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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살아간 지 4년차에 접어든 2019년. 아직 독일을 다 이해했고, 적응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독일이라는 나라와 문화, 이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은 파악한 듯합니다. 

특히 독일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과 정말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 이래서 독일 회사원들이 스트레스 적게 받으면서 일할 수 있고, 가족들의 행복 지수가 높을 수가 있구나 라는 것을 몸소 체감을 많이 합니다.

독일 회사에서 일하면서 깨닫는 것들을 주로 써왔는데, 오늘은 다른 주제를 써볼까 합니다. 

독일에 이민 올 때 18개월이었던 아이가 지금은 유치원에 다닌지 1년 반이 넘어갑니다. 우리 아이가 독일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아빠로서 지켜보면서 느낀 것이 참 많습니다.

한국에서 유치원을 보내본 경험은 없지만, 워낙 뉴스와 인터넷에 정보가 많고 주위사람들로부터 들은 내용이 많기에 한국 유치원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아이들은 유치원때부터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입니다. 영어수업, 태권도수업, 미술 수업, 수학수업 등등 어른들이 짜놓은 시간표대로 따라야만 하는 삶을 삽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혹시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 불안한 마음에 조기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죠. 

이러한 한국 유치원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독일 유치원에 간 순간 '여긴 뭐지?'라는 큰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직 이런 의문은 100퍼센트 해결되지 않았긴 합니다. 

"노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
 
놀면서 배우는 독일 유치원
 놀면서 배우는 독일 유치원
ⓒ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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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치원은 전반적으로 지식을 가르친다는 개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간표도 한국 유치원에 비하면 굉장히 단순합니다.

대부분 아침에 등원해서 다같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시작하고 간식을 먹은 다음 놀이터에서 다같이 놀고 점심을 먹고, 그림을 그리는 단순한 패턴입니다.

유치원 교실은 대부분 외관이 통유리로 돼 있는 곳이 많습니다. 언제든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것을 선생님이 지켜볼 수 있게 말이죠. 유치원마다 개별 놀이터를 대부분 가지고 있는데,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는 대부분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입니다.

 
놀이터가 구비되어 있는 독일 유치원
 놀이터가 구비되어 있는 독일 유치원
ⓒ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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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치원은 비가 조금씩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온 다음날 놀이터가 다 젖었다 하더라도 장화를 신기고 방수방지 옷을 입혀서 놀게 합니다. 만약 한국 유치원에서 비오는날 놀게 했다면 학부모들이 항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일유치원과 독일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야외에서 씩씩하게 놀아야 건강하고, 단체 생활을 통해서 사회의 규율을 배울 수 있다고 여깁니다. 

자연과 놀게함을 추구

독일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자연과 가깝게 지내도록 합니다. 유치원 내에 과일 나무를 키운다거나 동물을 직접 키우기도 합니다. 놀이터 또한 한국 놀이터와는 다르게 친환경적인 놀이터가 굉장히 많으며 아이들이 이러한 흙, 나무, 돌로 이루어진 놀이터에서 뒹굴면서 스스로 자연을 체험하도록 합니다.
자연 친화적인 독일 놀이터
 자연 친화적인 독일 놀이터
ⓒ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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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대로 나뉘어지는 한국 유치원과는 달리 독일 유치원은 만 3세부터 만 6세까지 한반에 배정합니다. 이렇게 그룹을 편성하는 이유는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어린 아이들을 챙기고 보살피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나이 많은 아이들을 통해 보고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아이들이기 때문에 보살피는 중간에도 다툼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선생님이 상시 지켜보고 있다가 규율을 제대로 알려줍니다. 물론 혼낼 때는 굉장히 무섭게 혼냅니다. 어른인 제가 들어도 무서울 정도로, 선생님이 우렁찬 목소리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크게 혼내면 아이들은 다시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죠.  


독일 유치원에서는 지식을 가르치는것보다도, 폭력을 철저히 배제하며, 타인을 배려할줄 아는 사회성 그리고 자립심과 책임감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개입은 최소화
 
사회성을 배우는 독일 유치원 아이들
 사회성을 배우는 독일 유치원 아이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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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의 업무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과하게 표현하자면, 월급을 받고 저렇게 일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국 유치원 선생님에 비해 턱없이 적은 활동을 합니다. 

여기 독일 유치원에서는 놀이와 활동에 있어 선생님의 개입이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이 정해준 놀이를 일방적으로 따라하기보다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놀이를 할 수 있게 하고, 필요할 때만 선생님이 개입하는 정도죠. 즉,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여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성장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듯합니다.

대신 선생님들은 여유가 있는 시간에 교구를 준비하는데, 당장 내일 쓸 교구가 아니라 몇달 뒤 있을 유치원 행사에 쓸 교구를 준비를 합니다. 한국이었으면 아이들을 다 귀가 시킨 후에 야근을 해서 만들었을 텐데 여기 독일에서 야근은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알파벳 공부는 학교 가기 1년 전부터

독일 유치원에서 제대로된 학습은 Vorschulkind (포어슐킨트)부터 가르치는데 이는 학교 가기 1년 전인 만 5세 아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때가 되서야 알파벳도 배우고, 견학도 많이 다니며 학교 갈 준비를 하는 것이죠.

왜 유치원에서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는거죠, 라는 질문에 어느 선생님이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학교에 가서 해야 할 공부를 왜 미리 해야하는 거죠? 미리 공부하면 학교에서 흥미가 떨어져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더 놀라운 건 학부모들 또한 선행학습에 조바심을 내지 않습니다. 선행학습은 아이를 망치고 부적응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건전한 교육 풍토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독일 유치원
 독일 유치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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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어떤 교육이 맞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정해준 복잡한 시간표에 따라 많은 것을 배워야하는 것이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약간 과장된 말로 독일에서 이러한 주입식 조기 교육은 아동학대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독일 유치원을 나온 아이들은 커서 한국 아이들보다 뒤떨어져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오히려 어릴때 독일 유치원처럼 사회성, 자립심,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도 인생을 길게 봄에 있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태그:#독일 이민, #독일 생활, #독일 교육, #독일 유치원, #독일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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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딸바보 아빠입니다^^ 독일의 신기한 문화를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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