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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한 눈에 드러나는 사과마들렌, 사과머핀, 사과파운드케이크, 사과파이까지(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예산사과의 화려한 변신이다.
 양이 한 눈에 드러나는 사과마들렌, 사과머핀, 사과파운드케이크, 사과파이까지(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예산사과의 화려한 변신이다.
ⓒ 카페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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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을 품고,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새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충남 예산지역에도 기대와 설렘으로 2019년의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 있다. 예산사과 베이커리 카페 '얍(YEAP)' 대표이사 장윤수·김란 부부.

2일 사과의 달콤한 향내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카페 얍에서 부부를 만났다. YESAN과 APPLE의 앞쪽 두 글자를 따와 지은 이름 YEAP이라는 간판을 단 이 카페는 사과파이, 사과마들렌, 사과머핀, 사과 라떼 등 예산사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행가면 관광지마다 유명한 먹을거리들이 있잖아요? 천안의 호두과자처럼. 예산은 사과가 유명하지만 원물인 즙 같은 것들은 있는데 간편하게 먹을 만한 디저트 종류는 없는 것 같아 도전하게 됐어요. '예산의 성심당'이 되고 싶습니다"

사회서비스·일자리 제공 등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카페 '얍'의 야무진 새해 목표다. 물건의 재사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생태적·친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아름다운 가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미술작품을 디자인해 제작·판매하는 마리몬드를 꿈꾼다. 내년에는 어엿한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 잡으려는 부부에게 올해는 더 특별하다.

"과수농가가 많은 지역은 재해가 오면 피해가 심각하잖아요? 낙과같이 상품성이 조금 떨어져 판매하지 못하는 과일들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산에는 아직까지 활성화하지 않은 사업이기도 하고요. 평소 지인들에게 '이런 걸로 창업해봐'라고 추천하고 다녔죠. 2020년쯤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창업하고 싶단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마침 작년 7월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공모를 하는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던 친구들이 함께 신청해 운 좋게 선정됐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중부발전 일자리사업팀도 저희가 이 매장의 문을 열 수 있게 지원을 해주셨어요. 막연했던 계획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게 된 거죠
"
 
장윤수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사과를 가득 눌러 담고 있다.
 장윤수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사과를 가득 눌러 담고 있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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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청년들이 세운 주식회사인 카페 얍은 장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3명이 함께 운영한다. 매장운영, 베이커리 제조, 요리법 연구, 홍보 담당 등 전문 분야도 정해져 있다. 온라인, SNS 소통은 기본, 주기적으로 만나 토론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사람들의 입맛을 저격할 만한 맛있는 제빵을 담당하고 있다. 조리학과 출신은 아니지만 평소 맛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었던 그는 빵 굽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는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배우고 교육받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을까 서로 연구한다"며 미소 짓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사과파이를 자르면 속이 꽉 차게 아낌없이 눌러 담은 사과가 밀려나온다. 사과와 찰떡궁합인 상큼한 계피향도 솔솔 풍겨와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과수농가·상가·청년 '상생' 꿈꿔

"사과를 많이 넣어드리고 싶어 양껏 담다 파이 위 뚜껑 부분이 닫히지 않게 구워진 적이 많아요. 지금은 모양이 예쁘게 나올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 가득가득 채워 넣고 있죠! 먹어보신 분들이 '별로 안 달아서 좋다'고들 하세요. 조금씩 시작하는 단계지만 지역주민들께서 관심 가져주시는 덕에 다행이도 만들어진 제품은 폐기되는 것 없이 다 팔리고 있어요."

아직까진 주문량이 많지 않아 군내 과일상회를 통해 소매로 사과를 구입하고 있지만, 앞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예산지역 소규모 농가와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하지 못하거나 헐값에 팔리는 사과를 정당한 가격에 구매해 농가들의 소득증대와 판로개척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지역과 함께 상생하며 커가고 싶다는 이들이 바라보는 지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사과 껍질 빼고는 나머지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조금씩 남은 부분들은 사과말랭이로 만들어 사과라떼에 올리고 사과청의 재료로 사용한단다. 일종의 무공해 사업체로, 사회적 기업의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돌아보고 점검하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이다.
 
어두운 저녁골목 환한 빛이 새어 나온다. 예산시네마 앞쪽에 자리 잡은 카페 ‘얍’이다.
 어두운 저녁골목 환한 빛이 새어 나온다. 예산시네마 앞쪽에 자리 잡은 카페 ‘얍’이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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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예산사과를 더 잘 홍보하기 위해 모양과 디자인에도 정성을 쏟는다. 처음엔 대부분의 마들렌 모양이 그러하듯 조개모양 틀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사과마들렌이니 사과모형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라 사과모양 틀 찾기에 나섰다. 온갖 인터넷 사이트를 샅샅이 뒤졌지만 도저히 찾아지지 않아 해외 쇼핑몰을 통해 직구까지 했다.

메뉴개발에도 열심이다.

"매일 매일 조금씩 다르게 여러 가지 빵들을 팔고 있어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추가하는 것이죠. 사과파이가 덜 달다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단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시럽이 뿌려진 것도 함께 준비해 두 가지 종류로 파는 건 어떨까? 생크림을 올려볼까? 다양한 고민을 하죠.

덕분에 파운드케이크와 사과모양 케이크도 만들었어요. 앞으로는 마카롱도 만들어볼까 구상중이랍니다. 또 장날에는 특별하게 장날 라떼를 판매하고 있어요.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드실 수 있도록 거의 마진 없이 드리는 거죠."


센스 있는 젊은 청년들이어서 그럴까. 가게 내부가 아기자기하다. 벽면에는 '사과 먹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라는 귀여운 문구가 적힌 네온사인 조명이 밝은 빛을 낸다. 연한 살구색과 짙은 초록색이 섞인 소파,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오래 머물며 손길이 닿은 한 곳 한 곳을 구경하고 싶은 곳이다.

"카페가 잘 자리 잡아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예당저수지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우리지역 주요 관광지에서 판매하고 싶어요. 단순히 과수농가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게를 중심으로 빈 상가들에 사람이 들어오고,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라요. 우리의 이런 시작에 동참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청년들이 예산에 정착하고, 지역에는 청년들이 함께하는 모임이 생겨난다면 더할 나위 없죠."

이들이 만들어 낼 조용한 변화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무한정보>에도 실립니다.


태그:#예산사과, #사과파이, #사회적기업, #예산 유명먹거리,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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