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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바다를 보면서 왠지 모를 우수에 젖게 된다. 그 옛날 다른 대륙으로 팔려나가던 노예들의 아픔이 몸으로 스며들어 온 때문일 것이다.
▲ 숙소 호텔로 가는 동안에 보게 된 인도양의 바다풍경 잿빛 바다를 보면서 왠지 모를 우수에 젖게 된다. 그 옛날 다른 대륙으로 팔려나가던 노예들의 아픔이 몸으로 스며들어 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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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프리카 여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워낙 커서 적어도 6~7차례는 탐방해야 한다. 북부 아프리카만 3~4차례 다녀왔으므로 코끼리 잔등 만지기에 해당할 것이다.

2018년 서울의 여름은 110년 만에 닥친 살인적인 폭염으로 지옥 같았다. 그래도 의기투합하는 제자들을 모아 킬리만자로와 마사이족 마을로 떠나자고 꼬드겼다. 30명 가까운 인원이 모여들었다. 전염병과 내전 등 위험구역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모인 것이다.

문제는 성수기라 비행기 표가 없다는 것. 몇 안 되는 아프리카 문화탐험 팀이 3그룹으로 쪼개져서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에 내릴 판이었다. 그래도 한 달을 기다리는 동안 다행스럽게 2그룹으로 나뉘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됐다.
     
아프리카 문화탐방기의 첫 테이프는 잔지바르부터 끊기로 한다.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의 자치지구로 다른 지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러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 이유는 종교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다른 지역은 국민 절반 이상이 기독교도인데 비해 잔지바르는 이슬람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잔지바르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또 '노예시장'이란 오명도 지니고 있다.

잔지바르는 아라비아인들에 의해 발전된 이후 포르투갈, 오만, 영국 등의 점령과 지배를 받아 곳곳에 그러한 식민지의 유산과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마르코 폴로는 잔지바르를 "수많은 상아와 향로가 거래되는 곳"이라고 짧게 묘사했다. 

잔지바르 섬으로 들어가는 페리는 다르에스살람에서 출발한다. 잔지바르로 들어가기 전, 시간이 많지 않아 택시를 대절해 다르에스살람을 탐방했다. 페리의 대부분은 잔지바르 섬으로 향하지만 일부는 잔지바르 섬을 거쳐 펨바 섬까지 운항한다.

페리 호에서 주의할 사항이 있다. 일반석은 빈 자리가 없는데 비해 VIP실은 자리가 많아서 종종 잘못 앉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면 곧 승무원이 다가와서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한다. 사실 일반석과 특별석의 요금 차이는 USD로 5달러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 사실 배가 항구를 떠나자마자 모두 갑판 위로 올라가므로 VIP실이 필요가 없다.

미로 같은 골목길, 이런 사연이
 
인도양의 에메랄드 물빛이 영롱하다.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가 곧 펼쳐질 듯한 분위기이다.
▲ 잔지바르여객선 터미널 인도양의 에메랄드 물빛이 영롱하다.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가 곧 펼쳐질 듯한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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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옛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서 출발한 페리는 2시간 정도 운항해 '스톤타운'에 도착한다. 여객선터미널에서 15분 정도를 걸어 나가면 주차장이 나오고 그곳에서 손수레로 여행 트렁크를 운반하는 짐꾼들이 몰려든다. 하나의 손수레 당 10여 개의 트렁크가 실렸다. 짐들을 불안하게 싣고 호텔로 향하는 짐꾼들의 운행솜씨가 볼 만했다.

짐꾼들을 따라 해변을 옆으로 끼고 20여 분을 걸어가다 보면 조그만 터널 굴이 나오고, 그곳을 관통하면 스톤타운 중심가가 나온다. 눈에 보이는 바다가 바로 세계지도에서나 보았던 인도양이다.

인도양(Indian Ocean)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바다로, 전체 바다 면적의 20%를 차지한다. 북쪽은 인도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 서쪽은 동아프리카, 동쪽은 인도차이나 반도와 순다 열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남쪽은 남극해로 둘러싸여 있다. 이름에 잘 나타나 있듯이 이름의 어원은 인도에서 유래됐다.

인도양의 큰 섬으로는 마다가스카르, 몰디브, 스리랑카, 잔지바르 등이 있다. 잔지바르여객선 터미널로 나가는 통로에서 바라본 인도양 바닷물 빛이 마치 에메랄드 보석같이 빛나고 있었다.
 
카리브해의 쿠바 아바나의 풍경과 흡사하다. 잔지바르 청소년들이 인도양 바다에 뛰어들며 놀고 있다. 해변위의 방갈로와 아이들이 뛰어들어 생긴 물보라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잔지바르 바닷가의 청소년들 카리브해의 쿠바 아바나의 풍경과 흡사하다. 잔지바르 청소년들이 인도양 바다에 뛰어들며 놀고 있다. 해변위의 방갈로와 아이들이 뛰어들어 생긴 물보라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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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르는 적도에 가까워서 일 년 내내 따뜻하거나 더운 날씨를 유지한다. 작년 일 년 동안 미국 듀크대학교에 머물 때, 적도에 가까운 에콰도르로 배낭여행을 다녀와서 그 무더위를 잘 안다. 가끔 북동부 해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데, 이것은 해안이라는 지역적 영향 때문이다. 12월부터 2월까지 약 33℃를 웃돌아 가장 덥고 6월경에 약 28℃까지 떨어진다.

