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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동물병원에서 수술한 고양이가 의료사고를 당해 장애묘가 되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 9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약 1만 3천여 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바로 가기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477703). 청원인 A씨는 반려동물 의료사고를 호소할 뿐 아니라 유통기한 지난 약물 사용 등 동물병원의 시스템 문제, 그럼에도 법적 제재가 미흡한 현실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6월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한 길고양이를 구조해 '노랭이'라 부르며 돌봤다. 이후 부천 한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턱 쪽에 큰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했고, 2016년 7월 6일 우측 하악뼈 일부를 절제 후 플레이트로 고정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매달 검사를 받으며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던 중, A씨는 노랭이 턱에 고정한 플레이트의 나사가 풀렸다는 사실을 발견해 2017년 2월 18일 두 번째 수술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나사가 빠지지 않도록 다른 종류의 나사를 사용하기로 했고, 병원에서는 '일부러 드라이버로 돌려 빼지 않는 한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8년 10월, 해당 수술 부위의 나사가 또 풀어졌고 결국 10월 29일 노랭이는 같은 병원에서 벌어진 턱을 끌어당겨 플레이트로 고정하는 세 번째 재수술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심각했다. 아래턱이 한쪽으로 너무 당겨지는 바람에, 아래쪽 좌측 송곳니가 입천장 한가운데를 찌르게 된 것이다. 

혀를 입천장에 대고 사는 고양이
 
 세 번째 수술 후 송곳니가 입천장을 찌르는 모습
 세 번째 수술 후 송곳니가 입천장을 찌르는 모습
ⓒ 청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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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가 입천장을 찌르고 있으니 고양이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계속 침을 흘리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A씨는 5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노랭이가 송곳니 때문에 입천장이 아파서 그 부위에 혀를 대고 있고, 통증이 심할 때에는 벽에 한참 동안 얼굴을 푹 박고 있다"고 토로했다. 
 
 입천장을 찌르는 송곳니에 혀를 대고 있는 모습
 입천장을 찌르는 송곳니에 혀를 대고 있는 모습
ⓒ 청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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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 경과를 지켜본 뒤 동물병원에 문제 제기를 하자, 11월 27일 병원 측에서는 "앞으로 치과 치료 외에도 노랭이에게 필요한 모든 치료를 병원에서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A씨가 다른 병원에서 검진과 치료를 새로 계획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자, "우리 병원에서의 진료에 한해 책임지겠다는 뜻"이라고 비용 부담을 거절했다. A씨는 "세 번의 수술 후 고양이가 장애를 얻었는데, 이 병원에서 또 수술을 할 수 있겠느냐"며 병원의 대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수술 후 다른 동물병원에서 치료 방향을 상담한 결과, 노랭이는 여러 차례의 수술로 이미 뼈 관절이 너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공뼈를 심는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만약 그게 어려우면 아래턱을 들어낼 수밖에 없다. 아픈 길고양이를 구조해 천만 원 가까이 비용을 들여 치료했더니 장애묘가 될 수도 있는 기막힌 상황에 처한 것이다. A씨는 "유일하게 노랭이를 구조한 것이 후회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뼈가 벌어지고 플레이트의 나사가 부러져 있는 상황
 뼈가 벌어지고 플레이트의 나사가 부러져 있는 상황
ⓒ 청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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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지만, 반려동물의 경우에는 더더욱 의료사고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동물에 대한 법적 보호망이 약한 탓에, 동물과 관련해 생기는 문제는 기관이 아니라 SBS <동물농장>에 신고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생각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을 정도다. 

노랭이의 세 차례에 걸친 수술은 보호자 입장에서는 실패한 치료였지만, 그가 의료사고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한 상태이기도 하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A씨가 의료 과실을 지적하자 "(플레이트 나사가 빠지거나 부러진 것은) 노랭이가 하악질을 하는 등 입을 많이 벌려서" 혹은 "보호자가 항생제를 제때 투여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A씨는 5일 기자에게 "반려동물의 의료 사고는 소송을 한다 해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다른 수의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해도 다른 병원의 치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그들에게 조심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과연 보호자의 입장에 힘을 실어줄지 의문"이라며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공론화하여 문제 제기를 하는 것 뿐"이라고 현재의 심경을 밝혔다.

해당 동물병원은 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병원에서는 성심껏 치료했으며 의료 사고에 대해서는 보호자와 논의할 일"이라며, 조만간 "공식적으로 병원 블로그 등을 통해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24시 동물병원의 실체와 양심선언

처음에는 의료적 과실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했지만, 노랭이의 일이 알려지자 해당 동물병원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퇴사했다는 전직 테크니션이 지난 5일 A씨의 블로그 댓글로 '양심 고백'에 나섰다. 그는 이 동물병원에서 1년 넘게 재직하였으며, 자신이 밝히는 내용이 거짓일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동물병원은 유통기간이 지난 약물로 한 차례 적발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통기한이 지난 약물(주사제, 백신, 경구제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해당 동물병원 전직 테크니션의 양심 고백
 해당 동물병원 전직 테크니션의 양심 고백
ⓒ 청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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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24시간 동물병원'을 굳이 찾는 것은 반려동물을 입원시켰을 때 야간 응급 상황이 생기면 즉시 수의사의 대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해당 동물병원은 야간 상주 수의사가 없으며, 만약 응급 상황이 생기면 빠르게 담당 수의사에게 전화하여 호출하는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테크니션은 약물 주입 등 실질적인 처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의사가 오는 사이에 응급한 동물이 숨이 멎어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인간은 순간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의사가 올 때까지 우리(테크니션)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며 "(수의사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정말 지옥 같았다'고 밝혔다. 

아직 병원에서는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해당 병원에서 치료한 경험이 있는 많은 보호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불안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 동물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병원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약물을 버젓이 사용한다는 것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으며, 24시간 간판을 달고도 실제로 응급 상황에 달려가면 수의사가 상주하고 있지 않아서 '콜'을 해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A씨는 "24시 동물병원에 대한 감독이나 규제가 없다. 약물에 대한 관리 감독 역시 더 명료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에서 동물병원 체계 전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A씨는 "동물병원 의료보험도 안 되는 상황에서 병원비는 병원비대로 지불하고도 결과적으로 아이는 장애묘가 됐다"라며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법'이라는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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