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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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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좋아한다. 파란 화면에서 전화 모뎀으로 접속하던 천리안을 기억하고 있다. 2000년 오마이뉴스가 시작하자마자 기사를 올리기도 했고 그때 이미 개인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오마이블로그를 빼고도 블로그를 셋이나 가지고 있다. 스타크래프로 밤을 새우기도 하였고 HTML, CSS, JavaScript, PHP를 공부했다. 집에는 나스(Network Attached Storage)도 구축해 놓았다. 요즘은 블로그 스킨을 만드는데도 관심이 많다. 인터넷에 대한 회의보다는 찬양에 공감하는 한 사람이다.  

   우연히 이 책을 읽었다. 글쓴이 '니콜라스 카'도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경험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글쓴이도 인터넷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책을 쓰기 위해 잠시 멀어지기도 하였지만 이제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고 날마다 소셜네트워크로 소통하며 살고 있다.

  영어 제목은 "The Shallows" 우리말로 '얕음'이다. 사람들은 이제 머릿속에 기억을 저장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타당한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이름난 학자답게 책에 담긴 내용이 넓고 크다. 고대 그리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중세 인쇄술에 혁명을 일으킨 구텐베르그와 구글을 만든 래리페이지까지 섭렵하고 있다. 인간의 뇌에 대해 언급할 때는 뇌과학자가 쓴 글처럼 여겨진다.

 약간의 의심을 품고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다 읽고 나니 공감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지. 하나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교육에 '관련 정보가 있는 곳을 알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제 학생들은 검색으로 찾아낸 얕고도 얕은 지식으로 겉만 번듯한 피피티를 만드는 능력만 키우려 하고 있다.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이 끝나면 말한 이와 듣는 이의 머릿속에 저장되는 무언가가 없다.

  순간순간 하이퍼링크로 이어져 끊임없이 여러 문서를 뛰어넘어 뒤적거리게 만드는 하이퍼텍스트에 대한 열광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앞에 있는 문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 HTML이 Hyper Text Markup Language임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게 뜻을 밝히며 공부하는 것을 시간 낭비로 여기고 있는 사람도 많다.

  유클리드 원론처럼 논문에 쓸 용어를 정의하고 핵심이 되는 공리를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명제를 간단한 것부터 차례대로 증명해 마침내 목표한 중대한 명제를 증명하는 선형적 사고는 이제 버려야 할 옛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기하와 벡터는 고등학교 학생에게 고통만 주는 교과로 공부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학자들에 의해 교육과정에서 빠지게 되었다. 과격한 사람은 수학 교과 전체가 필요 없으며 나아가 학교 시스템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도구가 가져오는 가능성이 있으면 이에 따라 한계도 있다. 멀리 보기 위해 쌍안경을 쓰면 가까운 곳을 보지 못한다.
기술 혁명의 파도는 인간을 꼼짝 못 하게 넋을 빼놓고 눈을 멀게 하고 현혹하여 이 계획적인 생각은 어느새 유일한 사고방식인 양 받아들여지고 실행하게 될 것이다.               <마틴 하이데거>
  해마다 '컴퓨터 공학과' 입학이 어려워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크게 발전하면 조만간 '의예과'보다 어려워질 날이 올 것이다. 컴퓨터와 떨어져 지내는 삶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을 더 넓혀줄 것이다. 구글은 모든 책을 디지털 세상에 넣으려 하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함께 있다. 우리 앞에 어떤 미래가 있는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런 책을 읽으며 대비하면 어려움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그:#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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