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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2018.11.1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2018.1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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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지난해 6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어서 11월에는 대법원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이 보장하는 입영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종교적 이유로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그 뒤로도 우리 사회에서 병역거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듯 보인다. 예컨대 12월 13일 국방부가 연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방안에 대한 2차 공청회에서도, 참가자들이 '양심'이라는 용어에 반감을 토로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됐다.

이렇듯 병역거부에 많은 오해가 있으나 나는 병역거부권의 보장이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 인권이 한 걸음 더 진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병역거부를 일종의 소수자들에 대한 관용의 문제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병역거부를 이해하거나 찬성할 수 없다는 응답이 다수이지만, 병역거부자를 처벌하기보다는 대체복무를 마련하는 게 더 낫다는 응답도 다수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물론 그런 정도만 되어도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은 지난 수십년간 크게 발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병역거부가 바로 당신의, 우리 모두의 권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몇몇 오해를 풀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병역거부는 종교적 문제다?

병역거부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소수의 특이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만의 문제라는 것이다. 2019년 새해 초부터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오해를 아주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 병역거부를 해온 사람들 중 다수가 기독교계 종교인 여호와의증인을 믿는 사람들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이 병역거부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왔고 군사주의·국가주의·반공주의가 너무나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탓에 나타난 결과라 봐야 한다.

분단 체제 하에서 병역거부자는 '빨갱이'나 '이적행위자'라는 심각한 사회적 낙인 및 처벌을 감수해야 했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나 여호와의증인, 불교계 등에서 종교적 이유로 병역거부를 하던 사람들도 군사독재 정권에서는 강제 입영이나 중복 가중 처벌, 구타 등의 탄압을 당했다.

병역거부자를 지원할 공동체를 운영하는 여호와의증인을 제외하면 이렇게 가혹한 여건 속에서 집단적, 명시적 병역거부를 택하기 어려웠다. 설령 다양한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하고자 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병역거부를 선언하기보다는 징병을 회피하거나 군복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곤 했으리라.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사회가 민주화되고 군사주의·반공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라나자 불교·가톨릭·개신교 등 다양한 종교는 물론 비종교적인 사상 및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종교적 신앙 없이 국가주의에 반대하고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사상 때문에 2011년에 병역거부를 택하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처럼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도 누구나 군대와 전쟁, 징병제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군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병역거부를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는 더더욱 다양한 이유로 병역거부를 고민하고 선택할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대체복무제 시행을 위해 국가가 병역거부자들을 심사한다면, 아무래도 평화주의적 교리를 가진 종교의 신도라는 것이 내면의 믿음을 인정받기 조금 더 수월한 요소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실무적 차원의 문제일 뿐 병역거부가 특정 종교의 문제는 아니라는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될 수 없다. 병역거부가 종교적 사유로만 인정된다면 이는 종교를 가지지 않은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대법원은 종교적 이유가 아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도 속히 무죄를 선고하여 이러한 오해를 불식해야 할 것이다.

왜 '양심적' 병역거부인가
 
 군대에서 내부고발을 한다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진상이 드러나기는커녕 앞서 보도한 사례처럼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조사 대상자가 되는 일이 공식처럼 반복되고 있다.
 차분하게 말의 뜻을 헤아려보면 "양심적"이라는 말은 병역거부의 성격을 드러내는 수식어이지 병역복무를 평가하는 의미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매력적인 코트"라는 단어가 코트 외의 다른 옷은 매력이 없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듯이 말이다.
ⓒ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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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에 대한 또 다른 대표적인 오해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가 병역복무자들을 '비양심적'이라거나 '양심이 없다'고 비난하는 의미로 읽힌다는 것이다. 이는 용어의 문제라기보다는, 병역거부는 욕먹어 마땅한 일인데 어째서 양심 같은 긍정적으로 보이는 말을 붙여주느냐는 반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싶다.

차분하게 말의 뜻을 헤아려보면 '양심적'이라는 말은 병역거부의 성격을 드러내는 수식어이지 병역복무를 평가하는 의미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매력적인 코트'라는 단어가 코트 외의 다른 옷은 매력이 없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듯이 말이다.