우리가 잔지바르 섬에 내렸을 때는 16~20℃ 정도로 느껴져서 시원한 편이었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에 여행 온 것이다. 그래도 낮에는 햇살이 따가워서 무더웠다. 밤에는 시원해서 천국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스톤타운에는 탄자니아를 점령한 여러 제국들이 그때마다 자신들의 문화를 남기고 간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포르투갈, 아라비아, 인도, 영국의 숨결이 스며들어 있다. 아프리카의 스와힐리 문화를 중심으로 이슬람권, 페르시아, 인도, 유럽대륙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마력을 내뿜고 있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좁고 복잡하게 설계된 미로 같은 골목길과 건물에 새겨진 각종 문양들이 그러한 특징을 잘 말해준다. 마치 모로코를 갔을 때 목격한 미로와 유사했다. 잘못 골목 하나를 들어가면 나중에 빠져나오지 못해 혼이 났다. 길을 잃어버려 일행을 놓쳐서 진땀을 뺐던 경험이 있다.

잔지바르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오른편은 끝없이 펼쳐진 인도양 바다가 나타나고 왼편에는 호텔리조트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게 도로를 따라 서있다. 야자수 나무가 아프리카에 온 것을 상징적으로 환영해준다.
▲ 호텔 가는길 오른편은 끝없이 펼쳐진 인도양 바다가 나타나고 왼편에는 호텔리조트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게 도로를 따라 서있다. 야자수 나무가 아프리카에 온 것을 상징적으로 환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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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는 인도양 바다가 펼쳐져 있고 왼편에는 아기자기한 건물과 성당 그리고 각종 상점이 자리 잡고 있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온 듯한 착각에 젖어 들었다. 물론 퇴락한 건물들의 풍광에서 좀 더 서민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이 잔지바르의 차별성이다.

여러 레스토랑 사이로 엔글리칸 성당(Anglican Cathedral), 다라자니 마켓(Darajani Market), 사우티 자 부사라(Sauti Za Busara Zanzibar), 포르다니 정원(Forodani Garden), 하맘(Hammam) 등이 갑자기 출몰한다. 인사동 골목처럼 아기자기한 여러 아프리카 토속품과 숄과 의상을 파는 상점이 수많은 관광객들의 지갑을 노린다.

이중에서 두 가지만 소개하기로 한다. 포르다니 정원에서 밤마다 열리는 야시장이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적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해산물과 과일, 그리고 향신료가 널려 있는 공간이 바로 포르다니 정원의 야시장이다. 한 사람당 20~30달러는 금세 쓰는 듯하다. 거기에다가 티 몇 장을 선물로 사고 록페스티벌 입장료까지 구입하면 100~120달러는 순식간에 주머니에서 없어진다.
 
페르시아, 이슬람, 포르투갈과 영국풍 등 실로 다양다기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퇴락한 건물들이 도열해있는 스톤타운 뒷골목 풍경이다. 탄자니아 청년이 무언가를 설명하면서 관광객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 스톤타운 뒷골목 페르시아, 이슬람, 포르투갈과 영국풍 등 실로 다양다기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퇴락한 건물들이 도열해있는 스톤타운 뒷골목 풍경이다. 탄자니아 청년이 무언가를 설명하면서 관광객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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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관광객들은 밤만 되면 모두 시원한 이곳으로 나들이를 간다. 먹을 거리가 풍성한 데다, 흥이 넘치는 분위기에 음악까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문어, 랍스터, 생선튀김 등이 구미를 당기고, 수십 개의 포장마차들이 밝은 전등을 켜놓고 유혹한다.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포르다니 정원(Forodani Garden)에 있는 야시장풍경이다. 양고치구이도 인기가 있지만, 역시 최고 짱은 문어와 랍스터구이다.
▲ 스톤타운 야시장 풍경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포르다니 정원(Forodani Garden)에 있는 야시장풍경이다. 양고치구이도 인기가 있지만, 역시 최고 짱은 문어와 랍스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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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사우티 자 부사라(Sauti Za Busara Zanzibar)이다. 일종의 록이나 힙합 페스티벌이다. 동아프리카 해변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아프리카 밴드의 공연을 밤새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꽤 유명하고 규모가 큰 음악 축제로, 200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역시 프레디 머큐리의 탄생지라는 점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다만 퀸 음악과 같은 서구적 록밴드의 공연을 생각하고 가면 실패를 보기 십상이다. 오히려 음악의 색깔이나 분위기는 쿠바나 자메이카 해변의 룸바나 레게뮤직을 생각하면 적응이 쉽다. 빠른 록음악이라기보다는 레게뮤직같이 흐느적거리며 파도물결을 타는 듯한 음악이 이색적이다. 유럽풍의 록밴드와 아프리카 토속음악을 섞어놓은 리듬인 것이다.

그래도 고색창연한 담벼락이 둘러진 공간과 인도양의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아프리카 밴드의 공연은 감성을 충분히 자극한다. 관람하는 관광객들 200여 명이 탄자니아나 케냐 맥주를 한 병씩 사들고 홍대 앞 클럽에서처럼 몸을 흐느적거린다. 록페스티벌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다.

태그:#잔지바르 여객선 터미널, #스톤타운, #포르다니 정원 야시장, #잔지바르 아이들 물장난, #프레디 머큐리 탄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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