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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글로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를 다룬다.

캐나다 드라마 <바이킹>을 보면 파리를 침략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바이킹이 적군의 병력에 막혀 난관을 겪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전설적인 바이킹 왕 라그나는 배를 이용해 갈 수 있는 길이 막히자 배를 산으로 끌어올려 예상치 못한 경로를 찾아가는 기지를 발휘한다.

이렇게 배를 들고 산에 오르는 전술은 적군을 당황하게 만들고 결국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도 한다. 1453년에도 오스만제국군이 동로마제국의 지원군과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배를 끌고 언덕을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동로마제국군은 언덕을 넘는 군함을 보고 크게 사기가 꺾였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배를 산으로 올리는 것조차 매우 효과적이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문제에서 노동자 참여도 이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18년 10월 완공된 충남 서산의 엘지(LG)화학 탱크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로부터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제보 받아 회사 쪽과 함께 현장을 돌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안전관리를 실시했다.

시공사 건설사업부 책임은 "옛날 사고를 가진 사람은 회사가 노동조합에 끌려 다닌다고 오해하겠지만, 직접 일을 하는 사람은 회사가 못 보는 위험을 본다"며 "작업자들의 요청으로 전에는 비용 등 문제로 꺼렸던 낙하 방지망을 이중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플랜트건설노조의 노동안전국장은 "회사 안전관리자는 현장을 구석구석 알기 어렵고 인력도 부족하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구역별로 나눠 살피기 시작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를 금방 잡아 낸다"고 했다. 이렇게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권한을 나눠준 결과 실제 지난 여름 폭염으로 작업 속도가 늦어져 납기를 놓칠 수도 있었지만, 중대 재해가 한 건도 없어 품질·공사비·기한을 모두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노동 현장의 현실은 전혀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심지어 눈 앞의 사망 재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 작년 말 김용균 군의 사망 재해가 발생했던 서부발전은 김용균 군 사고 이전인 2017년 11월 사망사고 직후에도 ▲공정별 협력기업의 안전컨설팅팀 운영 ▲현장위험성 발굴을 위한 안전패트롤 활동 강화 ▲발주처, 협력기업간 위험성 공유를 위한 안전회의 강화 ▲협력기업 안전담당자 실무 워크숍 시행 ▲일용직 종합관리대책 강화 및 현장 안전교육 확대 등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김용균 군이 사망할 때까지 어느 것 하나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정작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요구했던 '점검 작업시 2인1조 운영'이 시행되었다면 함께 점검하던 동료가 컨베이어벨트 옆에 설치된 정지버튼을 눌러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독일과 한국의 노동자 참여, 어떻게 다른가

먼저 독일은 '사업조직법'에 노동자 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근거를 마련해두었다. 상시 노동자 5인 이상의 사업장은 전체 노동자의 투표를 통해 6개월 이상 근무한 피선거권 노동자 중 한 명 이상을 노동자 평의회(노동자대표위원회, Betriebsrat) 대표 위원으로 선출할 수 있다.

사업장 노동자 수에 따라 상시 노동자 9000명까지는 사업장에 35명의 대표 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그 이상은 매 3000명당 2명씩 증가하는 규모로 노동자 평의회가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노동자 평의회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한 감독권/ 감독을 위한 정보(사업장 설계, 기계 설비, 작업 공정, 전문가 의견 등) 요청권/ 모든 점검 및 사고조사 입회권/ 위험성 평가, 위험방지 대책 및 그 효과점검, 노동자 요구에 대한 인간공학적 처방, 안전보건 관련 전문가 선임 등에 있어 공동 결정권을 가진다.

실제 노동자 평의회의 권한은 더 방대한데,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 현황이나 예산운용 등에 대한 정보 공유부터 노동시간, 휴가, 급여 정산 방식, 인사이동, 채용, 승진, 전출 등과 관련한 공동결정권까지 막대한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그리고 그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표와 9명 이내의 당해 사업장 노동자가 독일의 노동자 평의회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100인 이하 사업장은 설치할 의무조차 없으며, 노동자 평의회가 가진 중요 권한들(감독권, 모든 정보 요청권, 전문가 선임 등에서 공동 결정권)은 법령에 언급조차 없다.

또한 노동자 대표나 9명 이내의 위원회 참여 노동자 선출 방식도 불분명해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사측에 우호적인 노동자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3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가 산업안전보건 관련 협의를 담당하는데,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자 대표의 선출 방식이 불분명하고 심지어 산업안전보건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만 가능하고 '의결'권조차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도 간다. 배를 들고 산을 넘어야 한다면 사공이 많을수록 좋다. 독일의 노동자 참여는 산재 사망률을 한국의 1/10 수준으로 유지하게 해주고 산재보험료율도 20% 이상 낮게 유지해 주었다(한국의 산재 은폐, 누락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장의 위험을 직접 확인하는 노동자이기에, 그 현장에 가장 많이 다녀 본, 가장 많이 투입된 전문가이기에 산업안전보건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김용균 군 사망 이전의 그 어떤 대책도, 위험성 평가도 서부화력 노동자의 요구 사항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개정된 산안법은 '김용균법'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보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건강한 노동을 할 때 진정한 '김용균법'이 완성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권종호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이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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