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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의 목포 건물 투기 의혹 보도와 연관이 있는 목포 조선내화 옛공장 문화재 등록 표류와 관련해 강제윤 사단법인 섬 연구소 소장의 페이스북 글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손혜원 의원이 꼭 지켜야 한다고 했던 목포 조선내화 옛공장 문화재 등록이 몇달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조선내화측에서 문화재신청서를 목포시에 제출했는데 문화재청에 전달하지 않고 서랍속에 넣어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포시는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제 문화재청장이 직권등록으로 문화재를 보호해야합니다. 그래서 정재숙 문화재청장에게 직권등록 청원 편지를 썼습니다.

중흥건설과 재개발 조합이 탐내는 조선내화 땅은 아파트 건설 예정지의 26분의 1밖에 안됩니다. 그러니 문화재 등록 때문에 아파트 건설이 어렵다는 주장은 근거없습니다. 아파트 짓고 싶다면 남의 땅 탐내지 말고 자신들의 땅 26분의 25에 지으면 됩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님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18일 "검찰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서산온금지구 조선내화 부지 아파트 건설 관련 조합과 중흥건설이 같이 검찰 조사에 응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사진은 이날 오후 전남 목포시 '조선내화주식회사 구 목포공장'(등록문화재)의 모습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18일 "검찰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서산온금지구 조선내화 부지 아파트 건설 관련 조합과 중흥건설이 같이 검찰 조사에 응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사진은 이날 오후 전남 목포시 "조선내화주식회사 구 목포공장"(등록문화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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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청장님! 요즘 목포 부동산 투기 괴담에 휩싸인 손혜원 의원이 꼭 지켜져야 한다고 했던 조선내화 목포 공장을 잘 아시지요? 저도 손 의원과 함께 목포의 조선내화 구 목포공장을 문화재로 등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철거 위기에 있던 통영의 국가무형문화재 추용호 소반장의 150년 된 전통 공방도 손 의원과 함께 지켜내서 문화재로 등록시키기도 했었지요. 지금 조선내화 옛 목포공장은 건물과 설비, 굴뚝 등 13점이 등록문화재 제707호로 등록돼 있는데, 지난 2017년 공장을 강제 수용당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던 조선내화 측에 조선내화의 문화재 등록을 제안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청장님께서는 지난 2018년 11월 18일, 아직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조선내화 옛 목포공장 권역 전체가 문화재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문화재청장상을 수여한 바 있습니다. 제가 신청한 한국내셔날트러스트의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 공모전을 통해서지요. 그러니 조선내화 옛 목포공장은 문화재청이 이미 보호해야할 문화재로 인정한 곳입니다. 게다가 청장님도 지난해에 그곳을 다녀가셨으니 얼마나 소중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지를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아직도 조선내화 옛 공장 권역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이 "근대기 산업유산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그 시설의 일부를 문화재 등록 했으면서도 동일한 가치가 있는 다른 시설물들은 여전히 방치해 두고 있습니다. 청장님은 이것이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보시는지요?

1938년에 건립된 조선 내화 옛 공장은 면적이 9000여 평(2만9230㎡)이나 되는데 그 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원형이 보존된 이 땅 유일의 근대 산업유산입니다. 내화란, 불에 견디는 벽돌이나 용광로 같은 것이지요. 포항제철 용광로도 내화물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근대 산업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들입니다. 게다가 공장이 있는 온금동은 목포의 역사와 문화, 애환을 간직한 목포 어촌문화의 뿌리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나이든 주민들이 산비탈에 기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선내화 공장과 산동네를 철거한 뒤 21층 고층 아파트와 주상 복합 건물을 지으려는 계획이 세워져 있지요. 민자사업 뿐만 아니라 394억원의 정부예산도 투입될 예정입니다.  산업유산도 유산이지만, 저는 실상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대체 지금 살고 있는 노인들 중에서 아파트에 입주 할 수 있는 분들이 몇 분이나 될까도 걱정스럽습니다. 보상금보다 몇 배는 더 비싼 아파트에 그분들이 어찌 들어가 살 수 있을까요?

차라리 정부에서 도시재생 구역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거기에 아파트 공사에 투자 될 국비 394억원을 보태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 더 실효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재개발 조합원이 364명이니 아파트 건설에 지원될 국비만으로도 조합원 1인당 1억 원 이상을 주거 개선비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대체 어느 것이 주민들에게 더 큰 이익일까요?

