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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시장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상인들은 곳곳에 ‘재개발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렸다.
 유성시장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상인들은 곳곳에 ‘재개발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렸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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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의 유성 5일장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다.

유성시장은 1916년부터 시작된 5일장으로, 4일과 9일에 대전광역시 유성구 장대동 일원에서 열리며 신탄진 5일장과 함께 전통 5일장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장날에는 기존 300여 개 점포뿐 아니라 논산과 공주 등 대전 인근 농가에서 1천여 명이 와서 노점을 열어 인산인해를 이룬다.

또 유성시장은 1919년 3월 16일, 3월 31일, 4월 1일 세 차례의 3·1운동 만세시위가 벌어진 역사적인 장소다. 3월 16일에는 이상수, 이권수 형제가 중심이 되어 300여 명의 군중들이 장터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쳤다.

3월 31일에는 200여 명의 군중이 독립만세를 부르며 일제 경찰의 발포에 투석으로 대항했다. 다음 날인 4월 1일에도 70여 명의 군중들이 낫과 가래를 들고 독립만세를 부르며 유성 헌병주재소를 향해 행진했다.

유성장터 3·1운동 만세시위는 일제 헌병과 수비대 보병들의 무력적 탄압으로 인해 사상자가 여러 명 발생하고, 많은 인사들이 체포되는 결과를 낳았다. 시위를 이끌었던 이권수, 이상수는 징역 1년 2월의 옥고를 겪었다.

4월 1일 시위를 주도했던 홍병두도 피체되었고, 그날 최승복은 일본 헌병의 무차별 발포로 흉탄을 맞아 현장에서 순국했다. 유성구는 3·1운동 만세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유성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성시장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유성시장은 지난 2007년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되었지만 조합 설립에 실패해 무산되었다가, 최근 다시 조합설립 절차에 들어가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유성시장이 위치한 대전 유성구 장대 B구역(장대동 14-5번지 일원 9만 7213㎡)에 49층 높이의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를 짓는 것을 목표로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추진위는 현재 전체 토지 소유주 514명 중 70%가 넘는 사람의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시장 상인들이 가게 앞에 ‘재개발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유성시장 상인들이 가게 앞에 ‘재개발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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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유성시장 상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성시장 곳곳에 '재개발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상가에는 '유성시장 재개발 반대'와 '재정비 촉진지구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유성 5일장 시장 시키기 서명운동'도 받고 있었다(관련기사: "유성구는 장대B구역 재개발 입장을 밝혀라").

'장대 B구역 재개발 해제 주민대책위원회(상임위원장 박정기, 이하 해제대책위)' 이상규 공동위원장은 "다 허물어내고 새로 짓는 것만이 개발은 아니다"며 "시장을 보존하면서도 얼마든지 보기 좋게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위원장은 "장날이면 논산이나, 금산에서까지 유성시장으로 기름을 짜러 와 기름집에 줄을 선다"며 "그런 것을 이용해서 유성시장을 얼마든지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모님의 장사를 이어받아 15년째 유성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해제대책위 양충규 총무는 "유성시장은 쇠락하는 시장이 아니라 아직도 북적이는 대전을 대표하는 5일장"이라며 "유성구와 대전시는 5일장의 특색을 살려 유성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전면 철거 방식의 개발은 그동안 유성시장이 만들어온 고유의 형태를 없애게 될 것"이라며 전면철거 방식의 개발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된 이래 13년 동안 고치거나 새로 지을 수 없었다"며 "촉진지구가 해제되면 상권이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대 B구역 재개발 해제 주민대책위원회 이상규 공동위원장(오른쪽)과 양충규 총무(왼쪽)
 장대 B구역 재개발 해제 주민대책위원회 이상규 공동위원장(오른쪽)과 양충규 총무(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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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홍경표 사무국장도 "1백년이 넘도록 전통 5일장을 이어오고 있는 유성시장이 아파트 개발로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인데, 만세시위 현장이 사라질 위기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경표 국장은 이어 "전통 5일장을 보존해야 하고, 유성시장에는 독립만세운동 유적지임을 알려주는 시설물들을 설치해 역사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개발이 필요하다면 아파트 개발이 아니라, 5일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가림 시설 등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년 을미의병과 유성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장터공원. ‘을미의병의 효시 유성의병사적비’ 주변에도 ‘재개발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서 걸어 놓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매년 을미의병과 유성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장터공원. ‘을미의병의 효시 유성의병사적비’ 주변에도 ‘재개발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서 걸어 놓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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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이달 23일 조합설립을 위해 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추진위 측에서는 소유주 75%의 동의를 받아 낼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조합설립 성사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면적 50% 이상의 동의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진위' 측과 '해제대책위' 측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유성구는 '행정절차에 따른다'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아직 조합설립서류가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성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또 민간이 추진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고 조합설립요건을 충족했다면 설립인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유성오일장 대책 마련은 구에서도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아직 조합 설립인가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안을 고민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서 유성보건소와 장옥(담), 주차장, 경로당, 도로 등 국공유지가 전체 면적의 34%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유성구가 어떤 입장을 낼지 관심이 주목된다.

태그:#유성구 장대 B구역, #유성5일장, #유성시장, #유성 3·1만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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