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손 the guest> <라이프 온 마스> <나쁜 녀석들> < 38사기동대 > <보이스>... '장르물의 명가' OCN 답게, 인기를 끈 장르물도 많다.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작품들이지만, 이 작품보다 탄탄하고 충성스러운 팬덤을 가진 작품은 없었다. OCN 장르물의 시작이자 한국형 장르물의 시작인 드라마 <신의 퀴즈> 이야기다. 

<신의 퀴즈>는 천재 의사 한진우 박사의 범죄 수사극을 그리고 있다. 희소병 관련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의 촉탁의인 한진우 박사는 특유의 천재성과 지식으로 희소병 이면에 숨겨진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2010년 10월 첫 방송된 이래, 오로지 팬들의 청원에 의해 다음 시즌이 제작됐고, 최근 종영한 <신의 퀴즈: 리부트>까지 총 다섯 시즌이 방송됐다. 시즌제도 흔치 않은 우리 드라마 환경에서, <신의 퀴즈>는 단단한 팬덤을 기반으로 '국내 최장수 장르물'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4일,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신의 퀴즈>의 다섯 번째 시즌을 막 마친 류덕환을 만났다. 류덕환은 "오로지 팬들의 환호와 열정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런 팬들이 있다는 건 내 연기 인생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며 밝게 웃었다. 시즌을 마칠 때마다 "이번에도 잘 지나갔구나, 잘 살았다"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작품을 마칠 때마다 무사히 마쳐서 감사하고, 뿌듯하고 이런 마음이 들죠. 하지만 <신의 퀴즈>는 조금 달라요. 잘 지나갔구나, 잘 살았구나, 이런 느낌이 들어요. 울컥하는 마음도 들지만, 이건 아쉬움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들이 있으니까, 서로의 마음, 고생을 너무 잘 아니까 서로 안아주고 싶고 품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울컥함이었죠. 이게 시리즈물의 매력인 것 같아요. 봐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모든 분들을 부둥켜안고 싶고... 그런 마음이에요." 

끝인 줄 알았던 <신의 퀴즈>, 4년 만에 다시 시작한 이야기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번 시즌 마지막 회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지만, <신의 퀴즈> 팬들이 가장 궁금해할 이야기는 '다음 시즌이 나올까?'에 대한 것이 아닐까? 매번 다음 시즌을 예상할 수 없는 결말로 끝나긴 했지만, 이번엔 시즌1부터 출연해 온 원년 멤버 조영실(박준면 분) 소장이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를 떠났고, 한진우 박사는 연인인 강경희(윤주희 분) 형사에게 프러포즈했다. 그야말로 '꽉' 닫힌 결말인 셈이다. 너무 꽉 닫힌 결말에 이대로 <신의 퀴즈>가 끝나는 건지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다고 말을 건네자, 류덕환은 "시즌2에선 죽기까지 했는데 살았잖아요" 하며 웃었다.  

"매 시즌 마지막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첫 시즌을 마칠 땐 시즌제로 이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고, 시즌2는 끝에 죽기까지 했잖아요. 죽은 걸 살릴 줄은 정말 몰랐어요.(웃음) 지금까지 한 번도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마친 적이 없었고, 이런 <신의 퀴즈>를 매번 다시 불러주신 건 오로지 팬들의 성원 덕분이었죠. 이젠 진짜 끝난 것 같기도 하고, 안 끝난 것 같기도 하고... 복합적인 마음이 들어요."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사실 많은 이들이 <신의 퀴즈>가 시즌4로 끝난 것이라 생각했다. 2014년 시즌4가 종영했고, 류덕환이 2016년 입대해 이전 시즌과 공백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사이 OCN은 새 장르극을 연이어 성공시켰고 말이다. 

