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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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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체제에 대해서 중진의원들께서 많은 얘기를 하셨고, 의원총회가 형식적인 의원총회‧단순히 들어보는 의원총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결론내릴 수 있는 총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나눴다."

- 본인은 어떤 입장인가?
"내 입장? 그건 밝히면 안 되지. (웃음) 의견 수렴하는 입장이고, 먼저 예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기자의 질문을 받자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9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중이었다.

자유한국당이 10일 의원총회를 통해 단일지도체제로 갈지, 집단지도체제 갈지 방향을 잡을 예정이다.  지도체제와 경선 룰에 따라서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판'이 요동칠 전망이다.

"세종대왕이면 좋겠지만 연산군이면..."

당내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은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지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유기준 의원은 "(결론을) 미리 정하고 의원총회를 통과의례로 삼으면 안 된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단일지도체제로 뽑힌 당 대표가 당을 잘 운영하고, 당이 국민과 교감하는 정당이 된다면 지지율이 올라가고 좋을 텐데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가 뽑은 대표가 세종대왕이면 좋겠지만, 연산군이 나오면 지난번처럼 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단일지도체제로 탈바꿈했지만, 이후 홍준표 전 대표 체제하에서 지난 6‧13 지방선거 역시 참패하면서 집단지도체제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유기준 의원 역시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홍준표 전 대표에게 돌리며 특정 당 대표에게 권한이 쏠리는 현상을 지적한 셈이다.

그는 "이번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의중을 잘 모아서, 그게 반영되는 당헌‧당규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의원총회를)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한 방향을 정해서 할 거면 안 하는 게 낫다"라고 덧붙였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정우택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은 단일지도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다수 의견은 집단지도체제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한국당 비대위 산하 정당개혁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당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시 응답자의 64%가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당대회 출마가 점쳐지는 김진태‧심재철‧주호영 등의 의원들도 집단지도체제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일부 단일 요구 목소리도 있지만...

이처럼 집단지도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 높은 이유는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당대표 출마의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들뿐만 아니라, 지도체제와 룰이 결정되는 것을 기다리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의원들까지 하면 당장 열손가락이 모자라게 된다.

특정 계파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아닌 마당에, 승자독식의 단일지도체제보다는 계파별로 안정적인 지분 확보가 가능한 집단지도체제 쪽이 유리하다는 셈법이다. 특히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거 한국당 당원으로 가입하면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이들의 힘만으로 당대표 당선은 어려울 수 있지만, 집단지도체제 하에서는 최고위원 순위권 확보가 용이해진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도체제에 대한 입장 표명에 소극적인 가운데, 10일 의원총회에서 어느 정도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의원총회에서도 지도체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17일 전국위원회 소집을 앞두고 마감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태그:#나경원, #유기준, #의원총회, #전당대회,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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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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