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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호 소방청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모든 업무를 현장중심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문제와 해답 역시 현장에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현장을 뛰는 소방대원들이 공감하는 정책은 현장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재난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다.

이 기획의 첫 번째 칼럼 주제로 요즘 현장에서 말이 많은 소화전을 선택했다.

소화전, 급수탑, 저수조를 총칭하는 소방용수는 인력, 장비와 함께 소방의 3요소로 꼽힌다. 소화전을 제대로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사용하기 불편한 소화전 때문에 현장 소방대원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소화전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틀이 소화전에 너무 가깝게 설치되어 있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한 주택가 골목에 설치된 소화전과 보호틀
 한 주택가 골목에 설치된 소화전과 보호틀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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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전 양 옆의 캡과 보호틀이 거의 맞닿아 있어 공간이 협소해 소방호스를 연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소화전 양 옆의 캡과 보호틀이 거의 맞닿아 있어 공간이 협소해 소방호스를 연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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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는 소화전 보호틀이 너무 높게 설치되어 소화전을 열고 닫는 개폐장치, 즉 스핀들을 돌리지 못하기도 하고, 이와는 반대로 보호틀이 너무 낮게 설치되어 공간이 협소해 소방호스를 연결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한 소방관은 긴박한 상황에서 비좁은 틈 사이로 소방호스와 소화전을 연결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했다며 씁쓸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대원들 사이에서는 소화전 보호틀이 오히려 장애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상황과는 반대로 미국의 소화전을 보면 소화전 배관의 사이즈가 클 뿐만 아니라 보호틀의 간격도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충분한 간격을 두고 설치되어 있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내에 설치된 소화전. 소화전과 보호틀 사이의 간격이 넓어 원활한 현장활동이 가능하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내에 설치된 소화전. 소화전과 보호틀 사이의 간격이 넓어 원활한 현장활동이 가능하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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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내부에 설치된 또 다른 소화전. 소화전을 개방하는 개폐장치인 스핀들과 보호틀 사이의 공간이 충분해 사용이 용이하게 되어 있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내부에 설치된 또 다른 소화전. 소화전을 개방하는 개폐장치인 스핀들과 보호틀 사이의 공간이 충분해 사용이 용이하게 되어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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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소화전이 설치된 장소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현행 소방기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소화전 설치에 따른 거리기준이 통상 수평거리 100미터 이하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기준에 의해 소화전 위치가 지정되고 설치되는지 세부지침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건축이나 시공단계에서 감리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검토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소화전을 사용하는 소방관들이 시공 전에 수많은 소화전을 일일이 다 현장 확인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일선 소방대원들의 말을 빌리면 소방을 잘 알지 못하는 업체들이 소화전 시공을 하다 보니 거리기준은 맞지만 소화전의 위치가 사용하기 어려운 곳에 설치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이유로는 설령 소화전이 적절한 장소에 설치되었다고 하더라도 불법 주차된 차량이나 다른 기관에서 추가로 설치한 시설물들이 소화전을 가로 막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무분별한 사람들은 소화전 앞에 쓰레기를 내다 버리기까지 한다.
 
불법 주차된 차량과 신문 가판대가 소화전 바로 옆에 설치돼 소화전 사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불법 주차된 차량과 신문 가판대가 소화전 바로 옆에 설치돼 소화전 사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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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다버린 쓰레기가 소화전 앞에 방치돼 있다.
 누군가 내다버린 쓰레기가 소화전 앞에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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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설치하는 소화전과 보호틀 가격은 한 대당 국민 세금 약 백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시설이다.

소화전 설치단계에서부터 사용. 유지. 보수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재점검해서 소방업무에 맞게 보다 세부적인 기준 마련 등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소방관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소화전 보호틀에 대한 기준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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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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