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저는 1994년 3월 14일 군에 입대하여 1996년 5월 16일에 전역했습니다. 26개월하고 이틀 더 군 생활을 한 것입니다. 제 주위 친구들은 대부분 군대를 갔다 왔습니다. 하지만 시력이 좋지 않아 군대를 안 간 친구도 2명 있었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냥 군대를 안 간 친구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신의 아들'이니 '어둠이 자식들'이란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었으나 군 가산점제도 같은 공적인 인센티브와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는 근거 없는 자부심으로 병역의 의무가 피해 의식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남자들에게 군 생활의 의미는 대단히 특별합니다. 병역의 의무는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는 근거 없는 외침처럼 인내심과 체력을 키우는 등 남성성을 기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단 폭력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그와 함께 2년이라는 시간을 국가라는 공동체에 바쳐야 하는 청춘의 일시적 구속도 모두 병역의 의무라는 한국적 특성이 만들어낸 특별한 현상입니다.

군가산점 제도 폐지와 양심적 병역거부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군 복무기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취업시 과목별로 시험 득점에 5% 가산점을 부여하는 군가산점 제도란 것이 있었습니다. 이 군가산점제도로 인해 많은 제대군인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혜택을 보았고 공무원 준비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제대군인들에게도 자부심의 하나의 이유가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1999년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군가산점제도가 공무담임권,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폐지되었습니다.

2018년 11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오아무개(34)씨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유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를 유죄로 선고한 바 있어, 14년 3개월 만에 판례를 뒤집은 것입니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법률적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저는 군가산점제도가 위헌이라고 생각합니다. 헌재가 말한 공무담임권,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헌법 교과서에 있는 용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병역의 의무를 행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는 간단한 이유에서입니다. 장애인과 여성이 그에 해당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무분별한 병역거부가 이뤄지지 않도록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라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사회적인 현상과 법안과 정부의 정책을 개인이 판단할 때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작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법률적으로는 이해가 됩니다만 심정적으로는 강한 거부감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비록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기는 하지만 국민의 의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한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머리의 법률적 이해를 가늠할 수 없는 가슴의 피해 의식과 허탈감이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인권위의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 비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9일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용어 변경에 대한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을 내고 "대체복무제에 관한 국제 인권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병역거부 행위가 개인이 가진 양심의 보호와 실현이 아닌 종교적 신념과 가치에 따른 행위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엔 인권위원회와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병역거부를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이 규정하는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의 권리에 근거한 권리로 인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유엔 인권위원회의 경우 1989년 결의 제59조에서 병역거부를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권리의 실행으로서 병역에 대한 양심적 거부를 할 수 있는 모든 이의 권리'로 명시했다. 1998년 결의 제77조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병역거부권이 종교적, 도덕적, 윤리적, 인도주의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신념 또는 양심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밝히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뤘다"라고 밝혔습니다.  
국정감사 출석한 최영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년 11월 7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양심(良心)의 의미

국어사전에서 '양심(良心)'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강한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논란은 양심(良心)이라는 단어의 중의성(重義性) 때문에 이런 혼란이 벌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의식이라고 되어 있지만 우리가 흔히 "양심"이라고 하면 좋은 마음, 선한 마음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권위는 Conscientious를 번역하면 '양심'이 되고 국제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통용된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양심"이라는 단어를 부여하는 순간 정상적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내가 행한 병역의무가 "비양심적"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오해가 그야말로 오해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오해는 이처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 정부는 그 오해의 원인을 없애고 조정하는 것은 마땅한 고유의 임무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조금이나마 종식시키기 위해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명칭을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바꾼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의 양심인 c​onscience도 중요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인 consensus도 중요함을 인권위나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정책결정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갈등의 조정임을 정부나 국민들이 인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법과 제도는 국가라는 공동체 사회의 핵심 준거 규범입니다. 군가산점제도가 폐지되었을 때 수많은 남성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국민 대부분이 공정한 경쟁과 각자의 노력을 통해 공무원이 되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제도와 사회적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법과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시민기자, 상식과 정의,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 질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