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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건양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정연주(71) 전 KBS 사장이 12일 건양대 대전 메디컬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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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김계연 기자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정연주(73) 전 KBS 사장 배임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 가능성이 없음에도 검찰이 부당하게 기소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정 전 사장에 대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심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정 전 KBS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6개월 만인 2008년 8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뒤 해임됐다.

2005년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2천억원대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을 내고, 1심에서 승소했는데, 항소심에서 556억원만 환급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한 게 문제가 됐다.

검찰은 KBS가 소송을 계속했다면 전액 다 환급받을 수 있었는데 당시 회사 경영난으로 정 전 사장이 퇴진 위기에 몰리자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서둘러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정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는 유죄 판결 가능성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제기된 것"이라며 "적법한 공소권 행사 범위를 일탈했다"고 판단했다.

KBS가 항소심에서 패소해 세금을 환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설사 승소하더라도 과세관청이 재부과할 수 있다는 사정을 담당 검사가 알면서도 기소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공소 제기 결정에 관여한 검사들 모두 (정 전 사장에 대한) 배임죄 혐의 인정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기소 4년 뒤인 2012년 대법원에서 배임 혐의 무죄와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받으면서 혐의를 벗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 지휘 라인은 박은석 부장검사, 최교일 1차장, 명동성 지검장이었다. 과거사위는 지휘부 차원의 기소 압박이 있었다기보다는 "(담당) 검사에게 현저한 주의 위반의 과오가 있었다고 본다"는 판단을 내렸다.

과거사위는 정 전 사장을 고발한 이의 배후에 기획·조정 세력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뒷받침할 진술이나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진위를 판단하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사정이 존재하지만, 조사상 한계 등으로 이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정 전 사장 사건에 관한 외압은 없었으나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부터 검찰 수사에 관한 법무부 장관(김경한 전 장관)의 간섭이 심했다"며 "법무부의 의견이 일선에 직접 전달됐을 수 있다"고 과거사위에 진술했다.

과거사위는 검사의 위법·부당한 공소 제기에 대한 통제 방안 마련을 권고하면서 '법왜곡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중재인 등이 사건을 처리하거나 재판할 때 일방에게 유·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이날 이른바 '약촌오거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 검찰총장의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 ▲ 과거사 국가배상 사건의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이행 ▲ 재심 대응 과정의 적정성 파악 등을 권고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 최모(당시 16세) 씨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한 끝에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경찰은 2003년 6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김모 씨와 조력자 임모 씨를 긴급체포해 범행을 자백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3년이 지난 2006년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최씨는 10년간 복역하고 만기출소한 뒤 김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해 2016년 1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진범 김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최씨의 억울한 사연은 2017년 영화 '재심'으로 제작돼 널리 알려졌다.

과거사위는 최씨 기소와 공소유지, 진범 김씨에 대한 수사지휘가 모두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목격자 진술 등 범행 당시 정황, 최씨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피해자의 택시 운행기록이 자백과 어긋나고 최씨가 입었던 옷에서 혈흔 반응이 나오지 않는데도 최씨를 기소했다.

3년 뒤 체포된 진범을 불구속 수사하도록 소극적으로 지휘하는가 하면 이후에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못하게 하거나 압수수색 영장을 부당하게 기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최씨가 조기에 누명을 벗지 못하고 진범 김씨도 제때 죗값을 치르지 못했다고 과거사위는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진범의 공소시효 완성을 50일 앞둔 2015년 6월 25일 검찰이 별다른 근거 없이 최씨에 대한 재심개시 결정에 즉시 항고한 경위를 파악하라고 법무부와 검찰에 권고했다.

공소시효 만료 9일 전인 같은 해 7월 31일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 시행으로 김씨가 처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런 사정을 검찰이 검토했는지는 의문이라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과거사위는 또 살인 등 중형이 선고된 사건의 경우 흉기 등 핵심 압수물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최씨 변호인은 재심 과정에서 범행도구로 지목된 식칼의 존재 여부와 모양 등을 확인하려고 검찰에 문의했지만, 확정판결 이후 폐기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과거사위는 "검찰압수물사무규칙 등에는 관련 근거 규정이 전무하다"며 "압수된 식칼이 보존돼 있었다면 최씨의 무고함을 입증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조기에 끝내는 등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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