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풀백 나가토모 유토에 이어 호주의 주장 마크 밀리건까지 '신의 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상대의 크로스를 차단하는 순간 공이 튀어올라 벌리고 있던 오른팔에 분명히 맞았지만 멕시코에서 초빙된 주심은 물론 끝줄 바로 밖에 있는 추가 부심이나 깃발을 들고 있던 제1부심조차 페널티킥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서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을 때 가차없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누가 봐도 보상 판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이 이끌고 있는 호주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후 10시 30분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에 있는 칼리파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B조 시리아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토마스 로기치의 극장 골에 힘입어 3-2 펠레 스코어로 이겼다. 이로써 호주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요르단에 이어 2위 자격으로 16강에 올랐다.
 
 호주 축구대표팀 크리스토퍼 오이코노미디스(왼쪽)가 1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 칼리파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호주 축구대표팀 크리스토퍼 오이코노미디스(왼쪽)가 1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 칼리파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아워 마빌의 그림같은 왼발 감아차기 골

지난 대회 우승 팀 호주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벌을 톡톡히 받았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조금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게임을 펼쳐야 했던 것이다. 

그래도 호주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선취골을 터뜨리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41분에 아워 마빌이 이코노미디스의 패스를 받아 기막힌 왼발 감아차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아워 마빌은 이번 대회 호주가 가장 믿고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2게임 연속골로 증명한 셈이다. 그는 양발 컨트롤, 슛 능력이 탁월한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가 분명했다.

그런데 호주의 선취골 이후 2분도 안 지나서 반대편 골문이 열렸다. 시리아의 대회 첫 골이 터진 것이다. 알 아잔의 왼쪽 크로스를 받은 오마르 크르빈이 프리 헤더 1차 슛으로 동점골을 노렸을 때 호주 골키퍼 매튜 라이언이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하지만 거기서 흐른 공을 다시 오마르 크르빈이 오른발 끝으로 차 넣은 것이다.

골문 바로 앞 위험 지역에서 상대 공격수의 프리 헤더가 이루어진 것도 모자라 2차 슛을 성공시키는 순간까지 호주 센터백은 무용지물이었다. 간판 수비수 세인즈버리가 경고 누적 징계를 당한 빈 자리가 컸던 것이다.

이어진 후반전은 애매한 판정이 이어지면서 논란의 순간들이 유독 많이 나왔다. 이번 아시안컵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특별히 멕시코에서 초청한 세자르 아르투로 라모스 주심이 휘슬을 잡았는데 그 신뢰도가 추락하고 말았다.

또 다른 '신의 손' 사건도 모자라 보상 판정까지?

곧바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시리아의 공격 분위기가 살아난 것을 감안하면 후반전에 호주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55분에 공격형 미드필더 이코노미디스가 로기치의 얼리 크로스를 받아 재치있는 왼발 밀어넣기를 성공시켜 다시 2-1로 달아났지만 시리아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13일 일본이 오만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둘 때 일본의 왼쪽 풀백 나가토모 유토가 핸드 볼 반칙을 저지른 것과 관련하여 말들이 많았다. 주심이 반칙(페널티킥) 선언을 하지 않았기에 그 순간은 이른바 축구장 '신의 손' 사건 목록에 추가된 셈이다. 

그런데 이틀만에 또 하나의 신의 손 사건이 바로 이 게임에서 추가됐다. 60분, 시리아 오른쪽 풀백 알 즈와예드의 짧은 크로스가 호주 수비에 걸리는 순간 관중석에서 난리가 났다. 주장 완장을 찬 호주 수비수 마크 밀리건이 오른발로 컨트롤한 공이 튀어올라 겨드랑이 가까운 쪽 오른팔에 맞은 것이다. 

