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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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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7일 오후 3시 56분]

전직 대법원장으로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을 그가 주도한 정황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지난해 말 김용덕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제징용 재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그는 검찰에서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원고 승소 그대로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발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진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김 전 대법관에게 국제법적인 문제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분쟁을 제소하려면 당사국 사이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정해놓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이 한국 판결에 불만을 갖더라도 각국의 소송절차, 준거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승인도 있어야 회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를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강제징용 소송을 지휘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위안부 협정을 앞둔데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해자 승소 판결을 꺼리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강제징용 소송 시나리오'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소부 주심에게 직접 '국제법' 언급

소송은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의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4명이 1997년 일본 법원에 미지급 임금을 배상해달라고 소를 제기했으나 패소하자, 2005년 대한민국 법원의 문을 두드리며 시작됐다. 그러나 국내 법원도 1심과 2심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이미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첫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012년 5월 24일 이들의 청구권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도 대법원 판단대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해준 판결이었다.

신일철주금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심을 제기했다. 이 경우, 새로운 증거나 쟁점이 없기 때문에 '심리 불속행'을 통해 하급심 판결이 확정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고심이 접수된 2013년 8월부터 차일피일 선고를 미뤘다.

김용덕 전 대법관이 2014년 6월 강제징용 재상고심 주심을 맡자, 양 전 대법원장은 김 전 대법관에게 노골적으로 국제법을 언급하며 강제징용 피해자 손을 들어주면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소송은 대법원장이 재판부에 소속된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심리 중이었다.

김앤장 비밀 문건에 '양승태 독대 문건' 포함
 
"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지난해 6월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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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대법원장은 한쪽 당사자인 법무법인 김앤장에도 직접 접촉했다. 수사팀은 최근 양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소송을 논의한 김앤장 내부 기밀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친분이 깊은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를 자신의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2014~2015년 동안 3차례 이상 만난 내용까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과 관계자 진술 등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한 변호사에게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고 ▲전원합의체 회부 방식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등을 함께 논의했다.

수사팀은 한 변호사가 임 전 차장과 소송 실무를 논의한 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임 전 차장이 한 변호사뿐 아니라 김앤장 소속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도 2015~2016년에 걸쳐 수차례 접촉한 내용이 담겨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시나리오는 재판을 미루는 것이었다. 법원행정처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삼청동 회동'에 참석해 재판을 미룰 방안을 구상했고, 소멸시효를 넘겨 추가 소송을 막는 방안까지 구상했다. 2012년 첫 대법원판결을 기준으로 민법상 소멸시효 3년이 지나면 다른 피해자들이 추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니 최종 판결을 2015년 이후로 미루는 방안이었다.

이후엔 전원합의체에 넘겨 결론을 뒤집어달라는 게 청와대의 요구였다. 실제 행정처는 첫 회동 직후 '장래 시나리오 축약(대외비)'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해당 방안을 정리했다. (관련 기사: 일제 강제징용 재판, 결국 '성공한 거래' 될까?

김앤장 독대·삼청동 회동대로 실행

대법원의 계획은 그대로 진행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측과 독대한대로 대법원은 2015년 초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관계기관이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김앤장은 2016년 10월 '외교부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제출했고, 외교부는 한 달 뒤 피해자 승소 판결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그 사이 대법원은 청와대 요구대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했고, 2016년 9월 임 전 차장은 외교부 등에 징용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한다는 양 전 대법원장의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후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재상고심은 전원합의체로 넘어가지 못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내리면 곤란하다는 말을 들었던 김 전 대법관은 2018년 1월 퇴임할 때까지 결론을 미뤘다. 결국 대법원은 5년이 지난 2018년 10월 30일, 파기환송대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한 번 판단했던 사안을 판례 변경 등 중대한 변수가 있는 사안을 다루는 전원합의체로 넘긴 것은 사실상 일제 강제징용 소송이 유일하다.

한편 수사팀은 오는 11일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에서 강제징용 소송을 직접 지휘한 정황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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