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완벽, 결벽, 강박에 뒤이은 불안, 초조, 긴장, 무기력함. 빠른 속도의 삶에 적응되어 있는 당신이라면, 한번쯤은 겪어본 것들이 아닐까 한다.  

일상적인 불안도 있다. 지하철, 버스를 타고갈 때나 일상적 대화, 지겨운 대화 속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못 견딤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일상 속에서 '불안'이라는 생각은 다양한 행동으로 보여지고, 다양한 감정으로 자리 잡고 있고, 해소 방법도 다양하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인 불안감을 운동, 외출, 취미생활, 사교활동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현재의 당신을 압도하여, 위의 방법마저도 통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앤드리아 피터슨 저/ 열린책들
 앤드리아 피터슨 저/ 열린책들
ⓒ 열린책들

관련사진보기

빨간색 심전도 그림으로 에워싸인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앤드리아 피어슨이 평생을 함께한 불안에 대해 쓴 책이다. 

그는 공황장애, 범 불안장애, 특정공포증, 광장공포증. 이 외에도 여러 가지의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견디기 힘든 자신의 증상을 가감 없이 상세하게 기록하여, 매순간 잠식해 오는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을 공유하였다. 

책 내용의 흐름은 여느 사람이 자신의 병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러나 방대한 논문들을 참고하여 자신의 정신과적 문제를 일으키는 '불안', 이와 연결되어 있는 주제들에 대한 에세이와 최신 의학적 정보 그리고, 그 나름의 결론이 버무려져 있다. 

불안 그리고 불안장애
 
불안함.
 불안함.
ⓒ pixabay

관련사진보기


불안에 대한 정의는 개인에 따라서도 다르고, 국가나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의학적으로는 "미래에 닥칠 위험의 예측"이라고 정의된다. 몇몇의 의사는 불안을 고통의 예기. 신체적인 고통일 수도 있고, 감정적인 고통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불안이 과도해질 경우, 불안장애로 이어진다. 원인은 다양하다. 그의 경우 불안이 불안장애로 증폭되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시절 남자친구에게서 권유받은 대마초를 피우고 난 후부터이다. 쾌락보다 불쾌감에 압도된 그는, 이후 대마를 피우지 않아도 한 달에 한 번씩 수 분 안에 강렬한 공포가 동반된 발작(공황장애의 증상)에 고통 받게 된다.
 
"나는 금세 파자마 차림에 기름 낀 머리를 한 폐인이 되었다. 아버지는 내가 기운 넘치는 젊은이에서 무기력한 멍청이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밤을 보내기 어려웠다. 규칙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나는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이렇듯, 과도한 불안으로 촉발된 불안장애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개인에게는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약 10%의 인구가 평생 동안 다양한 형태의 불안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이쯤 되면, 불안의 문제가 단순한 감정의 문제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과도한 불안이 도덕적 결함이었던 시대. 치료 방법이 아편의 복용, 또는 사혈이 유일한 답이었던 시대를 지나, 다행히 현재는 불안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사실들이 알려졌다.

불안의 중심에는 '편도체'(amygdala)가 있다. 뇌의 한 부분으로,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에 대한 학습을 관장하는 꽤 큰 역할을 수행한다.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의 경우 이 부분의 과활성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편도체와 관련된 신경물질도 밝혀졌다.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은  불안장애 치료의 중심이 되는 물질들로, 약물치료의 목표는 이 신경물질을 조절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약물치료를 완전한 해법은 아니지만 다음 대책을 세울 시간을 벌어주는 '에어포켓'이라고도 한다.)

불안장애와 유전

불안장애의 발병에는 질병, 트라우마, 양육방식, 유년기의 많은 사건과 경험들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유전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시절 병이 나자 나는 할머니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게 아닌지 겁이 났다. 나도 이제 정신병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에 이른 건 아닐까? "

조현병을 앓던 그의 할머니는, 머릿속에 일어나는 온갖 끔찍한 일(누군가 가족을 독살하려고 하는 망상 등)들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집에 불을 질렀다. 책에서는,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생각이 되물림 될 가능성은 조현병에서 제일 높고, 불안 장애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서술한다. 

불안장애와 함께하는 삶

책의 목차 하나하나에서 알 수 있지만, 불안은 그의 직업, 연애, 가족에 영향을 미쳤다.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들. 심지어 사소한 순간들(음식이나 여행지를 고르는 등)에서 조차 불안은 수다스럽고, 자꾸 참견을 하고, 지옥만큼이나 지긋지긋했다고 이야기한다. 
 
"불안에 어두운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불안은 내게 믿을 수 없는 친밀감과 사랑을 선사했다."
"불안이 평소대로 의식 한구석에서 나지막히 울리고 있을 때는, 내 불안의 경험이 다른 고통받는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낄 연결고리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기자라는 직업을 이어갈 때 불안을 이용했다. 취재를 위해서는 공포대상인 질환, 광기, 두려움을 가까이 해야만 했고, 이는 불안장애의 행동치료 중 하나인 '노출치료'(공포대상을 대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학습)의 일종처럼 작용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통에 대한 학습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정적 전이와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 한다. 
 
 "불안장애를 안고 25년 넘게 산 지금, 불안장애를 완치 시키겠다는 헛된 희망은 버렸다. "
  
그는 불안장애를 고혈압, 당뇨처럼 완치는 힘든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신에게 맞는 약을 감내하기 위해 견뎌야 하는 부작용들. 불안장애가 완화 되어도, 재발의 위험으로 인해 끊을 수 있는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약(환자마다 다르다). 삶의 곡절마다 수시로 꿈틀거리는 불안들을 보면서.

그래서, 그는 매순간의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잔근육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했다.

불안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
 
"시간이 지나면 요구사항도 달라진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위기에 처한다."

그는 불안장애를 겪는다면 결혼, 이혼, 출산, 부모의 사망 등으로 인생에 크게 변하는 시기마다 주기적으로 인지행동치료(위험에 대응하는 방식을 학습)를 받을 것을 권유한다. 실제로, 책에서 인용된 연구 결과에서도 이러한 방법이 재발의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치료에 반드시 치료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명상, 요가, 운동, 마사지 등으로 자신의 상태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더불어, 불안장애를 지원하는 모임에 가입하여 함께 힘든 지점을 공유하거나, 여유가 된다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지지적인 대인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제 불안과 나는 떼놓기엔 너무 단단히 얽혀있다. 불안에 맞선 고군분투가 없다면, 나는 다른 사람 일테다"

그녀가 자신의 불안에 대응한 방법, 생각의 흔적들은 과잉일 수도 섬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표현할 수 없었던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게 하고, 혼자 이해하기는 힘든 불안에 대한 지식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치밀한 그의 서술은 불안증세와 관련된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람들, 정신 의학의 영역에 관심이 있는 학생, 환자의 생각을 간접체험 해보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치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몇몇의 기사, 사건으로 정신장애에 대한 공포만 재경험 하는 것 보다, 불안을 공감으로 이끌어낸 저자의 책을 집어 내 곁에 있을지 모를 불안한 이들의 공포를 이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태그:#정신장애, #불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