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축하하고 있다. 2019.1.20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축하하고 있다. 2019.1.20 ⓒ 연합뉴스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자신들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베트남 선수들이었다. 그만큼 베트남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축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이기고 B조 1위로 16강에 오른 요르단도 베트남의 조직력 앞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 첫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끝낸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당 반 럼의 슈퍼 세이브에 힘입어 4-2로 이겨 당당히 8강에 가장 먼저 올라섰다.

신중한 경기 운영

경기 초반부터 베트남 선수들은 조심스럽게 게임을 풀어나갔다. 상대 팀 요르단이 우승 후보 호주의 발목을 잡으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요르단은 예상했던 것처럼 야신 바키트의 빠른 역습이 돋보였고 모우사 술레이만의 유연한 드리블이 빛났다. 그리고 39분에 멋진 선취골까지 만들어냈으니 요르단이 베트남을 물리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베트남 페널티 지역 바로 안쪽에서 미드필더 도 흥 중의 발이 높게 올라가며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페널티킥 선언인 줄 알았지만 팔을 높게 뻗어 이례적으로 간접 프리킥을 선언한 것이다. 

이 기회에서 오른발 킥 실력이 매우 뛰어난 요르단 미드필더 바하 압델라만이 동료가 살짝 건드려 놓은 공을 향해 달려들어가며 기막힌 오른발 감아차기를 성공시켰다. 베트남 골키퍼 당 반 럼이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압델라만의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은 묵직하게 구석으로 날아가 꽂힌 것이다.

하지만 먼저 골을 내준 베트남 선수들은 겁 먹고 움츠리기만 하는 축구를 하지 않았다. 후방 빌드 업은 신중하면서도 공격 지역에 올라서서 상대 수비수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빠른 연계 플레이가 돋보였다. 응유엔 꽝 하이, 응유엔 꽁 프엉 등을 중심에 두고 요르단 못지 않게 공격적으로 날카롭게 준비한 것들이 있기에 그들만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꽁 프엉의 멋진 동점골, 그리고 승부차기

실점 후 전반전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요르단의 베테랑 골키퍼 아메르 샤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센 반격이 이어졌다. 실점의 빌미가 된 간접 프리킥을 내준 베트남 미드필더 도 흥 중의 오른발 중거리슛(43분)도 위력적이었고 전반전 추가 시간 오른쪽 윙백 쫑 호앙의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도 골키퍼가 직접 잡아내기 힘들어 쳐내기만 했다.

베트남 공격을 주도하는 이 선수들의 자신감은 51분에 누구보다 멋지게 빛났다. 오른쪽 윙백 쫑 호앙의 얼리 크로스가 요르단 골문 바로 앞으로 뻗어가는 순간 골잡이 응유엔 꽁 프엉이 빠져나가며 오른발 발리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크로스와 발리 슛의 퀄리티가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다. 

이 귀중한 동점골에 기세가 오른 베트남은 9분 뒤에도 판 반 득이 빠져들어가며 요르단 골키퍼 아메르 샤피와 1대 1로 맞서는 역전골 기회를 잡아내기도 했지만 발끝으로 방향을 바꿔 굴려 넣으려 한 공을 요르단 센터백 바니 야신이 골 라인 바로 앞에서 쳐내고 말았다. 

베트남의 이러한 기세에 밀린 요르단은 다시 공격 주도권을 휘어잡지 못했다. 오히려 연장전까지 실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고 할 정도로 베트남의 빠른 역습과 공간 패스가 효율적이었다. 연장전 30분도 다 흘러갈 때까지 상황에 맞게 대응 전술을 주문한 박항서 감독의 통찰력이 돋보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리하게 공격에 욕심을 부리다가 뒤통수 한방을 얻어맞고 주저앉기보다는 승부차기까지 가더라도 상대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이 베트남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요르단 선수들은 물론 코칭 스태프의 표정까지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는 사실로 박항서 감독의 정세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르단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낀 부담감은 승부차기에서 결정적 갈림길로 작용했다. 요르단의 두 번째 키커 바하 세이프의 오른발 슛이 너무 강하게 뻗어가는 바람에 크로스바를 때리고 멀리 떨어져나갔다. 승리의 여신이 베트남을 향해 미소짓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승부차기 세 번째 순서에서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드필더 르엉 쑤언 쯔엉의 오른발 슛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간 것과는 달리 요르단의 세 번째 키커 아마드 살레의 오른발 슛은 베트남 골키퍼 당 반 럼이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이제 베트남에게 남아있는 두 명의 키커 중 1명만 성공시켜도 이기는 흐름이었다. 승부차기 네 번째 순서에서 베트남의 쩐 민 브엉의 오른발 슛은 요르단 골키퍼 아메르 샤피에게 잡혔지만 요르단의 아마드 에르산의 오른발 슛은 오른쪽 구석에 날아가 꽂혔다. 