문제는 양심이 개인의 가치관과 인격적 존엄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굳이 따지면 병역복무에도 '양심적 병역복무' 여부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인으로 훈련받고 전쟁에 참가하는 게 자신의 마땅한 의무라고 믿으며 흔쾌히 군복무를 한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의 믿음에 따른 '양심적' 병역복무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딱히 마땅히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지는 않았거나 군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법에 의무로 정해져 있어서, 처벌을 당하지 않기 위해 복무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양심에 따르지 않은 또는 따르지 못한 병역복무자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이 뭔가 잘못을 했다는 뜻이 아니라, 군복무에 관해 별다른 가치관이 없었거나 군복무를 원치 않았음에도 안타깝게도 국가와 사회의 강요에 의해 군복무를 했고 자신의 자유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병역거부 관련 기사에 "누군 군대 가고 싶어서 갔냐"는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다면 양심에 따르지 않은 병역복무를 한 이들일 가능성이 있다. 군복무 같은 중차대한 일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하지 못했다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는 양심에 따라 병역복무를 한 사람들도 많이 있겠으나, 자신의 양심과 무관하게 권리를 묵살당하고 병역복무라는 희생을 강요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와 정부가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병역거부는 국가에 대하여 국민들의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 병역거부가 '양심의 자유'의 문제라는 말에는 바로 국가가 병역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 vs. 개인의 문제

 
'징벌적 대체복무제 안돼!'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복무기간은 현역 육군 기준 2배인 3년, 복무영역은 교정시설 합숙 복무로 단일화, 심사기구는 국방부 산하 설치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또 다른 처벌을 계속하겠다는 징벌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 실현을 인정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더 이상 처벌하지 말라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 "징벌적 대체복무제 안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018.11.5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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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측면에서 병역거부 문제의 본질은 병역복무자와 병역거부자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에게 얼마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지, 개인의 권리가 지켜져야 하는 선은 어디인지를 정하는 데 있다.

나는 국가가 사람들에게 살인 등을 포함한 전쟁 행위를 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거부하려는 마음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담겨 있고 전쟁 참가를 강제하는 것은 인간 양심의 본질을 침해하는 문제이다. 만약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지키고 싶은 좋은 나라를 만들고 좋은 처우를 하며 설득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재 한국의 징병제는 군인들의 권리는 과도하게 침해하면서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헌법재판소가 병역거부를 인정한 판결은, 개인에게 국가의 징병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원칙, 국가가 개인의 가치관을 무시하고 군복무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병역거부 인정은 지금 당장은 정부의 심사를 거쳐 제한적으로만 적용될지 모른다. 그러나 멀리 보면 이는 더욱 보편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예컨대 군인이어도 학살과 같은 반인도적인 명령을 자신의 양심에 따라 거부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전시에는 많은 국민들이 직접적 전쟁 행위에 동원될 수 있는데, 이때 많은 사람들이 전쟁 참가나 전투 수행을 거부할 수도 있다.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제도와 헌법 및 국제법 해석은 그 핵심 근거가 되어줄 것이다.

평시에도 국가가 개인을 일방적으로 군대에 동원할 수 없게 될수록, 국가는 군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군대 역시 사회적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 비리를 개혁하고 민간인 학살과 같은 잘못(한국의 경우는 5.18 진압군 투입 등)을 반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모든 국가들이 국민을 전쟁에 동원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면,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조금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계속 병역거부를 부정적으로 보고 징벌적으로 대하려 한다면 이러한 변화가 더 멀어질 뿐이다. 그렇기에 국방부가,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온 역사에 대한 사과도 없이, 이제는 그저 병역거부자들을 얼마나 고되고 길게 고생시킬지에만 초점을 맞힌 듯한 대체복무제도안을 내놓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병역거부 인정은 소수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양심의 자유 그리고 평화에 대한 권리, 국가에 의해 전쟁 참가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가가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좀 더 귀중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러므로 병역거부는 어느 특이한 누군가의 권리가 아니라, 모두의 권리, 바로 당신의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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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활동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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