이런 와중에 <신의 퀴즈>는 4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국내 최장수 시즌제 장르물'이라는 타이틀을 이어가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이미 여러 장르물이 등장한 상황에서 9년 전 시작된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건 그 자체로 모험이기도 하다. 특히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하는 배우에게는 더더욱 힘든 결정이다. 다음 시즌을 예고하고 종영한 드라마들조차 배우들을 다시 불러 모으지 못해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류덕환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며, 4년 만에 새 시즌이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물었다. 그는 "이번 시즌은 내가 먼저 제작이 시작됐다. <신의 퀴즈> 출연하면서 처음이었다"고 답했다. 

"군대 있을 때, 처음 들어온 후임과 근무를 하는데 끝날 때쯤 되게 용기 내서 'TV에서 보면 너무 반가울 것 같습니다!' 이러더라고요. 그 순간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영화관이나 연극은 시간을 할애해 찾아가는 거지만, 드라마는 채널 돌리다가도 만날 수 있잖아요. 제가 원한 것들이 있긴 했지만, 드라마 출연을 많이 해야겠구나 싶었죠. 제대하고 연달아 3편째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휴가 나왔을 때 박재범 작가님이랑 만나 술 한잔하다가 제안했죠. 형이 여력이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면,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고요. 늘 마지막 같은 마음으로 출연했지만,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하겠다고요. OCN에서도 믿어줬고, <신의 퀴즈: 리부트>가 나올 수 있었죠."

 
'신퀴 폐인'들의 홍보력과 입소문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금은 장르물의 홍수라고 할 만큼 장르물, 특히 수사극이 드라마의 주류 장르가 됐다. <신의 퀴즈>가 아니더라도 즐길만한 장르극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신의 퀴즈>를 향한 믿음과 지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신퀴 폐인' 분들이 굉장히 많이 움직여주신 것 같아요. 그분들의 홍보력과 입소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한국에 장르물 드라마가 없었을 때 처음 시작한 드라마라는 점에 많은 점수를 주시고 이해해주셨던 것 같아요.  

사실 다른 작품에 출연할 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데, <신의 퀴즈>는 항상 부담감을 느껴요. 시즌이 이어질수록 부담이 더 커졌지만, 이번엔 특히 컸어요. 4년 동안 여러 드라마가 있었고, 더 발전된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도 있고, 그 사이 시청자들의 눈도 많이 높아졌잖아요. 4년 전의 이야기가 얼마만큼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진우의 까불거리고 잔망스러운 모습이 지금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받을 수 있을지 걱정됐거든요." 


류덕환, 한진우와 함께 성장하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하지만 <신의 퀴즈>는 장르극이기 이전에 한진우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했다. 천재적인 지능을 가졌지만 어린 시절 여러 아픔과 고통을 겪은 한진우는 강경희 형사, 조영실 소장, 장규태(최정우 분) 교수 등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세상을 배워갔다. 

류덕환은 이렇게 성장한 한진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작가에게 한진우가 장 교수를 따라가는 모습을 넣어달라 부탁했다고. 장 교수가 죽으면서 하차하기 전까지 매 에피소드는 장 교수가 진우에게 스승으로서 여러 가르침을 담아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이번 리부트에서 한진우도 제자 정승빈(윤보라 분)에게 여러 이야기를 건네곤 했다. 

"인물이 성장한다는 게, 어떤 내용을 보여드린다고 해서 '쟤 성장했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신의 퀴즈>를 끝낼 때마다 '이번에도 잘 살았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실제로 그래요. 한진우와 저는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요. 매번 그때그때 한진우 나이에 맞게, 제 나이에 맞게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하죠. 제가 나이가 들면서 한진우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순간순간 저는 느끼지 못하지만, 긴 시간 지나고 어느 순간 '어른스러워졌구나' 받아들여지는 거죠." 

