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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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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 협상에서 의원수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의원 정수 360명' 권고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수많은 국민들이 의원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의원수를 줄이라는 여론도 있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불신의 대상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그 불신의 정도는 대단히 격렬한데, 이는 곧 정치치 혐오로 이어진다. '국회의원 보기 싫으니 확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주류이고 나아가 '아예 국회를 없애자'는 주장도 간혹 나온다. 이러한 주장은 과연 옳은 것일까?

'세금 아깝다, 차라리 의원수를 줄이자'라고?

예를 들어보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이 3.2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8명에 불과하다. 또 2008년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9647명으로 인구 5000명 당 1명 수준이다. 영국과 독일의 1/10 수준이며, 미국에 비하면 1/20 수준이다.

서비스 공급원이 소수의 인원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향유하기 어렵고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의사와 변호사를 줄이게 된다면? 국민들은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고, 비용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오히려 의사와 변호사를 늘려서 그들로 하여금 서로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의료 및 법률 서비스를 잘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정답이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주장의 주된 이유는 '국민 세금이 아깝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에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뭔가를 반대하는 경향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수는 냉정하게 검토해볼 문제다.

미국 의회에는 회계감사원이란 것이 설치돼 있다. 처음 이 기구가 설치될 때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그러나 회계감사원이 활동을 시작하자 예산절감, 비용 절약, 지출 연기, 수입 증대 등 재정적 이익이 엄청나게 커졌다. 1998년도에는 재정 이익이 197억 달러에 이르렀다. 당시 회계감사원이 사용하는 예산이 약 4억 달러였다. 미국은 1달러를 투자해 49달러의 이득을 본 셈이다.

미국 의회 회계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수시로 모든 상·하원 의원과 행정부에 제출된다. 그러므로 미국 의원들은 우리처럼 매년 국정감사를 하지 않아도 이 감사보고를 통해 각 부처의 운영 상황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효율은 극대화하고 부패는 발 붙이기 어렵게 됐다. 물론 의회의 역량과 신뢰 그리고 권위 역시 높아졌다.

지금 국회의원을 줄이자는 주장은 완전히 핵심을 비켜간 것이다. 나무만 보고 정작 숲을 보지 못한 것이다. 

국회는 어쩌다가 '불신의 아이콘'이 됐나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심각하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왜 이토록 국회를 불신하게 된 것일까. 국회의 근본 문제는 무엇인가? 오직 정확한 진단에서 정확한 개혁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아무리 유능하고 의욕에 불타는 출중한 사람이라도 국회에 진입하기만 하면 어찌된 일인지 쉽게 평범해진다. 거꾸로 장삼이사(張三李四), 그 어떤 '평용'(平庸)한 사람이라도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바로 국민이 부여한 '입법' 과정의 대부분을 입법관료가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 의회에서도 이런 입법과정은 찾아볼 수 없다.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군사독재 체제에서 만들어진 이러한 '대행' 시스템 하에서 어느 국회의원이든 차별화되지 않고 비슷비슷 유사해진다.

흔히 '유치원3법'이나 '김용균법'을 예로 들면서 의원들이 정파적으로 싸움만 해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게 국회의 핵심 문제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는 법안들이 국민들에게 주로 알려진다. 나머지 대다수 법안들은 국민들은 물론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입법공무원들에 의해 '검토'되고 처리된다.

'본업 배제 → 불신'의 악순환... 이러니 의원정수 여론이 좋지 않다

국민들은 알 수가 없고, 시민단체며 지식인들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현상에 현혹되어 본질을 인식하지 못한다. 손가락에 홀려 정작 누구의 손가락인지 보지 못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의원들은 정작 수행해야 할 본업, 입법에서 '배제'되고 혹은 부정적인 의미로 '해방'된다. 비극적인 사실은 아직 단 한 명도 공개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자고 나선 의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는 사이 국회는 더욱 국민과 멀어진다.

근본이 어긋나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 연기(演技) 정치, 날만 새면 이어지는 정쟁, 불요불급한 해외출장 등등. 이 모든 왜곡은 바로 본업에 대한 유기로부터 비롯된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이 국회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며, 선거제도 개편을 논할 때 '의원정수를 늘리지 말자, 되레 줄이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회 개혁의 기본은 어떻게 국회의원을 그 특권을 없애면서 진정한 국민의 대표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가에 있다. 그 핵심은 바로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국회의원이 책임성 있게 성실하게 직접 검토하고 수행하는 데 존재한다.

그리하여 국회다운 국회의 핵심은 입법권의 복원이다. '지엽'(枝葉), 즉 가지와 잎사귀에서 벗어나 근본, 뿌리를 인식할 때다. '지엽'에만 사로잡혀서는 결코 국회라는 '나무'를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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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