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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일(8일 기준) 굴뚝 농성에도 파인텍 노조와 모기업 스타플렉스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사의 벽은 75m 굴뚝보다 높았다.

지난 8일,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파인텍 대표)가 노조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직접 고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날, 노조와 시민단체가 꾸린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도 회사 측이 정상적인 고용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노조 혐오 태도를 보인다고 맞대응했다.

이날은 4차 교섭 결렬로 촉발된 노사 간의 갈등이 폭발한 하루이기도 했다. 쟁점별로 입장 차이가 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고용 책임] 직접 고용 불가 vs. 노조 혐오 심각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파인텍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스타플렉스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5m 높이 굴뚝에서 423일째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주호 사무장의 고용보장과 공장정상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파인텍 “굴뚝 농성자 노조활동 때문에 회사 삐걱댈 수 있다”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파인텍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스타플렉스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5m 높이 굴뚝에서 423일째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주호 사무장의 고용보장과 공장정상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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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 전무는 서울 양천구 목동 CBS 15층 스타플렉스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측이 요구한 파인텍에 남아 있는 5명의 직원을 모기업 스타플렉스로 받아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노조는) 2014년부터 계속해서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고용을 책임지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지만, (회사는)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플렉스가) 고용할 여력이 있는 것까지 부인하지 않겠으나 (파인텍 노조원 5명을) 고용할 수 없다"고 강 전무는 덧붙였다.

이어 "(노사) 합의가 되면, 다들 박수 치겠으나 난 혼자서 그 십자가를 매고 가야 한다"라며 "한번 채용하면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파인텍 노조 5명을 스타플렉스가 고용하면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강 전무는 "합리적인 노조이면 괜찮은데, 이들(파인텍 노조 5명)은 좀 특이하고 순수하지 않다"라며 "스타케미칼 시절에도 노조가 파업해 생산력이 떨어져 회사가 문을 닫게 됐고 300명이 직장을 잃었다. 또 다시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고 스타플렉스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스타플렉스는 한국합섬을 인수하고 이름을 스타케미칼로 바꾸었다. 이듬해 공장 문을 다시 열었으나 1년 8개월 뒤인 2013년 1월 3일, 시무식에서 김세권 대표는 스타케미칼의 폐업을 선언했다.

또, 강 전무는 "스타플렉스는 85%가 수출을 하는 회사로 (최근) 중국 업체들보다 제품 가격이 25~30% 높지만 품질과 영업력으로 겨우 커버하고 있다"라며 "노조가 들어오면 그동안 지켜온 품질 경쟁력이 삐걱댈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강 전무를 향해 "굴뚝 농성자들이 건강을 검진하는 동안 해결책 제시 없이 노조 탓만 하는 반인권적 태도를 보였다"라며 노조 혐오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스타플렉스 강 전무는 고공 단식 농성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노조가 문제라는 발언만 하며, 무책임한 대토로 일관했다"라며 "김세권 대표는 생명을 위협하는 고공 단식 농성자들을 뒤로하고 두바이 출국 준비만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강 전무가 스타플렉스로 직접 고용도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노조가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라는 이유를 들면서 헌법에 보장된 노조활동 권리를 공개적으로 부정했다"라고 비판했다.

스타케미칼 폐업의 책임을 노조로 돌리는 발언에도 날을 세웠다. 공동행동은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 인수 이후, 스타케미칼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이 걸린다는 걸 회사 측도 알고 있었다"라며 "5년 적자를 예상하고 한국합섬을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1년 8개월 뒤 일방적으로 폐업을 발표했다. 폐업 책임을 노조로 떠넘기려는 교활한 태도를 버리고 일방적 단체협약 파기와 폐업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했다.

[합의서 이행] 노조만 인정 vs. 3승계 약속
 

강 전무는 노조 측이 주장하는 '3승계(고용 승계와 노동조합, 단체협약)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난 3승계라는 말도 몰랐다.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2015년 합의서에는 3승계라는 말 없고 노조만 인정한다고 썼다"라고 했다.

이러면서 강 전무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스타케미칼과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 투쟁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이 작성한 합의서를 꺼내 들었다. 강 전무는 "합의대로 신설법인을 만들어 남아있던 11명의 고용을 승계하고 노조 활동도 보장하고 단체교섭도 18차례나 했다"라며 "단체교섭이 결렬된 건, 그때도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약속 안 지킨게 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2015년 7월, 스타케미칼 회사측과 금속노조, 스타케미칼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이 408일간 굴뚝 농성을 이어간 결과였다. 노사는 합의서에서 고용보장과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생계와 생활 보장 등을 합의했다. 이때 노사가 고용보장을 이유로 합의해 설립한 신설 법인이 파인텍이며, 스타케미칼 노동자 11명이 파인텍으로 소속을 옮겼다.

강 전무는 "노조가 파업한 뒤에 (파인텍) 공장 임대료가 매월 발생해 보증금이 차감되고 건물주가 다른 사업체에 재임대하게 돼 기계를 철수하게 됐다"라며 "현재까지 파인텍은 약 1억 3천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노조 측 입장은 다르다. 합의서에 회사 측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의 도장이 찍혀 있으며, 합의 주체인 노조를 인정한다는 게 '승계'를 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16년 1월 안에 단체교섭을 진행해 체결하기로도 합의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으며, 파인텍도 사실상 이름만 존재하는 회사가 돼 고용안정을 위해선 모기업 스타플렉스가 노조원 5명을 받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2015년 1월 노사 간에 작성된 합의서에 2016년 1월 안에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단체협약 체결을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은 성실히 업무에 임했지만, 파인텍에서 일하는 10개월 동안 120만 원 이상의 임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들은 "노동자들은 잔업이 없으며,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어 회사 측에 잔업을 요구했으나 무반응으로 일관했다"라며 "임금과 복지, 근로 조건 등을 노사 간 합의로 조정할 수 있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방치됐고, 그 와중에 3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스타케미칼의 폐업과 청산 과정에서도 노동자들과 신설법인을 세우고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한 장본인은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대표다"라고 주장했다.

