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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구의역,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군과 고 김용균씨의 동료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며 서울 구의역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구의역에서 행진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위해 참가자들이 '내가 김용균이다'가 적힌 머리띠를 묶고 있다. ⓒ 권우성
 
건대역을 지나는 비정규직들의 행진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던 19살 김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2018년 12월 11일 새벽 3시 20분 태안발전소에서 낙탄을 홀로 정리하던 24살 청년 김용균씨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그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18일 오후 김군이 사망한 2호선 구의역에서 김군의 동료들과 김용균씨의 동료들이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요구하려고 행진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전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그날의 김군처럼, 김용균씨처럼 안전모를 쓰고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머리띠를 두른 채 행진에 동참했다. 이들을 이끌던 차량에는 김군과 김용균씨의 유품으로 남아있던 사발면이 그려져 있었다.

이들은 구의역을 시작으로 건대입구와 성수역, 뚝섬역, 한양대역, 동대문을 거쳐 평화시장 전태일 동상 앞에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만나 결의대회를 진행한 뒤 청와대까지 13km가 넘는 거리를 도보 행진 했다.

 
행진 시작 전 구의역에서 기자회견을 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위한 행진 2016년 구의역,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군과 고 김용균씨의 동료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며 서울 구의역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 권우성
 '김군과 김용균이 만나다'
 
김군과 김용균씨 사망 사건 사이에는 2년하고 6개월 11일이라는 간극이 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김군과 김용균의 죽음은 하나도 다른 게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의역 김군의 동료였던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 지회장은 "구의역은 3년 전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김군이 사망한 장소"라면서 "(구의역 사망자) 김군의 어머니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 달라고 했던 이야기를, 3년이 지난 지금 김용균의 어머니가 반복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다시 어떤 청년 노동자의 목숨을 잡아먹을 지 모르는 태안화력의 1~8호기는 여전히 운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한국발전기술 태안지회 지회장은 "3년 전 김군이 열차에 숨진 이 자리에 다시 선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라면서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저희 태안사업소 동료 고 김용균에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부발전 제1노조는 얼마 전 '용균씨 사고는 본인의 과실이 크다'는 성명을 냈다"라면서 "이번 사고는 3년 전부터 설비를 개선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원청이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졌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창원 GM 비정규직 노동자 진환씨는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대화 요구는 무시하면서 재벌과는 쉽게 대화한다"라고 성토하며 "재벌은 불법파견 범죄자고 비정규직 착취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자발적으로 나온 청년들 "내가 김용균이다"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위한 행진 2016년 구의역,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군과 고 김용균씨의 동료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며 서울 구의역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 권우성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위한 행진 2016년 구의역,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군과 고 김용균씨의 동료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며 서울 구의역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 권우성
  
이날 행진에는 청년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스물세살 청년 홍리라씨와 친구들은 '죽음마저 외주화 한 차가운 세상 속에 노동자는 하나둘씩 쓰러져 간다'는 피켓을 들고 묵묵히 걸음을 이었다.

홍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일 같지 않아서 함께하게 됐다"면서 "김용균씨의 사망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 문제"라고 진단했다.

서울 도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행진하는 사이에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김용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불법파견 사용자 처벌, 정규직 전환'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비정규직 이제 그만", "문재인 정부는 불법파견 처벌하라", "문재인은 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이중 1명은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발표한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1988만2796명 중 간접고용 노동자가 17.4%인 346만5239명이다. 노동자 10명 중 2명 꼴이다. 이들 비정규직의 업무상 재해 경험은 평균 37%로 정규직보다 2배 높은 반면 산재보험 처리 비율은 34%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태그:#김용균, #구의역, #문재인, #비정규직,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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