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스펙트> 포스터

<써스펙트> 포스터 ⓒ Morgan Creek Entertainme

  
2018년 10월, 대한민국 관객들은 살인범이 벌인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암수살인>에 열광하였다. 사건과 희생자들을 향한 한 형사의 열정이 370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우리는 주변의 방해와 권력의 강요에도 사건을 향해 열정을 보이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열정은 때론 집착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열정과 집착을 나누는 기준은 성공의 여부라 할 수 있다. 목표에 대한 성공은 열정이란 이름을 얻지만 실패는 집착이란 단어로 낙인찍힌다.

배우 숀펜의 연출작 <써스펙트>는 명배우 잭 니콜슨의 연기를 통해 한 형사의 순수한 열정이 집착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조명한다.
 
베테랑 형사 제리는 은퇴 6시간을 앞두고 한 여자아이가 성폭행 당한 후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맡게 된다.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인디언 남성은 범행을 자백하고 경찰의 총을 빼앗아 자살한다.

그렇게 모두 사건은 끝났다고 여겼지만 제리의 감각은 이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제리는 죽은 아이가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보던 중 검은 정장을 입은 백인 남자와 소녀가 있는 그림을 발견한다. 이 그림을 근거로 범인은 인디언이 아닌 백인 남성이며 진범은 잡히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제리. 하지만 동료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사건을 종결시킨다.
  
 <써스펙트> 스틸컷

<써스펙트> 스틸컷 ⓒ Morgan Creek Entertainme

 
제리는 아이의 그림을 바라보며 맹세한다. 꼭 범인을 잡아주겠다고. 형사에서 은퇴한 제리는 범행 현장의 중간 지점의 주유소를 산다. 다시 범인이 나타날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제리는 근처 카페의 여주인과 그녀의 딸 크리시와 가까워지며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날선 형사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던 무렵, 제리는 크리시에게 접근하는 누군가를 보고 그를 범인이라 생각한다. 제리는 범인을 잡기 위해 옛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꿈에 그리던 범인을 잡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크리시를 범인을 잡기 위한 '미끼'로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열정이냐 집착이냐, 관객은 끝까지 알 수 없다

<써스펙트>는 눈에 보이는 스릴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스릴러라 할 수 있다. 보통의 수사극의 구조는 크게 두 가지를 향한다. 범인과 형사의 두뇌게임 혹은 범인이 남긴 흔적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퍼즐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추적이다. 이 영화는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의 시점 차이를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작품 내내 유지한다.

먼저 주의 깊게 봐야 될 점은 제리의 캐릭터이다. 제리는 진범이 따로 있다는 확신에 차 있는 인물이다. 그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존재가 있으면 언제든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고 물불 가리지 않고 수사할 각오도 되어 있다.
  
 <써스펙트> 스틸컷

<써스펙트> 스틸컷 ⓒ Morgan Creek Entertainme

 
이런 제리의 특성은 그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를 만나는 순간 긴장감을 팽창시킨다. 제리의 긴장감을 더욱 강화시키는 존재는 크리시이다. 반대로 크리시는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하기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자가 접근하더라도 아무런 위화감 없이 그를 만난다. 이 순간 관객들은 크리시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는 게 아닌지, 또 범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남자를 향해 제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긴장감을 작품 내내 유지하게 된다.
 
영화는 제리의 시점에서 사건을 진행시키지만 제리에게 모든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과연 제리의 '직감'이 열정을 통한 진실로 가는 길인지, 지나친 집착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과정인지에 대한 답을 영화는 제리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영화의 서스펜스는 현실에 대한 반영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은 영화처럼 모든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한 인간이 나아가는 길이 과연 열정인지, 아니면 집착인지에 대해 뚜렷하게 알 수 없다.
 
누군가는 더 나아갔다면 열정이 될 수 있는 길을, 다른 누군가는 집착임에도 열정이라 포장되어 있는 길을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제리는 순수한 열정으로 소녀를 죽인 살인범을 잡고자 하였다. 어린 소녀에게 잔혹한 행동을 한 그 범인을 꼭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가려진 진실에 의해 집착이 되고야 말았다. 이 영화가 선보이는 '순수한 집착'은 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써스펙트 숀펜 잭니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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