2010년 시즌1의 한진우와 2018년 시즌5(리부트)의 한진우는 분명 달라졌다. 시즌1의 한진우가 뜨거움을 표현해야만 하는 캐릭터였다면, 시즌5의 한진우는 울분을 표현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문제들까지 파고들어 들여다본다. 류덕환 역시 시즌1과 시즌5의 한진우를 "시즌1이 태권도 노란띠였다 리부트는 품띠느낌"이라면서 "전보다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 아는 것도 더 많아졌지만 전처럼 무턱대고 흥분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한진우를 연기하는 류덕환은, 그사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20대 때는 제가 원하는 거, 하고 싶은 거 위주로 일했던 것 같아요. 연기도 좀 제 중심대로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하면 알아서 받아주겠지,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좋게 말하면 그 덕에 돋보일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미스 함무라비> 때도, 이번 <신의 퀴즈: 리부트> 때도,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뭘 먼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궁금했고, 제가 준비한 것들을 막 펼쳐놓기보다는 상대가 뭘 준비해왔는지 확인하면서 함께 이야기하면서 연기했어요. 전에는 내 얘기만 하려 했다면, 이제는 주변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상황? 이제 조금 들리기 시작한 정도지만, 제겐 큰 변화가 시작된 거라고 생각해요."


매번 '다신 안 해!' 외칠만큼 힘들지만...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류덕환은 매번 시즌이 끝날 때마다 '다신 안 해'를 외친다고 했다. 작품이 싫어서라기보다, 천재에 말 많은 한진우를 연기하기 위해 외워야 하는 대사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희소병의 이름은 길고도 복잡해서 입에 붙기까지 수없이 외우고 또 외워야 했다. 류덕환은 "천재가 아닌 사람이 천재 역할을 맡았을 때 겪어야 하는 고충"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막 <신의 퀴즈>를 끝낸 그에게 다음 시즌에 대해 묻자 "지금 이 순간의 대답을 원한다면, 정말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너무 힘들어서 끝낼 때면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고, 진우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면서. 하지만 시청자가 원한다면, 그는 다시 기꺼이 한진우가 되어줄 것이다.  

"일단 주희씨, 준면 누나는 정말 가족이에요. 진짜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배우분들이 오셔도, 이 두 사람하고 연기할 때는 호흡도 눈빛도 다 달라져요. 티키타카가 다르죠. 시간은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호흡도 잘 맞고, 인간적으로도 너무 좋은 사람들이에요. 여기에 이번 시즌에 김기두라는 너무 좋은 형을 얻었어요. 친구 같은 면도 있지만, 굉장히 멋진 생각과 철학을 가진 사람이더라고요. 연기도 너무 잘 맞았고요. 

<신의 퀴즈>를 한진우의 드라마라고도 하시더라고요. 감사한 말씀이죠. 하지만 <신의 퀴즈>는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감사한 분들은 팬들이죠. 생각해보면 <신의 퀴즈>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엄청 잘 나오는 작품도 아니잖아요. 장르물이 더 이상 <신의 퀴즈>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특색있네, 색깔 있네, 장르물치고는 잘 나오네, 정도에 가깝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시즌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팬분들의 환호와 열정 덕분이에요. <신의 퀴즈> 팬분들은 제 연기 인생의 가장 큰 자랑거리예요. 팬들은 생겼다 사라지고, 작품이 끝나면 다른 작품으로 관심이 옮겨갈 수밖에 없잖아요. 또, 어떤 이들을 내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신의 퀴즈> 팬분들은 저희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희가 해온 것들만으로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해주고, 질책도 해주세요. 이건 감사하다는 말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영광이고 행복이고 제 자랑거리일 수밖에 없어요.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분들에게 조금의 실망도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이렇게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9년 동안 박수쳐준 사람들이 있는데 대충한다, 허투루 한다... 이건 인간성이 안 된 거죠. 배우로서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한 부분이지만, 이분들에게 실망 드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죠."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OCN 수목 오리지널 <신의 퀴즈: 리부트>의 배우 류덕환이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류덕환 신의 퀴즈 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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