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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9년 1월 18일 보도
 동아일보 2019년 1월 18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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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를 겨냥한 일부 보수신문의 '오버'와 '오보'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18일자에서 "[단독] '학력저하 꼬리표' 못 뗀 혁신학교 10년"이란 보도를 내보냈다. 이 보도는 첫 문장에서부터 "전국의 15개 시도교육청 중 8곳은 혁신학교를 평가해 재지정하는 기준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교육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였다.

해당 보도는 "서울 경기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교육청 8곳은 재지정 기준 자체가 없었다"면서 "혁신학교가 객관적인 평가 없이 무분별하게 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고교 11.9%, 중학교 5.0%로 전국 평균(고교 4.5%, 중학교 3.6%)보다 높았다"며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를 지적했다.

하지만 23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경기·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혁신학교 재지정 기준이 엄연히 있는데 '기준 자체가 없다'라고 한 것은 말이 안 되는 황당한 보도"라는 것이다. 다른 상당수의 시도교육청도 혁신학교 재지정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기자는 <동아일보>가 '평가기준 자체가 없다'고 지목한 한 시도교육청이 만든 '혁신학교 종합평가 계획 및 공모지정 심사 기준'이란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이 문서엔 '혁신학교 공모지정 심사 기준, 2. 재지정 신청학교'란 중간제목이 적혀 있다. 보도 내용과 달리 혁신학교 재지정 신청학교에 대한 기준이 문서로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육청은 재지정 심사 기준으로 '종합평가 결과를 반영한 운영계획 수립 여부' 등 6개 영역을 종합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었다.
 
한 시도교육청이 만든 혁신학교 재지정 심사 기준 문서.
 한 시도교육청이 만든 혁신학교 재지정 심사 기준 문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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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는 대부분 자율학교이기 때문에 지정 마무리 해에 자율학교 평가와 연동해 6개월~1년에 걸쳐 종합평가를 반드시 받고 있다. 이 평가에서 '보통 이상' 평가를 받지 않으면 재지정에서 탈락 위기를 맞는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평가 기준은 12개 항목에 걸쳐 30개 항목에 이른다. 5단계 평가를 진행하는데, '보통 이상'을 받으려면 7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 재지정 기준은 종합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동아일보> 보도와 달리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보다도 더 엄중하게 두 번 평가를 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가 '혁신하교 학력저하'를 지적하며 내세운 통계도 논란거리다. 그동안 교육계는 이러한 수치들이 경제형편이 어려운 지역 위주로 혁신학교가 지정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게다가 학업성취 향상도가 아닌 단 한 해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을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형편이 어려운 지역은 혁신학교가 생기기 전부터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말 공개된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의 '혁신학교 성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혁신학교의 점수 성장률이 일반학교보다 더 높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7년에 걸쳐 추적한 종단연구를 벌인 결과다(관련 기사 : "혁신학교가 점수 성장률 더 높다"... 학부모 81% "만족").

혁신학교 방어 나선 졸업생들  
 
중앙일보 2018년 12월 20일 보도
 중앙일보 2018년 12월 20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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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혁신학교인 서울 H고 졸업생들이 <중앙일보>의 혁신학교 공격 보도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벽보에 직접 대자보를 붙이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게시판엔 '중앙일보의 기사에 대한 혁신학교 졸업생의 반론'이란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23살 K'라고 소개한 작성자,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저희 고교가 축제 이후 각 동아리들이 번 수익금을 전교조 교사들이 교무회의 중에 '쌍용차 노조 측에 전부 기부하자'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고 보도했다"면서 "또 대부분이 실제로 노조 측에 기부되었으며, 쌍용차 노조 관련 연극 관람이 선생님의 강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이 기사의 대부분은 과장되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중앙일보는 "학생이 축제 때 번 돈, 교사가 노조에 기부"보도에서 H교에 근무하다 중도에 다른 학교로 옮긴 A교사 인터뷰를 실었다. 이 교사는 "축제가 끝나고 (교무회의에서) 미리 각본이라도 짠 듯 5~6명의 교사가 쌍용차 노조에 기부하자며 언론 자료를 돌리는 거예요.", "대부분은 결국 노조에게 쓰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A교사가 말한 일은 보도 시점 기준으로 4년 전인 2014년에 있던 것이었다.
 
서울 H고 졸업생이 서울시교육청 게시판에 붙여놓은 대자보.
 서울 H고 졸업생이 서울시교육청 게시판에 붙여놓은 대자보.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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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K씨는 대자보에서 "(축제에서) 쌍용차 노조 관련 (성금모금)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전교조 선생님이 아니라 저였으며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기부가 이루어진 것도 없다"면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어려움을 다룬) '노란봉투' 연극 관람도 강제가 없었고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정치적 이념 발언을 하는 것을 목격한 적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K씨는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에서도 "우수 동아리 활동 상금을 '노란봉투 재단'에 기부하자고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제안한 사람은 바로 나"라면서 "나는 당시 NGO 동아리 회장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다른 H학교 졸업생인 B씨도 기자와 한 통화에서 "K의 말대로 선생님들은 쌍용차 지원을 우리에게 제안한 바 없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태그:#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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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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