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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방어진에 있는 적산가옥 거리. 울산 동구청은 이곳을 비롯한 방어진항 일원에 121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문화거리 및 역사의 거리 조성과 문화축제 개최, 마을기업 육성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 동구 방어진에 있는 적산가옥 거리. 울산 동구청은 이곳을 비롯한 방어진항 일원에 121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문화거리 및 역사의 거리 조성과 문화축제 개최, 마을기업 육성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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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의 바닷가 '방어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어장 수탈의 관문으로 삼았던 곳으로, 당시 일본인 수천 명이 일본에서 이주해서 정착해 살았다.

현재 방어진 회센터가 있는 방어진항 부근에는 당시 유물인 적산가옥(적의 재산이란 뜻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살다 버리고 간 집) 십여 채가 골목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17년, 울산 동구청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이곳에 일본인 거리를 추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근에 있는 지역의 항일운동 본거지 보성학교는 방치하면서 굳이 일본인들의 향수를 찾으러 거액의 시민예산을 투입하나"는 비난이 일었다. (관련기사 : 항일학교는 방치하고 일본인 골목 복원한다는 울산 동구청)

최근 손혜원 의원의 목포 적산가옥 매입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울산 동구 방어진 적산가옥 거리 조성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인 거리 추진이 비난 여론에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이곳 부근에 '세계문화거리 및 역사의 거리 조성' 등의 이름으로 이미 예산이 투입돼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들어 수백 억원 규모로 풍부하게 투입되는 도시재생 예산에 발맞춘 것이다.

울산 동구는 최근 수년간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지역경제가 최악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 여파로 주민이 급속히 줄었고 지방세수 또한 줄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동구청이 적산가옥 개발 등 도시재생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민들로부터 의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동구청이 최근 선정한 울산동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위탁 운영자(기관)에 지난 9년간 운영해오던 기존 다문화전문기관을 별다른 이유 없이 배제하고 도시재생 전문업체를 비공개 심사를 통해 새 위탁기관으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시재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적산가옥 개발의 연관성에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동구청의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에 이번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위탁 운영자(기관)로 선정된 도시재생전문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방어진 적산가옥 주변 '역사의 거리 '조성 등으로 121억 투입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4일 2018년 제1회 도시재생위원회(위원장 울산시 행정부시장)를 열고 동구 방어진항 '방어진항 재생을 통한 지역 활성화 원점 지역 재창조 사업'과 북구 양정·염포동 '노사민의 어울림, 소금포 기억 되살리기' 등 2건을 심의해 동구 사업은 원안 가결, 북구 사업은 소금포 역사관 전시 아이템 개발, 자동차테마를 강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조건으로 통과됐다.

사업비 총 222억 원(국비 101억 원, 지방비 121억 원) 중 121억 원이 투입되는 동구(방어진) 사업은 동구청이 이미 지난 2018년 4월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료기간은 2020년 12월까지다.

울산 동구청은 적산가옥 거리가 있는 방어진항 일원에 세계문화거리 및 역사의 거리 조성과 문화축제 개최, 마을기업 육성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적산가옥이 정비된다 해도 관광객들이 찾아올지 미지수인데다 최악의 지역경기에도 백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어진 적산 거리의 경우 가옥의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침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아픈 역사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목포 가옥이 논란이 되자 방어진 적산가옥의 실제 주인 등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방어진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방어진 적산가옥에는 원래 주인이 아닌 세 들어 사는 주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가옥이 언제 매매됐고 누가 실제 주인인지는 정확한 조사 없이는 알 수가 없는 상태다.

동구문화계 관계자는 "방어진 적산가옥은 목포나 군산의 적산가옥에 비해 규모가 작고 초라한데, 이는 당시 방어진보다 목포와 군산이 더 도시 규모가 크고 돈이 많이 돌았기 때문"이라면서 "수탈의 아픔이 있는 곳에 굳이 많은 예산으로 적산가옥 거리를 개발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구청은 세계문화거리 및 역사의 거리 조성사업에 적산가옥 개발이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구청측은 "(전임 구청장 당시) 적산가옥 개발은 검토과정에서 나온 안이며, 지금은 '적산가옥'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며 "내진길(적산가옥 주변 도로명칭)과 방어진항을 중심으로 동양의거리, 서양의거리 등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선정된 다문화센터 위탁센터는 이번 세계문화거리사업 중 현장지원센터로 참여하면서 이 주변 다문화가정에 대한 외국인거리 조성 등의 일을 하게 된다"면서 "울선 동구에는 1000여 다문화 가정이 있는데 이번 외국인거리 등 사업은 이중 방어진항 주변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태그:#방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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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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