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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2017년 9월 22일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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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첫 '대법원장 검찰 소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의 눈앞에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범죄 혐의가 있는 권력층이 법적 다툼에 앞서 정치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참 친숙한 모습이다. 반면 당사자가 사법부 수장인 전직 대법원장이란 점과 그가 정치적 다툼의 장으로 선택한 곳이 대법원이란 점은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화감을 자아낸다.

전례 없는 '대법원 성명 발표' 강행하나

재판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법조비리 은폐, 비자금 조성 등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전 원장은 11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눈덩이처럼 커진 이 사태가 이탄희 판사의 '판사 블랙리스트 업무 거부 및 사직서 제출'이 있었던 2017년 2월로부터 출발했으니, 양 전 원장이 조사를 받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동안 자택 인근에서 '놀이터 기자회견'을 열어 딱 한 번 모습을 드러냈던 양 전 원장은 검찰 출석 직전인 오전 9시 '대법원 성명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당초 양 전 원장 측은 대법원과의 협의를 전제한 채 협의가 불발될 경우 정문 밖에서라도 발표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대법원과 따로 협의하지 않고 그대로 대법원에서 성명 발표를 강행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정확한 그의 동선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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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안이든 밖이든, 범죄 혐의자가 성명 발표의 무대로 대법원을 선택한 발상은 전례 없는 일이다. 당사자가 아무리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더라도 대개 '검찰 포토라인'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명이 발표된 후 판단할 문제지만, 양 전 원장이 검찰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을 특정했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품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입장을 밝히는 장소로 대법원을 택한 건 법원 내부의 조직 보호 논리를 자극해서 검찰과의 대립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피의자 양승태, 검찰 포토라인 무시하고 대법원으로).

궁지에 몰린 최상위 지도층의 성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95년 12월 전두환씨의 '골목 성명'이다. 비슷한 취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편의에 따라 발표 장소를 선택했다. 또 "검찰의 태도는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전씨), "보수궤멸의 정치공작,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 전 대통령) 등의 말로 '정치 탄압의 피해자' 프레임을 내세웠다.

양 전 원장의 의지로 인해 난감해진 쪽은 대법원이다. 양 전 원장이 의지를 실행으로 옮겨 만약 대법원 진입을 시도한다면 이를 막을 수도, 막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 전 원장 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젠 범죄 혐의가 된 그의 무수한 '활약상'
 
사법부 70주년, 부끄러운 현실 사법부 70주년 및 법원의 날인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모여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구속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법부 70주년 및 법원의 날인 2018년 9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모여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구속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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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원장은 사법농단 사태 전반에 깊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재판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법조비리 은폐, 비자금 조성 등을 지시·관리·실행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검찰이 파악한 재판개입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이다. 2012년 대법원 1부는 피해자의 청구권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이에 따라 고등법원도 일제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은 이러한 상황을 불편하게 여긴 박근혜 정권과 교감한 뒤 직접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피해자 승소 판결을 확정하면 안 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 일본 전범기업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를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만나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하고 재판 절차를 논의했다.

이는 해당 사건을 자신이 재판장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겨 승소 판결을 막고, 재판 지연을 통해 다른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을 막으려는(민사소송 소멸시효 만기)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계획은 2016년 9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결국 실패했다. 대법원은 정권교체 후인 지난해 10월 전원합의체를 통해 피해자 승소를 확정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직 복권 및 잔여재산 가압류 소송 ▲ KTX·쌍용차 해고노동자 소송 ▲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사건 재판 등에 양 전 원장이 개입·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양 전 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무죄 판결을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를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에 포함시켰다.

또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은폐·축소 의혹을 받는 박상옥 당시 검사(현 대법관)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자 송아무개 부장판사가 이를 비판했는데, 이 판사 역시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

양 전 원장은 이 보고서에 직접 V를 체크하는 등 명단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담긴 인물뿐만 아니라 ▲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 ▲ 법관 익명 인터넷 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 ▲ <시사인>에 기고한 차성안 판사 등도 양승태 대법원의 사찰 대상이었다.

이외에도 ▲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 '정운호 게이트' 수사 정보 유출 ▲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비자금 조성 등도 양 전 원장이 몸통으로 지목된 혐의다.

검찰 "조사 분량 많아 하루에 끝나진 않을 듯"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고영한·박병대·권순일·이동원·노정희·김용덕 등 양승태 대법원 당시 대법관을 지낸 이들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있는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은 재소환하기도 했다.

9일에는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조사도 시도했으나 이는 무산됐다(관련기사 : 박근혜, '사법농단' 구치소 조사 거부). 다만 앞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소환해 재판개입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양 전 원장은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처럼 15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대면조사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의 지휘 아래 부부장 검사들이 진행한다. 11일 조사 후 재소환 가능성도 높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분량이 많기 때문에 하루에 끝나진 않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피의자 양승태 주요 혐의 내용은?
 피의자 양승태 주요 혐의 내용은?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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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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