[대표의 책임] 도의적 책임 vs. 법적 책임
 
75m 높이 굴뚝에서 423일째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스타플렉스 사무실 앞에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들이 파인텍 사태의 해결을 위해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 "파인텍 문제 김세권이 해결해라" 75m 높이 굴뚝에서 423일째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스타플렉스 사무실 앞에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들이 파인텍 사태의 해결을 위해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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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무는 파인텍과 스타플렉스 사이도 선을 긋고 있다. 그는 "법적으로 스타플렉스와 파인텍은 별개의 회사"라며 "김세권 대표가 협상에 나선 것은 사회적, 도의적 책임이 있으니 최대한 협조하는 차원에서 (협상에) 나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공동행동은 김세권 대표가 법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합섬을 인수해 스타케미칼이라는 이름으로 재가동하고 스타케미칼을 청산한 장본인도 김세권 대표다"라며 "2015년 7월 작성한 노사 합의서에 서명한 사람도, 지금의 파인텍 노동자들이 극한투쟁을 초래한 것도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김세권 대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인텍 강민표 대표는 스타플렉스의 전무이사로 파인텍과 김세권의 관계는 부인할 수 없는 사이"라며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는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4차 교섭 결렬 원인] 무리한 요구 vs. 고용 무책임
 
75m 높이 굴뚝에서 422일째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노동자와 시민들이 두 농성자의 건강 악화를 걱정하며 밧줄을 내려달라고 전화를 했지만 농성자들은 단식을 이어가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 422일째 고공농성에 이어 무기한 단식 돌입한 홍기탁-박준호 75m 높이 굴뚝에서 422일째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노동자와 시민들이 두 농성자의 건강 악화를 걱정하며 밧줄을 내려달라고 전화를 했지만 농성자들은 단식을 이어가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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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는 4차 교섭이 결렬된 원인을 놓고도 다퉜다. 강 전무는 "(4차 교섭에서)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의 1대 주주가 되고, 상여금을 1차연도 200%, 2차연도 300%, 3차연도 400%를 주기로 협상했다가 노조 측이 1차연도 300%, 2차연도 600%를 요구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라며 4차 교섭이 어긋난 게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 탓으로 돌렸다.

5차 교섭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노조 측에서 진정된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5차 협상) 교섭에 나설 계획이 없다"라며 "지금까지 4차 협상을 하면서 사람이 바뀔 때마다 말이 달라졌는데, 앞으로는 종합적으로 통일된 의견을 가지고 협상에 나왔으면 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굴뚝 농성자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강 전무는 "안타깝다. 여러 주변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내려와서 대화와 협상으로 순리대로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회사 측에 화살을 돌렸다. 이들은 "김세권 대표가 책임을 명시하는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 교섭이 결렬됐다"라며 "회사 측은 3년간만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이야기했고, 과거 파인텍 운영의 무책임한 경영과 노사합의 불이행을 경험했기에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김세권 대표의 책임을 명시하는 대안을 제출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상여금과 임금은 4차 교섭의 부차적인 항목이었다고도 했다. 공동행동은 "당연히 고용이 전제되기에 나이, 경력 등에 맞춰 평균 생활임금 등을 책정하면 되는 일"이라며 "노동자들이 과한 요구를 한 바는 없다"라고 했다.

굴뚝 농성자들은 곡기를 끊으며, 회사측에 항의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오른 홍기탁, 박주호 두 노동자는 4차 노사 교섭이 결렬된 후, 6일 오후 5시께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8일, 굴뚝에 올라 두 사람의 몸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은 "두 농성자의 몸은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상태"라며 몸의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나머지] 먹튀 아냐 vs. 공장 지켜

강 전무는 그동안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해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노조 측은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을 인수해 감정가 870억 원 공장을 399억 원 인수해 위장폐업으로 차액을 챙겼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먹튀 전략'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강 전무는 "한국합섬을 399억 원에 (스타플렉스가) 인수한 것은 맞으나 당시 공장이 멈춰진 상태라 재가동을 위해 200억 원가량의 추가 금액을 들이는 등 총 600억 원이 초기에 투입됐다"라며 "하지만 기계와 고철을 팔고 땅을 매각해 얻은 자금 회수 금액은 384억 원으로, 영업으로 인한 손실을 반영한다면 회사(스타플렉스)의 손실이 더 크다"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2006년 1월 이후 한국합섬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2010년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가 한국합섬을 인수하기 전까지 5년 동안 전기마저 끊긴 텅 빈 공장을 지켰던 사람들은 현재의 파인텍 노동자들이다"라며 "한국합섬 파산으로 체불임금 330억 원이 공중으로 날아간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는 신실한 인수업체를 기다렸다"라고 했다.

또한, 이들은 "2012년 사상 최대매출과 매출이익,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나타난 것은 영업외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2013년 스타케미칼 인수에 따른 큐캐피탈(민간 금융회사)과 30억 원의 기업은행 부채 상환과 관련된 단기대여금 때문으로 감사보고서에 지적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굴뚝농성 424일(9일 기준), 파인텍 노조와 모기업 스타플렉스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8일, 강민표 스타플렉스 대표는 CBS 15층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오늘(9일)도 75m 콘크리트 기둥 꼭대기에는 두 사람이 산다.

태그:#스타플렉스, #굴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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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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