그 다음에 등장한 베트남의 다섯 벗째 키커 부이 티엔 중이 16강 첫 번째 게임을 끝내고 말았다.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 슛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낮게 깔려 들어간 것이다. 부이 티엔 중은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념비적인 8강 진출을 자축했다. 

박항서 매직이 아직 진행중인 베트남은 이제 사우디 아라비아와 일본의 16강 네 번째 게임 승리 팀과 8강에서 만나게 됐다.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2019.1.20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2019.1.20 ⓒ 연합뉴스

 
2019 AFC 아시안컵 16강 결과(20일 오후 8시, 알 막툼 스타디움-두바이)

★ 베트남 1-1 요르단 [득점 : 응유엔 꽁 프엉(51분,도움-쫑 호앙) / 바하 압델-라만(39분)]

◎ 베트남 선수들
FW : 판 반 득(연장15+1분↔르엉 쑤언 쯔엉), 응유엔 꽁 프엉(77분↔응유엔 띠엔 링), 응유엔 꽝 하이
MF : 도안 반 하우, 응유엔 후이 흥(연장6분↔응유엔 반 뚜언), 도 흥 중, 응유엔 쫑 호앙(연장27분↔쩐 민 브엉)
DF : 부이 티엔 중, 응옥 하이, 도 주이 만
GK : 당 반 럼

◎ 요르단 선수들
FW : 야센 바키트(연장8분↔에산 마넬 하다드), 유세프 라와슈데(연장15+2분↔아마드 살레), 모우사 술레이만(연장8분↔아마드 에르산)
MF : 바니 아테야, 알 무르잔(71분↔바하 세이프), 바하 압델-라만
DF : 알 아잘린, 타레크 카탑, 바니 야신, 페라스 실바야
GK : 아메르 사피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베트남 58.4%, 요르단 41.6%
유효 슛 : 베트남 7개, 요르단 4개
슛 : 베트남 19개(박스 안 6개), 요르단 13개(박스 안 6개)
패스 : 베트남 693개, 요르단 485개
롱 패스 : 베트남 84개, 요르단 95개
패스 성공률 : 베트남 82.8%, 요르단 78.8%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베트남 68.4%, 요르단 62.7%
크로스 : 베트남 12개, 요르단 17개
크로스 성공률 : 베트남 33.3%, 요르단 23.5%
가로채기 : 베트남 10개, 요르단 14개
오프 사이드 : 베트남 1개, 요르단 3개
코너킥 : 베트남 8개, 요르단 0개
태클 : 베트남 18개, 요르단 24개
파울 : 베트남 14개, 요르단 15개
경고 : 베트남 1장(당 반 럼), 요르단 1장(바니 아테야)

◇ 16강 이후 토너먼트 대진표
37번 게임 ★ 베트남 1-1(승부차기 4-2) 요르단
38번 게임 ☆ 중국 - 태국(20일 오후 11시, 하자 빈 자예드-알 아인)
39번 게임 ☆ 이란 - 오만(21일 오전 2시, 모하메드 빈 자예드-아부다비)
40번 게임 ☆ 사우디 아라비아 - 일본(21일 오후 8시, 샤르자 스타디움-샤르자)
41번 게임 ☆ 호주- 우즈베키스탄(21일 오후 11시, 칼리파 빈 자예드-알 아인)
42번 게임 ☆ 아랍에미리트-키르기스스탄(22일 오전 2시, 자예드 스포츠 시티-아부다비)
43번 게임 ☆ 한국 - 바레인(22일 오후 10시, 라시드 스타디움-두바이)
44번 게임 ☆ 이라크 - 카타르(23일 오전 1시, 알 나얀-아부다비)

45번 게임(8강) ☆ 베트남 vs 사우디 아라비아-일본 승자
46번 게임(8강) ☆ 38번 승리 팀 - 39번 승리 팀
47번 게임(8강) ☆ 43번 승리 팀 - 44번 승리 팀
48번 게임(8강) ☆ 41번 승리 팀 - 42번 승리 팀

49번 게임(4강) ☆ 45번 승리 팀 - 46번 승리 팀
50번 게임(4강) ☆ 47번 승리 팀 - 48번 승리 팀

51번 게임(결승전) ☆ 49번 승리 팀 - 50번 승리 팀(2월 1일 오후 11시)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박항서 베트남 아시안컵 요르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