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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비바람과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앞에 두고 하는 일이 아니다. 오롯이 자연이 일으키는것들을 받아들이면서 몸을 쓰는 노동이며, 똑같은 일의 반복같지만 매일매일이 새로운 하루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면 농사에 로망을 갖거나 농부의 삶을 선택한 이들을 대단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사의 속살을 보거나 믿을만한 농부로부터 들으면 요즘 말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늘해지다) 해질 수 있다. 믿을만한 농부라고 한 것은 여러모로 그렇지 못한 농부의 농간으로 귀농 혹은 먹을거리에 사기를 당하는 일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푼 꿈을 안고 인터넷 귀농카페를 기웃거리는 당신들에게,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몸에 흙 묻히며 고민하기를 제안한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 글상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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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 헛된 꿈과 욕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꿈 깨'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자신감.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그가 말하는 농사의 기술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2007년 열 살 아들과 단둘이 제주도로 귀농하여 유기농사를 짓는 김형표 농부의 농사이야기<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랑말랑한 농사이야기가 아니다. 농사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전업농부 6년차의 나에게 이 책이 몇 년만 더 일찍 쥐어졌더라면 나태함과 시행착오를 줄였을 수도 있겠다 싶은 욕심도 생겼다.

"나의 농사의 시작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척박한 제주에서도 더욱 척박한' 밭들이다. 아무도 나에게 그 땅은 농사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주지 않아, 이삼 년 실패를 하고 나서야 스스로 깨달은 밭들. 차를 타고 지나며, 그 밭들에서 일하는 나를 보며, 우스갯소리로, 비웃으며 지나갔을 밭들을 나는 지금도 하나도 놓지 않고, 아직은 꽉 붙들고 있다."

팔거나 안 팔거나 갈아엎거나

농업을 농촌을 농민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좋은 합의, 정치권의 무관심은 갈수록 더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서 쌀 값이 크게 올라 농가소득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등급을 매겨서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로 유통이 된다.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도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인 농부의 권리는 팔 것인지 말 것인지 예, 아니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지난 가을에 순무 농사를 지은 농부의 밭에 갈 때마다, 볼멘소리를 들었다. 한차(트럭)를 경매시장에 낸 가격이 두차를 낼 때도 똑같다는 것이다. 인건비도 안되는 값을 받을 때 마다 '개죽음' 당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항상 고민하는 것은, 인건비도 포장지 값도 포장비용도 택배비도 안 되는 값에 세일을 해서라도 팔아야 하는지, 폐기해야 하는지에 있다. 물론 그 이전에 들어간 종자비 파종비 비료대 몇 개월 동안의 관리 인건비는 제쳐 두고라도 말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까워서라도 이곳 저곳에 보냈는데 지금은 폐기 쪽으로 결정을 내릴때가 더 많다. 폐기가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저온저장고나 뭐 그런 이야기를 물으신다면 20평짜리가 몇 천만 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팔 수 있을 만큼만 생산하라고 한다면, 일년 중에 열두 달 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릴 수는 없다고 답해야 한다."
  
쪽파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 쪽파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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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땅이 있었으면 좋겠다

헌법이 정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식량주권을 지키고 땅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부가 아니라도 농사를 짓지 않아도 자유롭게 농지를 매매한다.

일정한 면적의 농지를 소유하면 농협조합원이 되거나 사업자등록증 같은 농업경영체 등록으로 서류상 농부가 된다. 마음은 콩밭에 있으므로 농사는 흉내만 내거나 임대를 한다. 계약서를 써주는 지주를 만나는것도 어렵지만, 계약서를 쓰더라도 소작농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것은 아니다.

소작농의 입장은 머슴살이처럼 지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농장주변으로 개발된다는 말이 몇 년째 흘러다니면서 땅값이 오르고 시세차익을 노린 새로운 지주들이 생겨났다. 농사를 짓던 밭도 팔려서 내줘야 했지만, 상의를 한적도 없고 땅을 비우라는 통보만 받았다. (책 제목을 처음에 '나도 땅이 있었으면 좋겠다'로 읽었다.)

"도시에서나 홍대인근에서나 멀리 제주에서도 인간 군상의 거울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비켜주지 않아도 되겠지만, 손해배상이니 별 쓸데없는 이야기가 오가는 것도 싫고, 그런 땅에 농사짓고 싶지 않다. 올해들어 세 번째 경작지 분쟁이다. 그래도 물러서진 않겠다. 정당한 계약기간도 남았고, 정해진 날에 임대료나 내면 그들과의 관계는 끝이다. 국가가 농지를, 땅을 국가의 재산으로 소유해야하는 이유는 여기서도 나타난다."
 

농사의 기술

농사는 머리보다는 몸이 기억하는 일이고, 몇 만 시간의 경력으로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는것도 아니다. 흙은 농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날씨의 변화가 작물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을 빨리 알 수 있는 기술은 없다. 오로지 지켜봐주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 내가 아는 농사의 기술이다.

"농사는 생의 기운을 전하는 일이다. 그 미약한 생을 조심스럽게 흙속에 묻으며, '아직은 강한' 내 생의 우리 생의 기운을 불어넣으면, 그 '미생' 들이 조심스럽게 흙속으로 발을 뻗고 눈을 뜨며 건강하게 자라, 내가 전한 '생의 기운' 을 다시 내게 몇 배는 불려서 돌려줄 것이다. 그것이 초록이고 농사다."
 

덧붙이는 글 |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 김형표 쓰고 짓다 / 글상걸상 /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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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짓고, 농사교육도 하는 농부입니다.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자급자족의 생산을 넘어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농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흙에서 사람냄새를 느꼈을때 가장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