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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라고 하면 왠지 거창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로널드 웨인은 잡스 아버지의 창고에서 시작했고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차고에서 사업의 첫 닻을 올렸다. 이처럼 자취방이나 대학의 빈 강의실 등 마음만 먹으면 창업 공간을 활용할 곳은 수 없이 많다. 

문제는 '사업'이다. 창업은 열정과 아이템에서 출발하지만 사업은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부터 시작되며 그 순간부터는 항상 투자금과 매출 및 순이익 등 숫자와 씨름해야한다. 누구를 사업 파트너로 삼아야 하는지, 정부 지원을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등등 생존을 위한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어느 날 날아온 내용 증명, 그 속에는 
 
지난해 자전거 스타트업에 발생한 법적 문제
▲ 원동기자전거 KC인증문제 지난해 자전거 스타트업에 발생한 법적 문제
ⓒ 바꿈세상을바꾸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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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자신의 보험 가입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을 개발한 이모씨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협회로부터 내용증명서를 받았다. 본인이 개발한 어플이 개인정보 위반 여부가 의심됨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모씨의 사업은 이미 수억 원을 투자받아 어플 개발을 완료하여 시중에 내놓은 상태였다. 이러한 고발 내용을 받은 이씨는 당황함을 넘어 두려움을 느꼈다.

[사례2] 해외에서 전기자전거를 수입해 판매하는 자전거 업체는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전기자전거에 안전규정인 KC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전기자전거, 전동기자전거, 이바이크 등 구분이 모호한 현행 법 체계에서는 KC인증을 해주는 정부기관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인증을 받을 수 없는데 인증을 안 받았다고 문제가 된 셈이다. 


세계은행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창업 경쟁력 순위는 2006년 116위에서 2016년 11위로 뛰어올랐고, 창업 등록도 같은 기간 12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됐다. 창업에 소요되는 시간도 22일에서 4일로 매우 단축됐다. 스타트업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5.6일보다도 짧다. 그러나 정작 스타트업 현장에서 대한민국이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나라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트업에는 너무나 어려운 법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법적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다. 위의 사례처럼 아무리 좋은 아이템과 열정을 가지고도 법률분쟁에 휘말려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심각한 경우 사업을 접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계약과 관련된 문제이다. 특히 투자를 받기 위한 주식양도계약 및 주주 간 계약은 창업아이템만큼 중요하다. 안희철 변호사는 "스타트업이 어떤 시기, 어떤 조건으로 주식양도계약 및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따라서 스타트업의 가치가 달라진다. 그러나 그 만큼 법적지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발목을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스타트업이 겪는 계약서상의 법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과거에는 연대보증으로 인한 법적문제도 있다. 차상익 변호사는 "과거에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국책금융기관마저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 때문에 사업에 실패한 창업자가 회사의 채무를 이행해야 했으며 이를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며 연대보증과 관련된 법적문제를 지적했다. 

또 금전적 이유로 특허를 공유했다가 법적 문제로 사업 아이템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김정욱 변호사는 "특허권을 공유하는 경우 각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만 지분을 양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분쟁이 발생하면 발명가는 특허를 팔고 싶어도 분쟁 당사자인 투자자의 동의 없이 팔 수 없다. 반면 투자자는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며 특허법이 오히려 발명가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적문제를 지적했다.

사람 관계 역시 중요하다. 이주한 변호사는 "창업의 성공과 회사의 영속은 결국 인재에 달렸다. 특히 1인이 다수의 역할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어떤 직원을 고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무척 중요하다"며 근로계약서, 퇴직금, 영업비밀보호, 경영금지 약정, 개인정보 관리, 해고, 성희롱, 산재사고 등 다양한 채용과 관련된 법적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처럼 스타트업이 겪는 다양한 법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바꿈세상을바꾸는꿈은 '스타트업법률가이드' 라는 도서를 출판했다. 본 도서에는 ▲창업준비 ▲투자, 대출, 보증 등 ▲각종 계약 ▲인허가 ▲지식재산권 ▲채용과 노동법 ▲분쟁 ▲불공정거래, 하도급거래 ▲개인정보 ▲회생과 면책, 파산절차까지 창업의 A부터 Z까지 법률문제를 총망라해 적시하고 있다.

기승전 '규제완화'는 잘못된 접근법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9월 은산분리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법 거부권 행사하라!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9월 은산분리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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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규제 샌드박스. 규제총량제 도입 등 기승전 '규제완화'가 강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과 한국형 규제샌드 박스를 성과로 강조하기도 했으며 지난해부터 꾸준히 은산분리, 의료기기, 개인정보 등 다양한 규제완화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러나 과연 스타트업 문제의 해법으로 규제완화가 답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규제완화로 인해 스타트업보다 재벌이 더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발표하자 경실련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 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핀테크 사업 발전이 은산분리와의 연관성 경제적 효과가 제시된 바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규제완화로 인한 안전 문제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의료기기 규제완화가 발표되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환자 생명과 안전조차 혁신의 대상이라는 여기는 것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가습기 살균제 문제 역시 관련법의 규제완화로 인해 발생한 부분이 크다. 

따라서 오히려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 방향은 기술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벌의 경제력 집중부터 해소해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부터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개인 창업 영역에 그치고 있는 스타트업 관련 쟁점이 공적 영역의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스타트업이 나아갈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바꿈 홈페이지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스타트업, #경제, #노동, #사회,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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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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