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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김장하 이사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김장하 이사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유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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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지난 16일 저녁 경남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다.

김장하(76) 남성(南星)문화재단 이사장을 위해 100여명이 모인 행사였다. 마침 이날은 김 이사장의 생일날이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시민사회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지원과 활동을 해온 김 이사장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홍창신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전민규 큰들 예술감독, 이규희 큰들 대표, 남성진 남성문화재단 이사, 하정우 민중당 진주지역위원장, 박범주 극단현장 대표가 지난해 10월부터 논의해 마련했다.

진주지역 사회에서 많은 활동을 해온 고 김수업 경상대 교수(진주문화연구소장)와 박노정 시인(옛 진주신문 발행인)이 건강 악화로 지난해 여름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에 홍 이사 등이 "고마운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보내드렸는데, 김 이사장한테라도 한번 모여서 인사드리자"고 해서 마련된 행사였다.
  
"돈은 모아두면 똥이 된다"... 명신고 국가헌납

사천에서 태어난 김장하 이사장은 나이 19살(1962년)에 한약업사 시험면허자격을 취득했고, 이듬해 사천 용현에 남성당한약방을 열었으며, 10년 뒤 진주 장대동으로 이전했다.

김 이사장은 1983년 학교법인 남성학숙을 설립해 이듬해 명신고등학교를 개교했고, 10여 년 뒤인 1991년 이 학교를 국가에 기부채납했다. 김 이사장은 1990년 시민주주로 만들어진 옛 <진주신문>의 이사를 하면서 후원했고, 1992년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결성 주도했다.

또 그는 1994년 '진주가을문예'를 만들어 전국 문학 신인들의 발굴하기 시작했고, 경상대 발전후원회장과 경상대 남명학관 건립추진위원장,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영남대표 등을 지냈다.

김장하 이사장은 진주오광대 복원과 <진주문화를 찾아서> 문고 발간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지원했다. 그리고 그는 수십년간 학생들의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한약방을 운영하는 김 이사장은 평소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핀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돈은 모아 두면 똥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1991년 명신고 이사장 퇴임사에서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가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이유에서 설립된 것이 이 학교이면, 본질적으로 이 학교는 제 개인의 것일 수 없는 것이다. 본교 설립의 모든 재원이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본교가 공공의 것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공립화요, 그것이 국가 헌납"이라고 했던 것이다.

김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나 여러 수상을 꺼리거나 거부해 왔다. 가령 뜻있는 사람들이 그를 '진주시민문화상' 등에 추천하거나 시상하려 해도 그는 극구 사양했다.

1990년대 민선 진주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자체 투표를 거쳐 '시민후보'로 그를 뽑아 추대하기로 했는데 김 이사장은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주지 않아 피해버렸던 일화가 있다. 또 노무현 정부 인수위 시절(2003년 1월)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를 국민추천 받을 무렵 <내일신문>은 그를 소개하면서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김장하 이사장 부부가 생일 케이크에 불을 끄고 있다.
 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김장하 이사장 부부가 생일 케이크에 불을 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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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김장하 이사장 부부가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김장하 이사장 부부가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 유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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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에 그 분과 이어져 있었음을 자랑으로 여겨"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었다. 1부는 김 이사장 없이, 2부는 김 이사장과 함께 열었다.

이날 행사는 김 이사장한테는 '철저하게 비밀'로 준비해왔다. 김 이사장이 미리 알면 행사를 못하게 하거나 참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최 측은 "좋은 공연이 있는데 보러 갑시다"고 해서 모셔왔고, 김 이사장은 행사장 자리에 앉기까지 무슨 행사인지 몰랐다.

1부에서, 홍창신 이사는 "지난해 여름 김수업, 박노정 선생이 세상을 따나셨다. 김장하 선생님도 우셨다. 반평생을 지근에 있으면서 협력했던 동지들이었다"며 "그래서 이럴 게 아니라 '살아 계실 때 후배들이 좀 잘하자'는 생각이 들어 몇몇 사람들과 논의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홍 이사는 "이게 소문이 되어 선생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했고, 그동안 7차례 모임을 가진 끝에 행사를 열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그날 그이가 온 이래 진주는 전보다 훨씬 좋은 동네가 되었다. 그이는 아픈 사람에게 약을 줘 번 돈으로 가난한 아이들의 학비를 감당했고, 그걸 시작으로 학교를 짓고 환경생태운동에 앞장서고, 시민단체의 약진을 돕고,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의 뒷배가 되고, 인권문제에 힘을 기울이며, 장학재단을 만들고 문화연구소를 만들고, '정치'를 제외한 진주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물심양면으로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을 이루고 그것을 공동의 선이란 끈으로 이어나가는 것을 '연대'라 한다면 그이는 우리랑 가장 여물게 연대해온 셈"이라며 "'진주정신'이란 게 만약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막연한 추상을 걷어내고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현물을 드러낸다면 그것은 기 분이 삶으로 체현하며 우리에게 보여준 바로 그것을 일컬어도 될 것이라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그이도 이제 허리 굽고 굼뜬 몸피의 노인이 되셨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한번도 그 분에게 제대로 고마움을 표한 적이 없다. 더 늦기 전에 그이와 따뜻한 시간을 갖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동시대에 그 분과 이어져 있었음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했다.

문형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강동옥 경남문화예술회관 관장, 하정우 위원장, 최희태(사천)씨가 '김장하 선생님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말했다. 특히 문 판사는 학생 때 장학금을 받은 사실을 밝히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2부에서 김장하 이사장이 들어온 뒤 생일에 맞춰 케이크를 자르고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영상으로 '선생님이 걸어온 길'을 감상했고, 노래패 '맥박'이 "찔레꽃" 등을 불렀으며, 전지원(서울전통예술고등학교)양이 판소리를 했다. 형평문학선양사업회 회장인 김언희 시인이 고 박노정 시인의 시 "김장하"를 낭송했다.

김장하 이사장은 "오늘 무슨 행사인 줄도 모르고 가보자고 해서 얼떨결에 왔다"며 "이런 자리가 되고 보니 김수업, 박노정 두 분 생각이 더 난다. 앞으로 남은 인생도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겠다.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경 경상대 총장과 갈상돈 진주혁신포럼 대표, 류재수·서은애·서정인 진주시의원, 김중섭·장만호 경상대 교수, 유영금 시인(서울), 김석봉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 인사들이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다함께 노래 <만남>을 부르며, 깊어가는 밤처럼 김장하 이사장과 인연을 더 깊게 여기는 시간을 보냈다.
 
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노래패 맥박이 공연하고 있다.
 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에서 노래패 맥박이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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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월 16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김장하 선생님 고맙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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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장하, #남성문화재단, #형평운동, #진주오광대, #진주가을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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