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라"라고 당부했다.
인사가 발표된 8일 오후 6시께 청와대 집무실에서 노영민 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만난 문 대통령은 "노영민 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으로서 산업계와 교류를 많이 해본 경험이 있고, 각종 정책에 밝으니 역할을 많이 해 달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실장뿐만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게 (비서실장이) 해야 할 일이다"라며 "과거처럼 음습하다면 모를까 지금 정부에서는 당당하고 투명하게 만나 달라"라고 주문했다.
이에 노영민 실장은 "시간이 지나도 '이러이러한 산업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것'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소한 2~3개 산업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산업 동향을 설명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를 두고 이날 회동에 배석한 한 참석자는 "노 실장이 비서실장이 아니라 정책실장으로 오신 것 같다"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첫 현안점검회의... 강제징용 압류, 심석희 성폭행 증언 등 논의
노영민 실장은 9일 오전 처음으로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노 실장은 "제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어서 비서실장을 수행하는 데 걱정이 많다"라며 "그 걱정 때문에 어젯밤 잠을 설쳤다, 3시간밖에 못잤다"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비서실장 내정 소식을 듣고 중국에서도 3~4시간밖에 못잤다"라며 "많이 도와 달라, 최선을 다해서 임무를 수행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주재한 첫 현안점검회의에서는 신일철주금 자산 가압류 문제와 연간고용동향,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증언 등이 논의됐다.
특히 신일철주금 자산 가압류 문제와 관련, 김의겸 대변인은 "현안점검회의에서 그 문제가 많이 논의됐지만 그 내용은 공개할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총리실에서 그 문제를 주관하고 있으니, 총리실에서 입장이 정리되면 공개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은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신일철주금이 손해배상을 하지 않자 같은 해 12월 31일 신일철주금의 한국 자산을 압류해 달라고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전날(8일) 이들이 신청한 신일철주금 한국 자산 압류신청을 승인했다.
이로 인해 한일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갈 조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NHK의 '일요토론'에 출연해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변호인단의) 압류 움직임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며 "국제법에 근거해 의연한 행동을 취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처를 취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성폭행 사건과 관련, 김 대변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라며 "정부가 그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 게 적절한지 등을 논의했다"라고만 전했다.
노 실장, 청와대 비서관실 모두 방문... "오늘 '만 보' 행군을 했다"
한편 노 실장은 현안점검회의 등이 끝난 뒤 청와대 비서관실을 돌며 400여 명에 이르는 청와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이날 노 실장을 수행한 한 행정관은 "오늘 '만 보' 행군을 했다"라며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여민관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을 통해 걸어 다니느라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노 실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비서실장 명의의 서신을 청와대 전체 직원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