한 명이었다.

1990년 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지명된 무시나는 1991년 오리올스에서 데뷔하여 2000년까지 선수 커리어의 전반기를 보냈다. 이후 무시나는 우승의 숙원을 풀기 위해 같은 지구의 양키스로 이적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양키스는 2000년 우승 이후 2001년부터 무시나가 합류했고, 2008년 무시나가 은퇴한 뒤 2009년이 되어서야 월드 챔피언 트로피 하나를 추가할 수 있었다.

무시나는 통산 18시즌 동안 270승 153패 평균 자책점 3.68을 기록했으며 57경기의 완투(완봉승 23회)를 기록했다. 오리올스와 양키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월드 챔피언 반지와 인연을 맺지 못했으며, 개인적인 부문에서도 사이 영 상을 수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퍼펙트 게임과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정규 시즌에서 8회 이후 퍼펙트 기록이 깨진 적이 3번이나 있으며, 포스트 시즌에서도 2004 ALCS 1차전에서 7회초 2사 후에 안타를 허용하며 달성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었다. 그나마 통산 골드글러브 수상이 7번일 정도로 수비에서 안정적이었다.

무시나는 2008년이 되어서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0승 시즌을 만들었다. 그것도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인해 양키스 구단주 헹크 스타인브레너로부터 "제이미 모이어처럼 던질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듣는 충격적인 시련을 딛고 이뤄낸 결과였다.

270승 2813탈삼진이었던 무시나는 2~3년 정도 더 뛰었다면 300승과 3000탈삼진 달성이 유력했다. 그러나 20승을 거뒀는데도 양키스가 다년 계약을 제시하지 않자 단년 재계약 제안을 뿌리치고 깔끔하게 은퇴해버렸다. 2014년부터 명예의 전당 투표에 도전했지만, 첫 득표율은 20.3%였다.

하지만 무시나의 득표율은 꾸준히 올랐다. 2016년에 43%까지 득표율이 오른 무시나는 2017년 51.8%, 2018년 63.5%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6번째 도전인 2019년 투표에서 커트 라인 75%를 조금 넘는 326표(76.7%)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됐다.

"캡틴" 지터 내년에 입후보, 예상 득표는?

리베라와 할러데이, 에드가, 무시나보다 낮은 득표를 받은 인물들 중 가능성이 보이는 이들로는 커트 실링(6회 도전 60.9%), 로저 클레멘스(7회 도전 59.5%), 배리 본즈(7회 도전 59.1%) 정도가 있었다. 래리 워커는 54.6%를 얻었는데, 내년이 마지막 도전이라 가능성이 희박하다. 프레드 맥그리프는 마지막 도전에서 39.8%에 그치며 후보 명단에서 빠지게 됐다.

실링은 2001년, 2004년, 2007년 3번이나 소속 팀을 월드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에이스였지만 정치적 성향 등 여러 가지 논란으로 쉽게 입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 영 상 7회 수상에 빛나는 클레멘스와 역대 최다 홈런(762) 본즈는 미첼 리포트 논란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내년 2020년 투표에도 강력한 후보들이 새롭게 합류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율이 마냥 오른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내년에는 양키스 캡틴이었던 데릭 지터(현 마이애미 말린스 사장)가 입후보하고, 소속 팀을 3번이나 챔피언으로 이끈 조시 베켓도 합류한다. 2000년 아메리칸리그 MVP였던 제이슨 지암비도 가세한다.

이들 중 최다 득표가 예상되는 인물은 지터다. 양키스의 캡틴으로 활약하며 5번의 월드 챔피언을 이끌었다. 리베라가 만장일치를 달성해서인지 캡틴이었던 지터는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을 넘어 몇 표나 받을지가 더 주목되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가세할 후보들 그리고 기존에 남아있는 후보들이 내년에 또 어떻게 살아남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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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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