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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38일이 지났다. 앞서 고인의 부모들은 지난 연말부터 "설 전에는 용균이의 장례를 치룰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와 청와대에 거듭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해 왔다.

시민대책위는 이에 따라 최근 잇따른 논의 끝에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제5차 범국민추모제, 민주노총 주관으로 열리는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투쟁승리 1,19전국노동자대회', 추모 음악회 등의 전국단위로 예정된 관련 일정을 마친 이후, 설 명절 전에 장례를 모신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대책위와 정부여당, 청와대 등이 고인의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가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 앞에 설치한 고 김용균씨 추모공간 위에 한국서부발전 직원들 상당수가 가입된 서부노조가 속한 태안군공공부문노조연합이 18일 민주노총의 집회를 중지와 서부발전의 합의 노력이 담긴 펼침막을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 이런 펼침막까지 걸어야 하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가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 앞에 설치한 고 김용균씨 추모공간 위에 한국서부발전 직원들 상당수가 가입된 서부노조가 속한 태안군공공부문노조연합이 18일 민주노총의 집회를 중지와 서부발전의 합의 노력이 담긴 펼침막을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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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은 국무총리 산하에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설치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책임자 처벌은 태안경찰의 산업안전보건법, 안전준수 미이행 등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별개로 시민대책위가 고발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을 비롯한 18인에 대한 강력한 소환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안전 문제에 관련해서는 서부발전이 200억 원을 들여 노동부의 특별근로 감독에 대한 개선을 선언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한 직접 고용문제는 시민대책위와 정부·여당이 원칙적 동의를 하고 단계별 고용에 따른 인원과 시기 문제를 놓고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고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로 촉발된 태안화력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놓고 한국노총 소속의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노조 태안화력지부는 상반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1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노조 태안화력지부(지부장 이재백 아래 태안화력 지부)는 이틀전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A모 정책위원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성명에 대해 반대 의견이 담긴 성명서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태안화력지부는 서부노조가 "비정규직, 정규직 진영논리의 모순과 함정에 빠져 이성을 잃고 감정을 분출해서는 곤란하다", "(사고에는) 개인의 부주의나 설비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등의 주장을 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서부노조의 성명에 대해 "인간과 노동자의 기본권 문제인 안전한 일터에 대한 염원에서 벗어난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의 사고에 대해 '개인의 부주의'를 말하는 건 유가족을 모욕하고 김용균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노동조합이 어떻게 이런 망발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5년을 아직도 유족들이 싸우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조치 없이 장례를 치를 수는 없다. 이것은 고인의 죽음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태안화력지부는 "유족이 제일 힘듭니다. 비참하게 죽은 자식을 장례도 못 치룬 채 차가운 냉동고에 둬야 하는 그 심정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주변 시선도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장사 안 되는 게 마치 유족과 시민대책위 탓인 양, '이젠 그만하라'며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신은 아들을 잃었지만 다시는 이런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초인적인 힘을 내며 싸우고 있다"며 "유족의 뜻을 왜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장례가 늦어져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유족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용균씨 사망 사고이후 전개된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의 이 싸움은 서부발전과 시민대책위의 싸움이 결코 아닙니다. 외주화를 추진했고 비정규직을 양산했던 주체들, 즉 정부 관료와 서부발전 경영진, 그리고 발피아라 불리는 세력들에 맞서서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벌이는 싸움이다. 서부발전노동자도 함께 해야 합니다"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또한  "시민대책위는 '9,10호기 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에 1-8호기 운탄설비도 정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만약 이 요구에 대해서 노동부나 서부발전 경영진이 기술적인 면과 전력수요 등을 고려하여 책임 있게 답변한다면 그에 걸맞게 순차적 정지를 통한 개선 등의 대안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나, 노동부와 서부발전 경영진은 형식적인 답만 되풀이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태안화력지부는 "발전소는 연속적인 하나의 공정으로 석탄운송설비, 보일러/터빈설비, 탈황/회처리 설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 한곳이라도 고장이 나면 발전할 수 없다"며 "발피아의 이익을 위해 추진된 외주화, 이젠 되돌려야 합니다. 모든 노동자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이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가장 올바른 길입니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읍시다"라고 주장했다.
 

태그:#한국서부발전, #서부노조, #발전노조, #고김용균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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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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