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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천천히 내리세요, 안녕히 가세요."
"(손잡이)꼭 잡으세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는 8번 마을버스. 차에 오르자 익숙하고도 반가운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사 온 지 두 달여 만에 네 번째 만남. 

총 23개 정류소를 지나오는데 기사님은 변함없이 정거장마다 타고 내리는 승객들에 친절하고 배려 깊은 말들을 건넸다. 

거동 불편한 노인이나 짐을 든 승객에게는 "서두르지 마시고 조심히 올라오세요(내리세요)." 했고, 운전석 거울을 통해 꼼꼼히 안전을 확인한 뒤 차를 출발시켰다. 

버스 노선과 무관한 장소를 묻는 할머니께도 다정하게 상세한 설명을 해줬고, 칭얼대는 내 고양이에게마저 "(이동)가방 속이 답답해서 그러니" 하고 말을 걸어줬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마음이 점점 더 따뜻해졌다. 입가엔 미소가 번졌고 이런 기사님이 운전하는 버스라면 언제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무표정하게 차에 올랐던 사람들도 내릴 때는 기사님과 마찬가지로 밝은 얼굴이 되어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는 이들이 많았다.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가 주창한 '나비효과'가 떠올랐다. 작은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엄청난 기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내가 오늘 만나는 회사 동료, 식당 점원, 편의점 알바생, 전화기 혹은 인터넷 너머의 그 누구, 거리의 길고양이 한 마리에게도. 

한 사람의 친절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만날 또 다른 존재들, 그런 하루들의 반복이 미칠 파장을 상상하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아무리 거대한 흐름이라도 그 시작은 분명 사소한 하나에서 시작됨을.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이런 시대에도 희망을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숱 적은 머리칼, 마르고 큰 키, 깨끗하지만 오래 입은 티가 역력한 하얀 와이셔츠.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살펴본 기사님의 외모는 여유롭고 밝은 목소리와는 달리 많이 피로해 보였다. 

마음을 쓰는 일이 다른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님을. 기사님도 나처럼 공감과 응원에 힘 얻는 한 사람임을 생각하며 나도 여느 때보다 더 큰 목소리와 용기를 내어 기사님께 인사를 전했다.    

"기사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태그:#광안리마을버스, #마을버스, #시민영웅, #나비효과, #부민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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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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