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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계간지 <딴짓>의 발행인인 프로딴짓러가 소소하고 쓸데없는 딴짓의 세계를 보여드립니다. "쫄지 말고 딴짓해!" 밥벌이에 지친 당신을 응원합니다.[편집자말]
 행복한 결혼식은 모든 여자의 로망일까?
 행복한 결혼식은 모든 여자의 로망일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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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의 산문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읽다 보면, 작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그녀의 고단함이 뚝뚝 떨어진다. 하루 세 번 밥을 차리고, 치우고, 집 안 청소를 하고, 글을 쓰고, 강의를 다니는 작가의 일상을 좇다 보면 어쩐지 땅이 꺼져라 한숨이 나온다. 아이고, 되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녀의 고단함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서울에 사는 삼십 대 싱글 여자가 남편과 아이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집안일을 '도와서' 한다고 믿는 '착한' 남편도 없고, 새끼 새처럼 때 되면 밥 달라고 입을 벌린다는 아이도 없이, 그저 내 한 몸 잘 건사하면 그만인 삶이니 말이다. 어쩌면 다양한 밥벌이로 살아가려는 실험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내가 싱글인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비혼주의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에 '요즘 것들의 사생활' 유튜브 채널에 게스트로 초대돼 나갔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는 여자친구를 둔 남자친구의 사연을 함께 고민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지금 결혼 생각이 없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결혼하고 싶은 적이 없었다. 그건 내가 극단적인 비혼주의자여서가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의 좋은 점이 내게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다.

그에 반해, 결혼을 하면서 감수해야 할 것은 내게 더 스트레스일 것이 분명했다. 결혼이라는 '제도'(낭만적인 약속은 잠시 미뤄두자)의 장점과 단점을 저울질해봤을 때 적어도 내게는 단점의 무게가 더 크게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세상이 변하고, 또 내가 변하고, 어쩌면 그 모든 게 변해서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십이 될지, 환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나는 영구적 비혼주의자가 아니다. 

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면 대개는 "왜 그런 선택을 했어?"라고 질문하기 마련이나, 입학이나 입사, 결혼처럼 사회적 코스로 여겨지는 선택에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왜 결혼을 안 해?"라는 질문처럼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른다.

결혼을 해도 끝은 아니다. "그럼 아이는 언제 낳아?", "둘째는 생각 없니?" 같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니까.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을 한 나이에, 아직도 혼자 사는 나는 결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답변을 요구받는다. 나는 "왜 결혼을 했어?"라고 질문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결혼은 주거 상태나 타인과의 관계 맺음의 상태뿐 아니라 사회적 '계약'이기도 하다. 법적인 계약뿐 아니라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암묵적인 룰도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결혼 당사자와 당사자의 약속뿐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계약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두 사람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민을 간다거나, 직장을 그만둔다거나, 아이를 낳지 않겠다거나 하는 중대한 문제는 두 사람만 합의를 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결혼할 때 두 사람이 살 집을 위해 양가에서 돈을 모으는 것만 해도 이 결혼이 두 사람만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이 돈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부부가 돈주머니를 꺼내놓은 부모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 없이 동거를 시작하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동거가 입 밖에 꺼내면 안 될 문란한 것, 발랑 까진 애들이 생각 없이 저지르는 무엇이라고 취급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지 않나. 동거를 하지 않아도 커플들끼리 할 건 다 하고 산다. 혹시 아나. 프랑스처럼 동거 관련 법이 제정된다면 국가가 그렇게 원하는 출산율도 올라갈지.

결혼은 아니오, 그렇지만 아이는
 
 일 년 전, 나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출산 역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아이를 가진다는 건 비할 데 없이 큰 기쁨이라지만, 그 큰 기쁨을 위해 놓칠 수밖에 없는 다른 작은 기쁨들이 내겐 너무 많았다.
 일 년 전, 나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출산 역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아이를 가진다는 건 비할 데 없이 큰 기쁨이라지만, 그 큰 기쁨을 위해 놓칠 수밖에 없는 다른 작은 기쁨들이 내겐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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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고민은 잠정적으로 '보류'라고 결론지었지만, 사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이를 낳는 경험과 낳지 않은 경험을 둘 다 하고 비교해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결국 각자의 의견을 양쪽 귀로 듣는 수밖에는 없었다.

육아의 고단함에 대해 치열하게 묘사하는 글도 숱하게 읽어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이제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고의 기쁨을 준다는 간증(?)도 많이 들었다. 딱 죽을 것만큼 힘들고, 또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이었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기쁨과 고됨이 어떻게 똑같은 강도로 같을까. 저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고, 그걸 듣는 나 역시 내 입장에서만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일 년 전, 나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출산 역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아이를 가진다는 건 비할 데 없이 큰 기쁨이라지만, 그 큰 기쁨을 위해 놓칠 수밖에 없는 다른 작은 기쁨들이 내겐 너무 많았다. 싱글로 지내는 것에 거의 불만이 없다는 점, 미래보다 현재의 가치에 비중을 더 둔다는 점이 내 삶의 '노키즈'를 선택한 주된 이유였다.

귀중한 선물이 들었다는 박스를, 일단 열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건강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아이를 가지는 게 더 힘든 일이라고 하니, 아마 이 결정은 마흔이 넘어갈수록 '보류'에서 '확정'으로 변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선택'은 한 셈이니, 그것에 대한 결과 역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밥벌이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출산' 같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 또한,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을 한 것이냐는 내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절로, 어쩌다 보니, 우물쭈물하다가,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이유로 하게 된 선택에는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결과가 좋아도 기껍게 행복해하지 못하고, 결과가 나빠도 제대로 반성하게 되질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선택'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면, 결과에 대한 책임도 기꺼이 지게 된다. 결과가 나빠도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가정을 이룬 프리랜서, 혹은 N잡러는 싱글보다 헤쳐나가야 할 산이 더 높을 것 같다. 홍현진 전 <오마이뉴스> 기자가 동료들과 함께 만든 미디어 '마더티브'를 가끔 보곤 하는데, 그들은 엄마로 살면서도 나를 지키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분투 중이다. '워킹맘'(이 워킹에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모두 포함된다)의 스케줄은 나의 그것보다 훨씬 살인적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밥벌이로 생계를 잇는 부부는 그만큼의 시너지가 생길 것 같기도 하다. 강원도 영월군 홍보책자인 <그렇게, 영월>을 만들 때 취재했던 한 부부의 모습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여행자의 노래'라는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함께 도서관, 레스토랑, 기타 수업 등을 병행하는 그 부부는 함께 있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번밖에 살아보지 못해서 다른 삶과 비교해보니 이것이 더 좋더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끔 궁금하다. N잡러 엄마의 이야기가 말이다. 아니, 사실 육아가 웬만한 일보다 더 고되다고 하니, 일하는 부모들은 이미 N잡러가 아닌가.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서해문집(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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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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