하지만 세자르 아르투로 라모스(멕시코) 주심은 물론, 끝줄 밖 추가 부심과 옆줄 밖 제1부심 누구도 이 순간을 반칙(페널티킥)으로 선언하지 않은 것이다. 발은 물론 팔까지 이용하여 공을 컨트롤한 셈이기에 충분히 '의도적인 행동(deliberate act)'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찜찜한 순간은 그로부터 19분 뒤에 보상 판정으로 보이는 페널티킥 선언으로 더 얼룩지고 말았다. 시리아의 공격이 호주 골문 앞을 위협하는 79분에 세자르 아르투로 라모스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호주 수비수 데게넥이 시리아 골잡이 오마르 알 소마를 공의 진행 방향과 상관없이 넘어뜨렸다는 판정이었다. 두 선수의 신체 접촉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있었지만 조심성 없는 몸싸움이라고 보기에는 모자랐기에 보상 판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넘어졌던 오마르 알 소마는 벌떡 일어나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고 오른발로 낮게 깔아차는 페널티킥을 시원하게 성공시켜 2-2로 다시 균형을 이뤘다. 이 기세라면 시리아가 남은 시간에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 수 있기에 B조 2위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정말로 시리아는 아시안컵 도전 역사상 처음으로 토너먼트 진출 꿈을 이루기 위해 뒤를 살피지도 않고 역전골을 노렸다. 하지만 호주의 역습 전술에 휘말리며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에 이코노미디스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아 토마스 로기치가 위력적인 왼발 중거리슛 극장 골을 시원하게 꽂아넣으며 펠레 스코어 승리를 확인한 것이다.

이처럼 호주는 천신만고 끝에 B조 2위 자격을 얻어 16강 토너먼트에 디펜딩 챔피언 이름을 올려놓았지만 F조 2위와 만나야 하기 때문에 유니폼 한복판에 찍힌 전 대회 우승 팀 상징 문양이 무색하게 될 수도 있다. 호주의 16강 상대 팀은 일본이나 우즈베키스탄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2차전 팔레스타인전 득점에 기뻐하는 호주 선수들

조별리그 2차전 팔레스타인전 득점에 기뻐하는 호주 선수들 ⓒ AP/연합뉴스

 
2019 AFC 아시안컵 B조 결과
(15일 오후 10시 30분, 칼리파 빈 자예드 스타디움-알 아인)

★ 호주 3-2 시리아 [득점 : 아워 마빌(41분,도움-이코노미디스), 이코노미디스(55분,도움-토마스 로기치), 토마스 로기치(90+3분,도움-이코노미디스) / 오마르 크르빈(43분), 오마르 알 소마(80분,PK)]

◎ 호주 선수들
FW : 제이미 맥클라렌(67분↔지안누 아포스톨로스)
AMF : 크리스 이코노미디스, 토마스 로기치, 아워 마빌(82분↔로비 크루스)
DMF : 마시모 루옹고(90+1분↔매튜 저먼), 잭슨 어빈
DF : 아지즈 베히치, 마크 밀리건, 밀로스 데게넥, 라이언 그랜트
GK : 매튜 라이언

◎ 시리아 선수들
FW : 오마르 알 소마
MF : 오마르 크르빈, 칼레드 알 음바예드(83분↔자히르 알메다니), 모하메드 오스만(72분↔파하드 유세프), 타메르 하즈 모하메드, 마흐무드 알마와스
DF : 무아이아드 알 아잔, 아마드 알 살레흐, 옴로 알 미다니, 후세인 알 즈와예드(74분↔압둘 말렉 아니잔)
GK : 이브라힘 알마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호주 59.5%, 시리아 40.5%
유효 슛 : 호주 8개, 시리아 5개
슛 : 호주 14개(박스 안 9개), 시리아 13개(박스 안 6개)
패스 : 호주 436개, 시리아 286개
롱 패스 : 호주 67개, 시리아 73개
패스 성공률 : 호주 78.9%, 시리아 62.9%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호주 68.6%, 시리아 47.8%
크로스 : 호주 13개, 시리아 23개
크로스 성공률 : 호주 30.8%, 시리아 34.8%
가로채기 : 호주 8개, 시리아 11개
오프 사이드 : 호주 6개, 시리아 3개
코너킥 : 호주 4개, 시리아 3개
태클 : 호주 15개, 시리아 19개
파울 : 호주 18개, 시리아 8개
경고 : 호주 1장(마시모 루옹고), 시리아 1장(알마와스)

◇ B조 최종 순위표
1위 요르단 7점 2승 1무 3득점 0실점 +3 *** 16강 진출!
2위 호주 6점 2승 1패 6득점 3실점 +3 *** 16강 진출!
3위 팔레스타인 2점 2무 1패 0득점 3실점 -3
4위 시리아 1점 1무 2패 2득점 5실점 -3

◇ 16강 진출 팀 목록(조 3위 중 성적 좋은 4팀 와일드 카드)
A조 : 1위 아랍에미리트, 2위 태국, 3위 바레인(승점 4점, 2득점 2실점)
B조 : 1위 요르단, 2위 호주
C조 : 한국, 중국
D조 : 이란, 이라크
E조 :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F조 : 우즈베키스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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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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