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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무회의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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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지키기 어렵게 됐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지난 4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후 장기적 사업으로 하기로 했다"라고 말한 데 이어 문 대통령도 22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당분간 보류하라"라고 지시했다.

"꼭 이전해야 할 만큼 우선순위 과제냐?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의 세종시 이전과 연계해서 제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해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라며 "(서울) 정부종합청사에 이런 정도의 공간이 날 수 있는 기회가 이런 시기 말고는 없기 때문에 그런 계기(행정안전부의 세종시 이전)에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공약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은 대통령 집무실하고 비서실이고, 청와대에 있는 본관이나 영빈관 같은 의전공간, 그 다음에 헬기장 또는 지하벙커 등의 시설은 옮길 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하고 비서실만 옮겨놓는다고 하더라도 청와대나 북악산은 훨씬 더 많이 개방할 수가 있고, 또 특별히 경호상의 문제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일반 국민들이 본다면 그것이 나는 대통령 문화를 바꾸는 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상당히 의미있는 공약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했고, 좀 역점을 두었던 공약인데 지금 시기에 와서 여러 가지로 검토해 보니 아주 의미있는 공약이라고는 하지만 경제가 아주 엄중하다는 이 시기에 많은 리모델링 비용을 사용하고, 그다음에 이전하게 되면 그로 인한 행정상의 불편이나 혼란도 상당 기간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건 것을 다 감수하고서라도 굳이 이전을 꼭 할 만큼 그것이 우선순위가 있는 과제냐라는 점을 국민들이 과연 공감해줄까, 그런 점에서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그때의 광화문 시대, 집무실 이전 공약은 당분간 조금 더 보류하고,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들을 봐가면서 적절한 시기에 다시 판단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의 모습.
 지난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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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1호'에서부터 '사실상 백지화 발표'까지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과 2017년 두 번의 대선 시기에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내걸었다. 대통령 집무실 등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7년 1월 9일 SBS와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대선공약 1호'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꼽을 정도였다.

당시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만약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겨서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그래서 퇴근길에 남대문 시장에 들러서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함께 소주도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은 청와대가 봉건시대 구중궁궐처럼 국민과 유리돼 제대로 국민과 소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당시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업무를 본 박근혜 대통령을 반면교사한 것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현 명지대 석좌교수)에게 '광화문 대통령 공약기획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맡겼고, 취임한 이후인 지난 2018년 2월에는 유 전 청장을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어 청와대는 지난 2018년 11월 1일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구성을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는 민간위원 7~8명과 정부위원 7~8명 등 총 15~16명으로 구성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광화문대통령 시대위원회 위원장에 유 전 청장을 내정하기에 이르렀다.

비서실과 부속실 등을 이전해야 하고, 새 집무실을 리모델링해야 하는 등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할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이전 의지가 강해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았다. 

하지만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유 전 청장은 지난 4일 자문위원 자격으로 브리핑에 나서 "대통령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으로 이전할 경우 본관과 영빈관, 헬기장 등의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라며 "집무실 이전과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후 장기적 사업으로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1호'였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이 사실상 백지화됐음을 알리는 사전정지작업으로 풀이됐다.   

"장관들이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노력을 조금 더 해야"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 국무위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문 대통령 발언 듣는 국무위원들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 국무위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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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정안전부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보고한 뒤에 나왔다.

김부겸 장관은 "다가오는 목요일(24일)부터 2월 말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서 행정안전부가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한다"라며 "이번 이전은 서울청사와 민간건물에 있는 1403명이 대상이며, 정부세종 2청사에 우선 입주하되 부족한 공간에 대해서는 인근의 민간 임차청사에 임시로 이전할 예정이다"라고 보고했다.

김 장관은 "다만 정부 의전업무를 담당하는 의정관실과 과거사 지원단 등 일부 한시조직 등 업무특성상 서울 근무가 필요한 부서는 청사에 잔류하게 된다"라며 "이전 기간 동안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의 불편함이 없도록 불시 보안점검, 상황근무조 운영지원을 통해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금 장‧차관들이 서울에서 일을 볼 때가 많기 때문에 세종시 부처에서 얼마나 근무하는지를 살펴봤더니 월 평균 4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되다 보니 실·국장들도 장·차관 보고를 위해 서울에 와 있을 때가 많다"라며 "그 밑에 있는 사무관 등 실무급에서 보고자료만 작성해서 서울로 보내고, 서울에 있는 실·국장들이 적절하게 수정해서 장·차관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로 인해서 과거 부처 내 결재과정에서 있었던 소통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라며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장관들이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노력을 조금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그러기 위해서 가급적 장관들이 서울까지 굳이 안 와도 되도록 서울에서 회의를 하는 경우에도 영상회의를 많이 활용한다든지, 장관들이 세종시를 떠나지 않아도 되게끔 적극적으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부득이 서울에 와 있는 경우에도 실‧국장 등이 굳이 서울에 와서 보고하지 않아도 되게끔 작은 보고회의도 가급적 영상회의를 통해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행정안전부 세종시 이전으로) 여유 공간이 생긴다면 이렇게 큰 회의뿐만 아니라 몇 명 규모의 (작은) 보고회의도 영상회의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회의실을 많이 만들어 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주문했다.

태그:#광화문 대통령 시대,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유홍준, #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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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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