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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무죄 확정 받은 정연주 "최시중 위원장은 책임지십시오" 12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중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무죄 확정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을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 전 사장은 "정치검찰의 행태에 법원이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며 "3년 전 검찰이 씌운 배임죄로 제 인격은 무참히 짓밟혔고, 해임되는 핵심 요인이 됐다. 그 혐의가 무죄로 판명된 이상 해임 핵심사유가 사라졌고 해임은 무효로 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저의 해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최 위원장은 두 번이나 국회에서 저의 무죄가 확정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제 책임을 지십시오"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중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무죄 확정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을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2. 1. 12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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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아래 과거사위)가 17일 검찰이 2008년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무리하게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며 검찰총장 사과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당시 검찰은 정 사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법인세 부과 취소소송을 중단하고 법원의 조정에 응한 것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라며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의 뜻에 따른 것이 죄라는 이상한 논리였다. 대법원까지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작 정 사장은 KBS에서 해임됐다(정 사장은 이후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검찰이 얼마나 '무리하게' 기소했길래 총장더러 사과하라고까지 했을까. 정연주 전 사장이 2009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정연주의 증언'으로 당시 상황을 되짚어 봤다.

[연재 바로 가기] '정연주의 증언' http://omn.kr/1gv3k

끝까지 국세청 물고늘어진 검찰

2008년 5월 14일 KBS의 한 직원이 배임죄로 정연주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다. 내용은 KBS와 국세청 간의 법인세 소송 당시 KBS가 3431억 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도 정연주 사장이 556억 원만 돌려받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해 2875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 

KBS와 국세청의 소송전은 1994년부터 시작해 2005년 끝났다. 이 기간 총 17건의 재판이 진행됐는데 정연주 사장이 서울고등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끝날 때까지 KBS의 재판 전적은 7승 9패(1개 사건 미판결)였다. 참고로 정 사장은 2003년 4월에 취임해 2008년 8월에 해임됐다.  

정 사장을 고발한 직원은 세금 소송을 조정으로 마무리한 이유가 2005년 말의 예상 경영적자를 이 556억 원으로 메워 사장직에서 연임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KBS는 "소모적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법원의 조정권고를 통해 부당 부과된 세금을 돌려받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배임죄 적용 논리, 나를 고발한 조아무개의 고발 논리의 핵심은 이렇다. KBS의 특성상 비용은 절대 분리할 수 없으니, 국세청을 물고 늘어져서 끝까지 재판을 하면 그동안 낸 세금을 모두 받아 낼 수 있으며, 국세청은 다시 세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는 게 골자였다. 그렇게 끝까지 재판을 하면 결국은 이길 텐데, 정연주 사장이 연임에 눈이 멀어 2005년의 적자를 모면하고자 서둘러 법원 조정을 통해 세금 문제를 끝냄으로써 다 받을 수 있는 돈을 포기하고 일부만 돌려 받았으니, 배임이라는 것이었다.  (☞ 로스쿨에서 연구 대상이 된 '황당 배임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KBS이사회가 열리는 8일 오전 사복경찰 수백명이 여의도 KBS본관 1층 입구를 통해 노조원들을 밀어내며 진입하고 있다.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KBS이사회가 열리는 8일 오전 사복경찰 수백명이 여의도 KBS본관 1층 입구를 통해 노조원들을 밀어내며 진입하고 있다. 2008. 8. 8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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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해 8월 4일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쟁점 중 하나는 KBS가 승소하더라도 국세청이 다시 부가세를 부과할 것이냐였다. 만일 국세청이 재부과한다면 KBS는 또 소송을 해야 한다. 말 그대로 소모적 분쟁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과 협의하고 법원의 조정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 KBS에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정 사장의 주장이었다.

KBS가 승소한 1심 재판부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정당한 법인세액을 산출할 수 없어 세금 전부를 취소한다"며 "추계조사에 의해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세청이 재산정해 다시 세금을 부과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에 하나 국세청이 재부과하지 않는다면 KBS는 법원의 조정을 따를 이유가 없다. 검찰은 이 가능성에 주목했다. 국세청이 재부과하지 않는데도 법원의 조정을 따랐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죄로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BS 부가세 실무책임을 맡았던 고아무개 당시 국세청 법무2과장은 정 사장의 배임사건 1심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 때 KBS에 대한 재부과 여부와 관련하여 그것이 '불가능하냐' '현실적으로 어려우냐'를 가지고 무려 4시간 동안 씨름을 하면서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불가능'을 원했다. 그래야 배임죄를 성립시킬 수 있으니까. 그런데 국세청 담당 과장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답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이 말은 세금을 재부과하는 게 쉽지야 않겠지만, 국세청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아낼 수가 있다는 말이었다. (☞ 검찰의 1892억짜리 '황당 기소', 내용은 이렇다 )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수사기록에는 고 과장 외에 다른 국세청 실무자들도 재부과할 수 있다고 증언한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국세청 재부과 불가능한데도 법원 조정을 따르는 바람에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밀어붙였다.

"검찰의 논리, 참으로 해괴하다"

결국 검찰의 주장은 처참하게 '깨졌다'.
 
참 어이없는 공소장이었다. 엄격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공소장이 너무도 주관적이고 흐리멍텅했다. 정치 검찰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성공했다. 나의 해임이라는 정치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정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동원된 기소의 내용이나 표현, 논리의 근거는 참으로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정치 검찰의 수준을 보여준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인 사례다.

정연주 사장 배임사건 1심과 2심 재판부는 조목조목 검찰의 주장을 배척했고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한마디로 사건을 끝내 버렸다. (☞  표독스런 정치검사, 그 이름 궁금한가요)
 
법조인 생활 40년 넘게 하면서 형사사건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이렇게 낱낱이 자세하게 반박한 판결문은 처음 본다. 이 판결문은 검찰의 터무니없는 공소 내용을 하나하나 기소하면서 심판한 것과 다름이 없다.

1심 판결 뒤 그의 변호인 조준희 변호사가 정 사장에게 한 말이다.

이 사건을 재조사한 뒤 검찰총장 사과를 권고한 과거사위도 정 전 사장에 대한 배임죄 기소가 유죄 판결의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또 사건 당시 검찰 구성원들 또한 배임죄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했다고도 과거사위는 17일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방문객 앞에서 강연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방문객 앞에서 강연하고 있다. 2008. 8. 14
ⓒ 노무현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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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글을 올려 검찰의 기소를 비판했다. 11년 뒤, 과거사위 발표는 그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연주 사장이 배임을 했다는데, 배임을 했다고 가정하면 부당하게 이득을 본 사람은 국민입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정부니까요. KBS와 정부 간 소송에서 합의를 해서 KBS가 손해를 봤다면 덕을 본 건 정부죠. 정부가 덕을 봤으니까 그것은 국민에게 이익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덕을 보고, 국민이 덕을 봤는데 정부에서 그걸 문제 삼고 있습니다. 참 해괴한 논리입니다. - 2008년 8월 14일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에서 (☞ 노무현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은 해괴한 논리")

태그:#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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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5년이 넘었는데도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