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저한테 쏟아지는 비난만큼 도살장 문제 해결해 달라”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을 빚고 동물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년 동안 안락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케어가 그동안 해왔던 일부 동물의 안락사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매일 같이 행해지는 대량 살처분과는 다른 인도적인 안락사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저한테 쏟아지는 비난만큼 안락사할 수밖에 없는 도살장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 박소연 “저한테 쏟아지는 비난만큼 도살장 문제 해결해 달라”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을 빚고 동물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년 동안 안락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케어가 그동안 해왔던 일부 동물의 안락사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매일 같이 행해지는 대량 살처분과는 다른 인도적인 안락사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저한테 쏟아지는 비난만큼 안락사할 수밖에 없는 도살장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 유성호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안락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 박소연 대표는 서울 서초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논란으로 충격을 받은 회원과 활동가, 이사들,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혔다. 유기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안락사 논란과 사퇴 압박이 불거진 지 7일 만이다.

이번 박소연 대표의 안락사 논란은 버려진 개들이 거꾸로 인간을 역습한다는, 다소 섬뜩한 주제 의식을 다룬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2015)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영화 <화이트 갓> 너무 간단하고 쉽게 버려지는 생명체
 
 영화 <화이트 갓>의 한 장면

영화 <화이트 갓>의 한 장면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릴리(조피아 프소타)에게는 하겐으로 불리는 반려견 한 마리가 있었다. 둘은 늘 붙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는 엄마의 출장으로 인해 현재는 엄마와 이혼하여 혼자 살고 있는 아빠(산도르 즈소테르)의 빌라에서 3개월 동안 그와 함께 생활해야 했다.

정작 문제는 하겐을 돌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 이곳 빌라에서 개를 키우기 위해서는 당국에 신고를 해야 했으나 아빠는 그럴 수 없다며 완강히 버텼기 때문이다. 감정이 상한 릴리는 결국 하겐을 데리고 가출을 감행한다. 그렇다고 어디를 가도 반려견을 환영해주는 곳은 없었다.

아빠는 개를 보호소로 보낼 것인지 아니면 유기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릴리를 압박해온다. 릴리는 둘 다 싫다며 완강히 버텨보지만, 아빠의 완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길에 버려지게 된 하겐, 릴리는 "언젠간 꼭 다시 찾아오마"라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그 빛과 그림자
 
 영화 <화이트 갓>의 한 장면

영화 <화이트 갓>의 한 장면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반려동물 천만 시대다. 덕분에 관련 시장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시장은 2017년 기준 2조8900억 원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KB금융지주가 지난 2017년 7월 발표한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7년 30.9%로 7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실제로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늘어난 반려동물인구만큼 버려지는 동물들도 크게 증가했다. 2017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유기시키거나 유실된 동물의 숫자가 연간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에 비례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반려동물인구 천만 시대,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꽤나 어두운 측면이 깊숙이 감춰져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매년 유실·유기된 동물 10만여 마리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30% 가량은 분양되고 있으며, 27%는 자연사 그리고 20%는 안락사 처리된다. 그러니까 10만 마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만 내지 5만 마리에 이르는 동물들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동물보호시설의 숫자는 오늘날 케어 논란이 한 개인 혹은 단체의 일탈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모순임을 입증하는 잣대다.

영화 <화이트 갓>이 던지는 섬뜩한 경고
 
 영화 <화이트 갓>의 한 장면

영화 <화이트 갓>의 한 장면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다시 영화 <화이트 갓>으로 돌아와 보자. 졸지에 유기견으로 전락한 하겐은 그야말로 모진 고초를 겪게 된다. 보호자의 보호로부터 벗어난 반려견은 파리 목숨에 가깝다. 사방은 온통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당장 물을 마시고 배를 채우는 일부터 곤욕이다. 게다가 보호소 인력은 호시탐탐 거리를 방황하는 유기견들을 노리고 있다. 하겐 역시 이들의 표적이 되어 늘 긴장감을 떨쳐낼 수 없는 처지였다.

이를 간신히 피하니 이번에 기다리고 있던 건 투견판이었다. 투견이 되기 위한 훈련은 고되고 혹독했다. 감춰진 야생성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훈련보다 가혹한 방식이 가해졌다. 용케 이곳을 탈출한 하겐, 하지만 끝내 녀석을 기다리고 있던 건 보호소 내 철창 신세였다. 보호소에서는 유기동물이 누군가에게 분양되지 않을 경우 대부분 안락사 처리된다. 하겐이라고 하여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락사를 직감한 하겐은 투견판에서 되찾은 야생성을 발휘, 보호소로부터 탈출을 감행한다. 물론 혼자만이 아니다. 동료들과 함께였다. 갇혀있던 수백 마리의 개들이 일시에 도시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도시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영화 <화이트 갓>의 한 장면

영화 <화이트 갓>의 한 장면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징하다. 엄연한 생명인 반려견들을 쉽게 분양받고 또 쉽게 내다버리는 행태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 우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고스란히 되돌아 올 것이다. 영화는 이 사실을 충격적인 영상으로 전달한다.

동물권단체 케어 사태로 때마침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유기동물 논란. 우리는 이번 논란으로 찾아온 기회를 단순히 박소연 대표 개인의 문제만으로 국한시킨 채 넘어가서는 안 될 노릇이다. 유기 동물이 왜 발생하는지, 아울러 이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지 등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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