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극한 직업>의 한 장면

영화 < 극한 직업>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한동안 블록버스터급 제작비에 도취되어 정작 이도 저도 아닌 작품들만 쏟아내던 최근의 한국 영화계에 모처럼 '똘끼(?)' 충만한 영화가 등장했다. 2015년 <스물>로 관객들에게 웃음 폭탄을 선사했던 이병헌 감독이 또 한 번 작정하고 '기승전+웃음'으로 버무린 '양념치킨' 코미디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병헌 감독의 새 작품 <극한직업>속 주요 인물들은 현직 경찰이다. 마포경찰서 마약반 소속 고반장(류승룡 분), 장형사(이하늬 분), 마형사(진선규 분), 영호(이동휘 분), 재훈(공명 분)는 밤낮 없이 수사에 매진하지만, 실적은 바닥이라 팀 해체 위기에 놓인다. 후배에게 밀릴 위기에 놓인 고반장에게 '잠복수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이후 치킨집을 인수해 수사를 이어가려고 하지만 치킨집이 전국구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손님들이 몰려든다.  

<극한직업>은 기존 범죄 수사물을 비틀면서 이 감독이 가장 잘하는 분야인 코미디로 정면 돌파에 나선 작품이다. 이병헌 감독이 지난해 의욕적으로 만들었던 <바람 바람 바람>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치면서 실망했던 영화팬이라면 이번 만큼은 믿어도 좋다.

한동안 극장가에서 보기 힘들었던 'B급 유머'를 튀김옷 삼아 시작과 동시에 2시간 내내 한눈 팔 여유조차 주지 않기 때문. 여타 수사 영화처럼 폼나게 유리창을 깨고 악당들을 진압하는 그런 경찰들은 여기에 없다.

치킨 장사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경찰 본연의 임무는 망각하는가 하면 건물 수리비 물어줄 일부터 두려워하고 추격에 실패한 용의자를 엉뚱한 과정을 거쳐 잡는 등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게 만드는 갖가지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단순히 여러 웃음 유발 장치들을 도처에 늘어만 놓고 제대로 수습 못하는 영화들이 자주 등장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극한직업>은 이를 능수능란하게 짜맞추면서 잠깐도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확실히 이병헌 감독은 웃기는 것 하나 만큼은 그 누구에도 뒤쳐지지 않는 최강의 인물이라고 평해도 좋을 것이다.

현실성 제로의 설정... 그래도 용서되는 '웃음 수사대'
 
 영화 < 극한 직업 >의 한 장면.

영화 < 극한 직업 >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은 여타 수사 드라마들과는 맥을 전혀 달리 가져간다. 말 그대로 '현실성 제로'의 환경을 조성하고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중인 MBC 에브리원 <도시경찰> 속 현직 수사관들의 증언처럼 팀 단체로 배당된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1인당 20개에서 많게는 50개 이상의 개인별 사건이 배당되는 게 현실이다. 영화에서처럼 만사 다 제쳐놓고 사건 하나 해결하려고 위장 업소 차리고 24시간을 여기에 할애하는 대한민국 경찰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비현실적 배경에 도처에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한직업>은 결코 관객들에게 억지스런 이해를 구하려고 하진 않는다. 밑도 끝도 없는 욕설이 난무하는 대사, 업소를 개업하자마자 손님이 몰리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 연이어 등장해도 용서가 되는 건 각각의 장면들에 당위성을 부여한 연출의 힘,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한동안 일부 관객들에게 비호감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류승룡은 모처럼 제 역할을 찾았다. 그는 능청맞지만 결코 밉지 않는 고반장 역으로 <극한직업>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준다. 연기자로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던 이하늬, 아직 많은 작품을 경험하지 못한 신예 공명 역시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해주면서 '치킨집 5남매'로 캐스팅된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킨다.

그리고 여타 범죄물에 비해 악당의 비중이 크지 않아 많은 장면에 나오진 않았지만 신하균은 역시 신하균이었다. 반면 이동휘에겐 아쉬움이 남는다. 그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동룡이의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도 언뜻 언뜻 비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 여겨볼 인물은 진선규다. <범죄도시>로 뒤늦게 주목 받은 그는 아직까진 악당, 혹은 스릴러 물에만 적합하다는 선입견이 남아 있었는데, <극한직업>을 통해선 마치 '치킨무'마냥 영화 속 양념 역할을 200% 이상 해냈다. 진선규는 이 작품을 통해 코미디도 잘할 수 있음을 관객들에게 인식시켰다. 향후 활용 폭이 넓은 배우의 발견이라는 점에서도 <극한직업>의 가장 큰 수확으로 손꼽을 만하다.
 
 영화 < 극한 직업 >의 한 장면

영화 < 극한 직업 >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강추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웃기는 영화가 필요한 영화팬
비추 :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은 좀... TV였으면 삐~처리될 대사 난무를 싫어하는 관객

별점 : ★★★☆(3.5/5)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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