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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석유시추사업을 맡은 싱가폴계 크리스에너지(KrisEnergy)가 최근 일반에 공개한 A블록 유전 석유시추선 모형.
 캄보디아 석유시추사업을 맡은 싱가폴계 크리스에너지(KrisEnergy)가 최근 일반에 공개한 A블록 유전 석유시추선 모형.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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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가 조만간 산유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까.

캄보디아 광산에너지부 쩨압 수어 석유담당부서 총괄국장은 지난 2018년 12월 17일(현지시각) 현지 영자신문 〈크메르타임즈〉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2020년 초부터 상업적인 석유생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며, 미래의 석유수출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캄보디아 유전시추사업운영권을 갖고 있는 싱가폴계 석유가스개발기업 크리스에너지(KrisEbergy) 측은 2019년 연말까지 캄보디아 남부 태국만(Gulf of Thailand) 앞바다 A광구(Block) 압사라 유전에서 캄보디아 최초로 석유를 시추할 계획이라고 지난 2018년 10월 발표한 바 있다.

이 광구에서 시추한 석유는 약 1.5킬로미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상에 설치된 석유저장탱크에 저장되었다가 유조선을 통해 육지로 선적할 예정이다.

A광구는 총 3083 평방㎢ 크기 면적에 50~80미터 수심을 가진 해양유전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예상 원유 매장량은 다소 부정확하다. 정부는 지난 2018년 8월, 원유매장량을 3천만 배럴로 추정했지만, 회사 측은 1천만 배럴 이내로 내다봤다.

본격적인 원유 생산준비와 때를 맞춰 이미 캄보디아 남부해안 인접 캄폿주와 시하누크빌주에는 365헥타르 규모 정유시설이 캄보디아와 중국기업과 합작 투자를 통해 금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크메르타임즈>와 인터뷰한 현지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생산 첫 해 연간 3백만 톤에서 2023년까지 매년 8백만 톤까지 정유생산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다만, 원유 수출은 향후 정부와의 세부 협상이 마무리된 수년 후 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캄보디아에서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이미 13년 전 일이다. 미국의 메이저 석유기업 셰브론(Chevron)은 지난 2002년 유전탐사권을 따냈고, 3년 후인 2005년 캄보디아 A광구에서 캄보디아 최초 석유가 발견되었다고 공식발표했다. 이후 상업적 타당성 조사는 지난 2010년 마무리됐다.

하지만, 셰브론은 이후 캄보디아 정부와의 판매수익 배분 등 복잡한 여러 문제가 얽히는 바람에, 2012년 시추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이후 정부 측과 오랜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사업권을 포기했다.

2014년 셰브론은 보유 지분을 모두를 싱가폴계 크리스에너지(KrisEnergy)에 6500만 달러에 매각하고 떠났다. 당시 셰브론은 초기투자탐사비용을 포함해 최소 1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업권을 양도받은 크리스에너지 측은 우리나라 기업 GS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14.25%지분과 일본 석유탐사기업 미쯔이가 가지고 있던 28.5% 지분을 모두 샀다.

현재 이 회사는 캄보디아 정부 지분 5%를 뺀 나머지 95%지분을 보유 중이다. 셰브론이 이미 석유탐사와 사업타당성조사까지 완료한 상태임에도, 이 회사는 당장 본격적인 원유시추작업에 착수하지 않았다. 2015년 원유시추사업이 또다시 연기됐다. 배럴당 70불이 넘어야 채산성이 있다는 석유개발컨설팅회사의 보고서 때문이다.

최근 이 회사는 2019년 원유시추를 목표로 시추작업 및 선적 관련 하청업체들과의 계약을 서두르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본격생산체제에 들어가면 매일 3만 리터 원유시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힌두교에서 유래된 압사라 여신 이름을 딴 '압사라 유전'이 있는 A광구에는 추후 개발하게 될 6개의 유전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자국산 원유가 생산되면 국내 휘발유가격이 떨어져 이 나라 서민경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캄보디아 시내 주유소 풍경.  2020년부터 자국산 원유가 생산되면 국내 휘발유가격이 떨어져 이 나라 서민경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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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나오면 부자 나라 된다? 현지인들 반응은

수입에만 의존했던 석유를 자국산 석유로 대체하게 되면 1리터당 3500리엘, 우리 돈 1000원 수준인 현재의 휘발유값도 떨어져 서민경제에 큰 도움을 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일각에선 산유국이 되면, 현재 1인당 국민소득 1580불이 향후 3~4년 이내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리악스미 캄푸차〉를 포함한 현지 언론을 종합해보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신중론이 여전히 대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기자와 이야기 나눈 직장인 콩 짜이씨(34)는 "석유가 나면 당장 오토바이 기름값이 떨어지고 나라경제도 훨씬 나아질 것 같다. 하지만 기름이 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중동국가들이나 이웃나라 브루나이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며 담담한 투로 말했다.

실제로도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경기침제 등 여러 가지로 이유로 2015년부터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과거 석유파동을 겪었던 7~80년대처럼 석유가 곧 부국으로 가는 길이란 등식은 깨진지 이미 오래다.

'자원의 저주'라는 경제용어도 있다. 자원이 풍부해질수록 경제성이 둔화되고, 외부 변수에 신속히 대처 못해 국가경제가 위기를 맞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막대한 천연자원을 수출하며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익숙해지면 제조업이나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투자와 개발을 외면해서, 유가하락 등 위기를 맞으면 곧바로 국가경제가 무너지는 일련의 과정을 표현한 용어다.

세계최대 산유국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 일부 중동국가들처럼 넘쳐나는 오일머니로 잘 살수도 있지만,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처럼 석유자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아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

그 중 남미 베네수엘라는 자원의 저주를 받은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유매장량(2017년 기준 매장량 3032억 배럴 추정)을 자랑하는 이 나라는 살인적 인플레이션 속에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현지 경제전문가들도 석유로 얻은 막대한 부를 국가발전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느냐, 부를 얼마나 공정하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산유국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한다.

캄보디아는 훈센총리가 지난 1985년 33살 나이에 정권을 잡은 뒤 지금까지 33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오랜 장기 집권 속에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다. 지난 2017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국 175개국 가운데 캄보디아는 부패지수 순위에서 16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세계 최하위권이다.

캄보디아의 관문인 프놈펜국제공항과 씨엠립국제공항은 급행료 명목으로 1~2불을 요구하는 부패한 공항경찰들로 들끓어, 한국대사관까지 나서 캄보디아 정부에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5년째 거주중인 일본인 경제전문 카즈 다카시 기자는 지난 4일 기자와 전화에서 "70년대 킬링필드를 겪으며 아시아 최빈국 나락으로 떨어진 이 나라가 과거 화려했던 12세기 앙코르제국의 영광을 뒤찾느냐 아니면 일당 독재 최빈국으로 중국이나 미국 등 외국 원조에 기대어 사는 나라로 남느냐는 오로지 훈센총리를 비롯한 정권의 부정척결을 향한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태그:#캄보디아 석유, #자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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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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