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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산황동 골프장 증설 백지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의 투쟁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고양시, 파주시, 김포시 주민들의 수돗물과 인접지역 공기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생존권 투쟁은 목숨을 건 단식농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황동 골프장 증설 예정지는 고양 정수장과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골프장에 농약을 뿌릴 경우 수질 오염을 초래하고, 인근 농지의 지하수 고갈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고양 정수장 물은 고양, 파주, 운정, 교하 등 150만 명의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된다.

골프장이 정수장에 인접해 세워지는 사례는 전국에서 고양시가 유일무이 하다. 고양시는 정수처리 시설이 밀폐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수장 침전지는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뚜껑없이 열려있는 공간이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심었다는 650년 수령의 느티나무(경기도 보호수 1호), 산황산의 울창한 수림은 일산과 원당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골프장이 증설될 경우 산황동 녹지의 대부분이 깎여 나가 정화 기능은 없어지고, 농약에 의한 대기 오염으로 농약 섞인 공기를 마시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골프장이 주택가와 맞붙는다는 점도 문제다. 어떤 집은 기존 담까지 허물고 골프장 경계선이 들어오는 곳도 있어 골프장 조명에 의한 빛, 골프공 타격에 의한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

150만 명이 먹는 수돗물 정수장에 인접한 골프장이라니

2008년 9홀(23만㎡)로 개장한 스프링힐스 골프장은 2011년 18홀(49만㎡)로 증설하기 위해 고양시에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주민제안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3년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녹지보존 등의 이유로 도식계획 입안 제안이 부결되었으나 골프장 측이 '친환경 골프장 개발'로 사업 내용을 변경해서 2014년 7월 승인을 받았다. 현재 사업자 지정고시와 실시계획 인허가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자인 (주)고양스포츠는 2015년 8월 환경영향 평가서 본안을 고양시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농약 비산(날림)에 의한 정수장 오염, 행정절차의 정당성 등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고 있지 않다며 시와 함께 공동검증단을 구성해 행정 및 환경에 관한 17가지 내용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고양시는 재검토를 약속했지만 골프장 사업자를 검증단에 참여시키면서 시민단체와 대립하며 공전을 거듭했다. 행정 부문에 있어서는 사업자 참여없이 진행함에 동의하고, 2018년 1월 25일 첫 검증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범대위가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자 고양시는 공동검증 약속을 파기했다.

2018년 3월 현장조사에 나선 환경청은 시민단체와 공동검증 중임을 확인하고 조사를 미뤘으나, 고양시의 계속된 요청으로 2018년 7월 2일 환경영향평가서 협의(승인)가 통보됐다. 시민의 요구를 무시한 고양시의 일방적 행정으로 인해 범대위와의 갈등은 고조될 수 밖에 없었다.

고양시장에게 골프장 증설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이유

범대위는 현재 환경청에 환경평가 반려를 촉구하고, 고양시장에게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직권으로 사업계획을 반려하는 '직권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양시는 "적법하게 결정된 사항으로 직권취소를 위한 명백한 취소 사유가 없으며, 환경권 침해 여부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직권취소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례가 있다. 2012년 4월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계획을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은 시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던 롯데그룹 측은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행정소송을 냈다.

2018년 10월 대법원은 롯데건설 등이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계양산 골프장 도시계획 폐지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존 행정 계획이 존속됐을 때 특정인이 얻게 되는 기대이익이 행정계획의 변경으로 인한 공익보다 우선시할 수 없으므로 인천시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고양시장은 "산황산 골프장 개발보다 도심 숲 유지가 공익성이 크다는 객관적 자료를 범대위가 제시하면 검토 하겠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식수가 오염되고, 농약 공기를 마시게 될 위기에 놓인 150만 주민들의 마지막 희망은 고양시장의 '직권취소'뿐이다.

한파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단식

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추운 날씨 속에 고양시의회 앞에서는 시민단체가 천막 하나에 의지해 한달 넘게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6년 넘게 증설 반대를 위해서 싸워 왔지만 시의 행정 절차는 막바지에 돌입했다. 이에 지난달 24일부터는 조정 범대위 대표가 일인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시민들이 릴레이 단식을 해도, 고양시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자 범대위 대표로서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17일(9일기준)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단식으로 수척해진 조 대표는 "사업자의 경영 상태가 불안정하고, 골프장 증설을 위한 토지 구매를 하지 않은 지금이 직권취소를 내릴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업주체인 (주)고양스포츠는 부도를 내고 법인회생 신청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한 아파트 관리 법인으로부터 50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회생인가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골프장 증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범대위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부도가 나 회생신청을 하고 있는 골프장 사업자에게 증설 사업을 진행하도록 협조하는 것이 과연 시민을 위한 행정인가"라고 되물으며 "사업자는 사업 제안 7년이 지나도록 땅 한 평 구입하지 못했지만 필요한 행정 절차만 통과되면 자기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도 대출을 받아 수만 평 그린벨트를 차지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산황동 골프장 증설 사업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범대위는 "이러한 문제들은 사업 초기부터 제기돼 왔지만 고양시는 사업자의 경영 건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골프장 증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시청 앞 1인 시위, 전철역 1인 시위, 각 동별 촛불집회 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신년사에서 사람과 정의로움이 원칙이라고 했다. 환경에 더 많이 투자하겠다, 크고 작은 도시 숲과 쌈지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고양시의 랜드마크는 '시민'이라고 했다. 홍보성이 아닌 진심어린 신년사였다면 산황산이 더 이상 깎여 나가도록 방관해서는 안된다.

고양시장은 150만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우선시 하길 바란다. 소수 강한 기득권자의 이익에 편승하여 소통과 옳음을 외면하는 견강부회하는 어리석은 시장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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