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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4일) 저녁 9시가 다 된 시각,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플랫폼에 들어섰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희부연한 연기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불이라도 났나 순간 멈칫했는데 경보도 울리지 않고 사람들은 태연해 보였다. 한숨 섞인 푸념이 흘러나왔다. 명색이 실내인데도 어쩔 수가 없구나. 여기까지 점령할 수 있구나.    

안산행 지하철이 오는 것을 보고 도망치듯 얼른 몸을 던졌다. 그런데 기차간에도 마스크를 질끈 동여 맨 동포들이 부지기수로 많았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어디에다 불만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자포자기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는 수 없이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마스크를 다시 꺼냈다.

마스크를 쓸 때마다 느끼는 불안감이 있다. 콧등과 양 볼 사이 틈으로 계속해서 바람이 드나든다. 그게 영 거슬리는 게 아니다. 그것까지를 모두 막아 내는 마스크를 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종류의 마스크를 써 봤지만 내가 쓴 것들은 늘 뭔가 조금씩 부족했다. 지금 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말 신박한 마스크를 만나게 된다면, 안 불안하고 행복할까?

콧등 양 옆으로 바람이 통한다고 하지만 마스크로 쉬는 숨은 늘 답답하다. 게다가 기차간 속은 오죽하겠나. 열에 다섯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현실이 기가 막힐 정도로 숨은 차고 속은 울렁거렸다. 10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마스크를 얼굴에서 떼어 냈다. 그나마 좀 살 것 같았다. 쓴웃음이 입가 언저리에 번졌다. 살 것 같다라니...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마스크를 꺼냈다. 기차간보다는 숨쉬기가 수월했다. 마치 오랜 훈련 덕에 호흡하는 법을 터득한 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었지. 아마. 조금 더 훈련하면 기차간에서도 원활하게 숨 쉴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는 이상한 상상도 했다.  

그러고는 마을버스를 탔다.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기 전 잠시 망설였다.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보아 하니 다른 탑승객들은 모두 맨 얼굴 그대로였다. 대중 심리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마스크는 고이 접어 주머니 속에 넣었다. 일말의 안도감과 편안함이 대략 10분간 지속됐다.   

동네에 거의 다 진입했을 때 창밖으로 아빠 손을 잡고 동네 산책 나온 한 아이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얼굴에는 마개를 하고 있었다. 순간 속으로, '나오지 말고 집에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오래 보고 있기 힘든 광경이 있다. 어제 그 아이의 모습이 그랬다. 고개를 얼른 돌리고 하차 벨을 눌렀다.  

집 앞에 도착해 번호키를 누르려는데, 아까 본 그 아이 생각이 문득 다시 났다.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아는 우리 마을 다른 아이들 생각이 함께 났다. 이 서럽게 힘든 하루, 다들 어떻게 보냈으려나. '나오지 말고 집에 있지' 했던 아까 생각을 후회했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숨을 한 번 쉬어 봤다. 이 곳은 안전하려나.  

태그:#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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