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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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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인기 애니매이션에 나오는 팽이를 가지고 놉니다. 하지만 제게 익숙한 팽이는 나무를 깎아 만든 팽이입니다. 제가 어릴 적엔 산에서 나뭇가지를 잘라와서 팽이를 만들었고, 친구들과 마당에서 팽이치기를 했습니다. 과거 즐거웠던 추억을 아이와 공유하고 싶어서 정말 오랜만에 팽이를 만들어봤습니다.

잘 돌아가는 팽이를 만들려면 먼저 적당한 굵기(지름 5~6cm)의 가능한 원형에 가까운 나뭇가지를 골라야 합니다. 이 나뭇가지를 8~9cm정도의 길이로 자릅니다. 이 짧막한 원기둥 형태의 나무토막을 도토리 모양이 되도록 절반 정도를 돔 형태로 깎아냅니다(시골집에 있는 조선낫을 사용했습니다).

둥글게 깎이지 않은 나머지 윗 부분은 팽이채로 때리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넉넉히 있어야 팽이치기를 할 때 팽이를 쓰러뜨리지 않고 회전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깎아 만드는 팽이는 팽이 아랫 부분에 머리가 둥근 나사못을 박음으로써 완성됩니다.

팽이가 완성되었으니 이번엔 팽이의 짝꿍 팽이채를 만듭니다. 어른 엄지손가락 정도 굵기의 나뭇가지를 팔꿈치에서 손끝까지 길이로 자릅니다. 나뭇가지의 끝 부분에 얇은 천 두 가닥을 40~50cm정도 길이가 되도록 묶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팽이를 칠때 팽이채의 천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것입니다.

이제 팽이와 팽이채를 가지고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며 팽이치기를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아이를 마당으로 불러 팽이에 팽이채를 감는 방법, 처음 팽이를 풀어놓는 방법, 팽이를 계속 잘 돌아가게 치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팽이를 깎으면서 옛날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손은 아직 어릴 적 팽이치던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마당에 나와 아빠가 직접 깎은 팽이를 보는 아이는 마냥 신기해 합니다. 진짜 아빠가 만든 거냐며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아빠의 팽이치기 실력을 보더니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습니다.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팽이치기인데도 신기하리만치 빠르게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갑자기 포근해진 겨울날 아이와 함께 팽이를 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농촌을 떠나 도시에 살게 되면서 점점 잊히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어릴 적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들을 자꾸만 소환하고 싶습니다. 다음 번엔 어떤 추억을 소환해 볼까요?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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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지치지 말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모든 것이 유한하다면 무의미 또한 끝이 있을 터이니. -마르틴 발저, 호수와 바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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