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이겨내고 자기들이 준비한 실력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강팀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우승 후보 이란이 분명히 보여줬다. 시작하자마자 내준 페널티킥 위기 상황에서 이번 대회 가장 뛰어난 슈퍼 세이브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골키퍼 베이란반드가 팀을 구한 것이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란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전 2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오만과의 16강 토너먼트 세 번째 경기에서 2-0으로 이겨 8강에 올라 중국과 준결승 티켓을 놓고 만나게 됐다.

56초만에 페널티킥 내주는 이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너무 일찍 벌어졌다. 시작 후 56초만에 이란 골문 앞에서 세자르 아르투로 라모스(멕시코)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페널티킥이었다. 오만의 역습 롱 패스가 알 가싸니 앞 공간으로 정확하게 배달되었는데 이란 센터백 호세이니가 그를 막기 위해 걸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끌고 있는 오만이 우승 후보 이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키커로 나온 알 마하이즈리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이란 골키퍼 베이란반드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킥 직전 동료 골잡이 아즈문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예측한 것이 신기하게도 들어맞았다. 경험 많은 선수들은 페널티킥 키커가 뒤에서 걸어가는 동작으로도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한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위기를 넘긴 이란은 자기들이 준비한 공격 패턴을 조금씩 펼치기 시작했다. 베테랑 미드필더 데자가가 중심을 잡고 이란이 자랑하는 사르다르 아즈문을 활용하여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첫 번째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하여 생긴 제2, 제3의 공간으로 왼쪽에서 타레미가 오른쪽에서 자한바크시가 파고들어가는 것이 두 번째 패턴이다. 이처럼 '타레미 - 아즈문 - 자한바크시'가 실질적인 쓰리 톱 역할을 날카롭게 하는 것이 이란 공격의 핵심인 셈이다.

투박하게 보여도 위력적인 이란의 공격 패턴
 
 오만전에서 자한바크시가 득점에 성공하자 기뻐하는 이란 선수들

오만전에서 자한바크시가 득점에 성공하자 기뻐하는 이란 선수들 ⓒ AFP/연합뉴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결승골이 나왔다. 투박하게 보이지만 상대 팀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공간 패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32분, 오만 수비수 알-무살라미의 실수가 나왔지만 자한바크시를 겨냥한 롱 패스 전술이 먼저 인상적이었다. 타레미, 아즈문과 함께 이란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자한바크시는 이 실수를 놓치지 않고 어깨 싸움을 걸어 오른발 아웃사이드 밀어넣기까지 성공시킨 것이다. 

그로부터 7분 뒤에는 반대쪽 타레미를 겨냥한 패스가 이어졌고 그를 막아내기 위해 오만 수비수 알-무카이니가 걸기 반칙을 저질렀다. 이번에도 페널티킥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오만전에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성공시키는 이란의 데자가

오만전에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성공시키는 이란의 데자가 ⓒ AP/연합뉴스

 
이란의 키커는 노련한 미드필더 데자가였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 인사이드 슛은 오만 골키퍼 알-루셰이디를 속이고 정면으로 날아가 꽂혔다. 전반전을 끝내기도 전에 상대가 좀처럼 따라붙기 힘든 2-0 점수판을 만들어낸 것이다.

후반전에도 이란의 쓰리 톱은 역습의 중심에 든든하게 서 있었다. 58분, 타레미가 오만 수비 라인 뒤로 빠져들어가며 롱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놓고는 오른발 인스텝 슛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하지만 오만 골키퍼 알-루셰이디가 각도를 잘 잡아 타레미의 슛을 막아냈다.

86분에도 단짝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과 타레미의 역습 호흡이 빛났다. 왼쪽 측면에서 시작된 역습 롱 패스를 사르다르 아즈문이 잡아놓은 다음, 교차하며 더 좋은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타레미를 향해 결정적인 패스를 넣어준 것이다. 

여기서도 오만 골키퍼 알-루셰이디가 과감하게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슈퍼 세이브 실력을 자랑했지만 이란 두 골잡이의 날카로움은 상대 수비수들로서는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었다. 역습 스피드는 물론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는 뚝심, 그리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이 훌륭했다. 결승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한국 수비수들은 이들 세 선수가 만들어내는 연계 플레이를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2019 AFC 아시안컵 16강 결과
(21일 오전 2시,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아부다비)

★ 이란 2-0 오만 [득점 : 자한바크시(32분), 아쉬칸 데자가(41분,PK)]

◎ 이란 선수들
FW : 타레미, 사르다르 아즈문(88분↔쇼자에이), 자한바크시(69분↔체쉬미)

MF : 에브라히미, 아미리, 데자가(78분↔고도스)
DF : 모함마디, 호세이니, 푸랄리간지, 레자에이안
GK : 베이란반드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이란 58.2%, 오만 41.8%
유효 슛 : 이란 4개, 오만 2개
슛 : 이란 12개(박스 안 11개), 오만 6개(박스 안 3개)
패스 : 이란 476개, 오만 351개
롱 패스 : 이란 69개, 오만 73개
패스 성공률 : 이란 81.9%, 오만 70.7%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이란 67.7%, 오만 60.8%
크로스 : 이란 24개, 오만 6개
크로스 성공률 : 이란 20.8%, 오만 50%
가로채기 : 이란 15개, 오만 13개
오프 사이드 : 이란 0개, 오만 0개
코너킥 : 이란 6개, 오만 3개
태클 : 이란 15개, 오만 18개
파울 : 이란 9개, 오만 8개
경고 : 이란 2장(호세이니, 아미리), 오만 1장(알-무살라미)

◇ 16강 이후 토너먼트 대진표
37번 게임 ★ 베트남 1-1(승부차기 4-2) 요르단
38번 게임 ★ 중국 2-1 태국
39번 게임 ★ 이란 2-0 오만
40번 게임 ☆ 사우디 아라비아 - 일본(21일 오후 8시, 샤르자 스타디움-샤르자)
41번 게임 ☆ 호주- 우즈베키스탄(21일 오후 11시, 칼리파 빈 자예드-알 아인)
42번 게임 ☆ 아랍에미리트-키르기스스탄(22일 오전 2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아부다비)
43번 게임 ☆ 한국 - 바레인(22일 오후 10시, 라시드 스타디움-두바이)
44번 게임 ☆ 이라크 - 카타르(23일 오전 1시, 알 나얀-아부다비)

45번 게임(8강) ☆ 베트남 vs 사우디 아라비아-일본 승자
46번 게임(8강) ☆ 중국 vs 이란
47번 게임(8강) ☆ 43번 승리 팀 - 44번 승리 팀
48번 게임(8강) ☆ 41번 승리 팀 - 42번 승리 팀

49번 게임(4강) ☆ 45번 승리 팀 - 46번 승리 팀
50번 게임(4강) ☆ 47번 승리 팀 - 48번 승리 팀

51번 게임(결승전) ☆ 49번 승리 팀 - 50번 승리 팀
(2월 1일 오후 11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아부다비)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아시안컵 이란 오만 자한바크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