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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 완전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긴급 회견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 완전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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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최근 잇따른 체육계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신설해 실태조사에 나선다.

22일 최영애 위원장은 스포츠 인권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분야 폭력 및 성폭력의 완전한 근절을 위해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종합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 국가적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며 "한 선수의 일상을 전인격적으로 지배함으로써 피해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일생동안 지속되는 스포츠분야 폭력과 성폭력의 특수한 구조는 이미 10여년 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 밝혀졌음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분야 폭력과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이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방관이나 안일한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분야 폭력과 성폭력이 일회성이나 우발적이 아닌 구조화된 체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메달이나 입상 등 성과 중심적 문화는 폭력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이들 폭력과 밀접하게 결부돼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이다"라며 "피해자는 명백한 폭력과 성폭력에 대해서도 저항하기 힘들며, 피해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구조다. 그리고 폭력은 대물림된다"라고 쓴소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2월, 인권위는 학생선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정책권고를 제시했다. 이후 이를 반영해 KBS가 '스포츠와 성폭력에 관한 인권보고서'를 지난 2008년 1월에 방송해 스포츠분야 폭력과 성폭력 문제가 본격적인 공론의 장에 올랐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인권위는 2008년 11월 중고등학교 학생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와 더불어 '학생선수 인권종합대책'을 발표, 최종적으로 이 모든 활동을 집대성한 결과물로 2010년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권고했다.

최 위원장은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만 제대로 이행됐더라도 현재와 같은 암울한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며 "권고 이행에 소홀했던 정부와 대한체육회뿐만 아니라, 권고 이행여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인권위에도 책임이 있다"라고 했다.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구성돼 1년 동안 기획조사와 진정사건 조사, 제도 개선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특별조사단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피해 접수와 상담을 위해 창구를 마련한다. 여기에 피해가 접수되면, 해바라기센터에서 운영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경찰과 직접 연계돼 처리된다.

실태조사에도 나선다. 전체 등록 선수 약 13만여 명 중 표본을 조사해 실태를 파악한다. 다만, 빙상과 유도 등 최근 문제가 된 종목은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 완전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긴급 회견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 완전한 근절을 위한 특별조사단 구성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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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방법은 이렇다. 초중고 미성년 학생선수와 대학, 일반부 성인 선수로 구분해 용역을 발주하고, 미성년 학생 선수의 경우는 설문조사 전 인권교육을 사전에 실시한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법적 절차를 밟기를 원한다면, 신속하게 조사와 구제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률지원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운동단체와 합숙 시설도 점검한다. 대상은 국가대표 훈련원과 각 학교 운동부가 운영하는 합숙시설 모두이다. 선수와 지도자, 선수 부모 등 대상자별 맞춤형 인권교육 체계도 마련한다.

국가적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 방안도 마련한다. 25명 내외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스포츠인권 정책포럼'을 꾸려 스포츠인권 종합 제도개선 방안을 생산하고 이 결과물을 활용해 종합적인 정책과 제도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피해를 보거나 인지했을 때,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신뢰도 높은 상설 스포츠인권 전담 기구를 위한 로드맵도 마련한다. 상시적인 국가 감시 체계 시스템을 꾸리기 위해서다.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피해를 혼자 감내하다가 힘들게 용기를 내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다시 좌절하는 지금과 같은 구조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애 위원장은 "국가 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훈련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 그동안 많이 미흡했다"라며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시작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개선, 그리고 국가적 감시 시스템을 완전하게 정착시키는 중장기 계획까지 차근차근 긴 호흡으로 최대한 빨리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태그:#스포츠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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