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의 책 표지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의 책 표지
ⓒ 검둥소 제공

관련사진보기

상을 당한 유족의 요청에 따라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염사' 혹은 '장의사'라 부른다. 예전에는 시체 처리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만 봤지만 지금은 장례상담과 시신관리, 의례지도, 빈소설치 등 종합적으로 장례의식을 주관하고 관리하는 장례전문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81년부터 '염사제도'를 운영해오다 지난 1993년 폐지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8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처음으로 '장례지도사'라는 자격을 법률로 규정했다. 이후 염사나 장의사보다 장례지도사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장례지도사는 장례의식만을 단순히 주관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날마다 죽음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사람이자 죽음의 눈으로 삶을 보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죽음을 대하는 감수성이 높은 사람이다. 이들 옆에서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도 이들의 활동과 고민을 지켜보면서 죽음을 '현실'로 생각하게 된다.     

'잘 사는 것'-'잘 죽는 것'-'잘 보내는 일'에 관한 이야기

장례를 치르는 사람과 장례를 돕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스무 편의 이야기가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검둥소)라는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잘 사는 것'(삶)과 '잘 죽는 것'(죽음), '잘 보내는 일'(장례), 즉 '생명의 순환'에 관한 이야기이다. "살아있는 순간은 죽어가는 순간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에는 병마와 노환에 시달리다 힘겹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쓸쓸한 죽음, 타워크레인에 깔려 조각난 육신, 연달아 가족 셋을 떠나보낸 유족,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농민, 한국전쟁 때 학살당한 민간인들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판사는 "사랑과 후회, 아픔과 고통, 외로움과 가난, 폭력과 저항에 대한 기록이며 평범한 이웃의 최후에 관한 기록이다"라고 표현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지난 10년 동안 만난 '산 이'와 '죽은 이'의 이야기인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는 총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영결의 아침'에는 장례지도사가 맞이하고 배웅하는 죽음의 언어가 담겼고, 제2장 '조등을 켜다'에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조합원이 직접 치른 장례의 풍경이 그려졌다. 제3장에는 '현대의 곡비'(哭婢)가 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를 위한 노력들이 실렸다. '곡비'란 장례 때에 곡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곡을 해주는 이를 가리킨다.  

"한때 따뜻한 피가 돌았을 부드러운 육신. 이제 그는 물체에 더 가까운 존재이다. 그와 나 사이 적요가 놓인다. 고요 속에서 그에게 입혀지는 수의의 서걱거림을, 육신의 마지막 소리로 듣는다."(1장)

"잘 죽기 위해서는 잘 보내야 한다. 삶의 시간이 누적될수록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부고에 놀라지 않는 나이, 이별의 시간이 자연스러워진다. 보내는 일의 종착점은 떠나는 시간일테니 그 전까지는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하려 한다."(2장)

"그들을 애도하는 일은 살아있는 우리를 위한 위로이다. 존엄한 죽음을 받아들이며 오늘을 사는 지혜를 깨우치고 싶어하는, 죽음을 업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3장)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옛날 마을마다 조직돼 있던 '상포계(喪布契)'를 계승한 협동조합이다. 상포계란 어느 집에 초상이 났을 때 서로 돕기 위해 만들어진 마을협동조직이다. 그러한 상포계의 정신을 이어받아 죽음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후죽순 생겨난 '기업형 상조회사'와는 다른 '협동조합'이다. 그동안 리영희·김근태·허병섭·홍근수·성유보·김용태·백남기 등의 장례를 치러냈다.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안팎의 사람들'이 함께 썼다. 월간 <말> 기자와 희망제작소 콘텐츠센터장을 지낸 김경환, 경영지식 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상현, 장례지도사 김윤식·박태호·최대영, (주)우리교육 대표인 신명철, 콘텐츠 생산노동자 우은주, 공인회계사인 유종오,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인 이하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대표인 임종한, 글쓰는 농부이자 생태영성운동가 전희식, 전태일50주기사업위원장인 한석호 등이 힘을 보태 '죽음이 삶에 보낸 안부'를 감동스럽게 전하고 있다.    

태그:#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장례지도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