아파트 지으려는 중흥건설과 옛 공장을 지키려는 조선내화의 싸움
 
18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서산온금지구 조선내화 부지 아파트 건설 관련 조합과 중흥건설 등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검찰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전남 목포에서 이뤄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장 국감에서 재개발 사업 조합원으로부터 항의받는 손 의원의 모습
 18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서산온금지구 조선내화 부지 아파트 건설 관련 조합과 중흥건설 등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검찰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전남 목포에서 이뤄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장 국감에서 재개발 사업 조합원으로부터 항의받는 손 의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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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아파트 개발을 바라는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고 개발 이익을 얻고 싶은 마음을 어찌 나쁘다고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 동네에 아파트 건설하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옳다고 믿는 것은 서로 상생하는 것입니다. 재개발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땅에 아파트를 지으면 되고 조선내화 공장 소유주는 자신의 공장을 지키면 그뿐입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자기 소유 낡은 건물을 허물고 그 땅에 아파트나 빌딩을 지어 개발 이익을 얻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내화측은 개발 이익 대신 자신의 옛 공장이 문화재로 등록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공장의 원형을 보존하며 내화 산업 박물관과 복합 문화 시설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일부는 이미 문화재 등록을 했고 나머지도 문화재로 등록해 달라고 목포시에 서류를 접수했습니다. 참으로 희귀하고 본받을만한 일입니다. 아무튼 건설사나 재개발 조합 측의 아파트 건설 요구가 적법하고 정당하듯이 조선내화 측의 문화재 등록 요구 또한 아주 적법하고 정당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도시계획대로 아파트가 건설되면 조선내화는 자신의 땅 9000여 평 중 절반인 4200여평(1만 4076㎡)과 소중한 공장 시설물들을 강제수용 당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도시개발법 때문입니다. 도시개발법 22조는 "사업대상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토지 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동의"만 받으면 나머지 주민들의 땅을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아도 땅이 적은 나머지 절반의 소유자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단 얘기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지금껏 존속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넌센스지요. 반드시 폐지돼야 할 권위주의 시대의 악법입니다.

그런데 중흥건설과 재개발조합은 이 법을 근거로 문화재 등록된 땅과 시설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조선내화 옛 목포공장을 강제 수용해 아파트를 지으려는 겁니다. 남의 땅을 빼앗아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지요. 언론들은 이 상황을 재개발 조합과 손혜원 의원 간의 대립으로 보도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재벌기업인 중흥건설과 중소기업인 조선내화 간의 대립입니다. 재개발 조합이 아파트건설을 원해도 건설사가 발을 빼면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인 셈입니다.

물론 아직 법이 바뀌지 않아 이 또한 적법한 것이니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법대로 하면 됩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 와중에서 자기의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조선내화 측의 권리가 무시되고 소중한 근대 산업유산이 멸실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조선내화 측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선내화 옛 공장 전체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신청한 것이지요.

하지만 문화재청에 서류를 전달만 해주면 되는 목포시가 몇 달째 서랍에 넣어두고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목포시는 "조선내화 측과 재개발조합이 협의해서 문제를 풀어보라는 뜻에서 서류를 붙들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목포시의 직무유기

물론 목포시의 곤혹스런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당사자들 간에 원만하게 합의가 돼서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이 최선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애초부터 화해 불가능한 상대들입니다. 자기 땅을 빼앗으려는 측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측이 어떻게 원만히 협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목포시가 문화재 신청 서류를 몇 달째 붙들고만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닙니다.

문화재는 문화재고 아파트는 아파트입니다. 목포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문화재 등록 신청 서류를 문화재청에 전달만 하면 됩니다. 건설사와 재개발 조합의 법적 권리를 보장했듯이, 조선내화 측의 법적 권리도 보장해주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조선내화는 문화재를 보존하고 건설사와 재개발조합은 자신들의 땅에 아파트를 짓게 해주면 그만입니다. 그것이 공정한 태도가 아닐까요.

존경하는 청장님! 청장님께서도 조선내화 옛 목포 공장의 문화재 등록 지연 이유를 짐작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상황은 녹녹치 않습니다. 목포시는 조선내화의 문화재 등록 서류를 붙들고만 있고 중흥건설과 재개발 조합은 강제 수용 뒤 철거하고 아파트 건설을 강행하겠다 공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귀중한 근대 산업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문화재청이 손 놓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아파트는 아파트대로, 문화재는 문화재대로... 더이상 방치하지 마십시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2018년 10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16
▲ 정재숙 문화재청장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2018년 10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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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문화재보호법 53조는 등록문화재의 청장 직권 등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청장 직권 등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장 문화재 청장 직권 등록을 해야 마땅합니다.

중흥건설과 재개발 조합은 조선내화 공장을 문화재로 등록한다 해서 아파트를 짓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아파트 건설이 무산될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중흥건설과 재개발 조합이 계획 중인 '목포 서산 온금 지구 재정비 촉진 지구 및 촉진 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예정중인 아파트 건설 부지는 모두 37만 5230㎡인데 강제수용하려는 조선내화의 땅은 1만 4076㎡입니다. 전체 면적의 26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 정도 땅이 없다고 아파트를 못 짓겠습니까. 그러니 문화재 등록 때문에 아파트 못 짓게 생겼다는 항변은 근거가 없습니다. 고작 26분의 1의 땅만 빼고 지으면 되는데 누가 그것을 못 짓게 한단 말입니까? 조선내화 소유 땅 욕심 부리지 않고 자기 땅에 지으면 됩니다.

사회구성원들은 각자 가져야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재개발조합은 조합대로 조선내화는 조선내화대로 적법하게 권리를 지키면 됩니다. 목포시와 문화재청은 법에 따라 의무를 다하면 됩니다. 모두가 적법하게 법대로 하면 문제될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청장님께서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조선내화 옛 목포 공장을 조속하게 직권 등록해 주시길 청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1월 21일 강제윤 드림

태그:#손혜원, #목포, #조선내화, #정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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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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