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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규태 외에도 남성적 터치의 김찬송 작품, 서이람, 이지원, 임지범, 정소정 작가 등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 기성 작가들 못지 않은 대담한 주제 표현을 하고 있는 작품들 방규태 외에도 남성적 터치의 김찬송 작품, 서이람, 이지원, 임지범, 정소정 작가 등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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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에 자리 잡고 있는 인도박물관(관장 김양식)은 지난 12월 28일부터 2019년 1월 12일까지 '2018 EMERGING CANVAS 5 한·인 청년작가 교류 참가 작품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인도 첸나이에서 진행된 '2018 EMERGING CANVAS 5'에 참가했던 한국 정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여 청년 작가들을 격려하고자 기획됐다. 인도 첸나이 'Lalit Kala Akademi gallery'에서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1월 20일까지 진행된 한인 청년작가교류전에는 한국 작가 11명, 인도 작가 11명이 참여했다.  

한인 청년작가교류전은 인도박물관과 인도 INKO Center가 2012년부터 1년에 한 번씩 5년째 양국을 번갈아 오가며 개최해 오고 있다. 청년 작가들에게 글로벌 작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 예술로써 사회적 영감을 교환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김양식 관장은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청년 작가전의 도록에서 인도박물관 선정위원들의 추천을 받아 전시 작가와 작품을 선정한다고 한다.  

8살 때 생긴 트라우마... 작품으로 승화

올해는 김찬송, 노지민, 방규태, 서이람, 안태기, 이지원, 임수빈, 임수빈, 임지범, 전예진, 정다겸, 정소정 작가들의 작품이 선정되어 한인 교류전에 참여하였다. 그 중 유독 관람자의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는데 방규태 작가의 작품 <만원버스&아웅다웅>과 <지하철에서>였다.

올해 스물여섯인 방 작가는 8세 때 교통사고로 뇌출혈과 간손상을 입고, 이어진 수술과 치료 과정에서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트럭에 치이고 차 밑으로 끌려들어가면서 크게 다쳤지만, 당시 대학병원이 파업 중이라 제대로 전신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흘간 응급 수술을 받은 것이다. 트라우마의 시작이었다. 

방 작가는 당시 대형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언어 기능이 손상됐다. 현재도 이 부분이 완전하지 않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트라우마를 극복시키기 위해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부러 일반 초·중고 과정을 이수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모자가 치열하게 노력한 끝에 지금 방 작가는 대구대학교 회화학과를 마치고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청년 작가로 활동중이다. 전국 대학 미술공모전에서 특상을 수상하고, 조선일보에서 주최하는 아시아프 대학 미술 축전에도 작품이 전시되기도 하는 등 차곡차곡 경력을 쌓고 있다.
 
하반신과 팔뚝에 힘이 들어가 있는 긴장감과 어색함, 다양한 승객들의 마음의 세계를 따뜻한 분위기와 희망으로 승화시켜내려는 시도가 보임
▲ 처음 타는 지하철의 낯선 분위기의 긴장된 표정과 몸짓 하반신과 팔뚝에 힘이 들어가 있는 긴장감과 어색함, 다양한 승객들의 마음의 세계를 따뜻한 분위기와 희망으로 승화시켜내려는 시도가 보임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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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는 2015년, 방 작가가 대학 3학년 때 그린 것으로 116.7cmⅹ91cm 크기의 유화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은 처음 지하철을 혼자 타보고 느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낯선 심리상태가 잘 표현되어 있다. 교통사고의 트라우마와 지하철, 만원버스 속에서의 어색하고 긴장된 분위기기 잘 표현돼 있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 승객들의 다양한 몸짓과 의상 색, 무늬 등이 단순해 보이지만 그런 표현을 통해 작가가 세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밝은 색의 정물화 속 뭉게구름은 자유를 갈망하는 내면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동시에 지하철 손잡이를 꽉 붙들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 팔과 다리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 그리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은 작가가 세상에 대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심리를 보여준다.
 
만원버스의 복잡하고 불편한 상황을 역으로 단순한 형태와 선명한 색채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 "만원버스", "아웅다웅"이라는 두 개의 내용으로 구성된 작품 만원버스의 복잡하고 불편한 상황을 역으로 단순한 형태와 선명한 색채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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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버스&아웅다웅>은 두 개의 내용으로 구성된 56ⅹ120cm 크기의 아크릴 도료를 이용한 작품이다. 두 개의 작품들이 모두 선묘법 기법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왼쪽은 만원버스에서 서로 부딪히고 밀리고 쏠리는 복잡함을 블루 계통의 차가운 계열의 색으로 표현했다. 오른쪽은 주황색 계열의 밝은 색을 이용하여 표현했다.

해당 작품을 관람한 전비담 시인은 "승객들을 외계인처럼 형상화함으로써 낯설고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만원버스에서 이리저리 쏠리고 아웅다웅하며 간신히 손잡이를 잡고 버티는 우리 현실의 모순을 강조한 표현법이 독특하다"라며 "특히 한 화면에 두 개의 내용을 대비시키며 만화그림처럼 칸을 나누어 표현한 함으로써 그러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감상하게 이끈다"라고 말했다.
 
대형 교통사고의 트라우마와 발달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유망한 청년작가이다.
▲ 방규태 작가 대형 교통사고의 트라우마와 발달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유망한 청년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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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 황경숙씨에게 지난한 성장과정을 물었다. 

- 방 작가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발달장애를 앓고 있어서 특수학교를 보낼 생각을 하다가 힘이 들더라도 일반학교에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규태 옆에 붙어 있으면서 돌보느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런 돌봄 방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 기능 손상을 입어 말의 조합은 잘 되질 않았지만 7살 때부터 스스로 한글과 한자, 영어 등을 익힐 정도로 문자 해독력은 뛰어났다. 그러나 일반학교 학생들과 초, 중, 고 과정을 함께 다니면서 말이 어눌하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외모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심한 왕따를 당하면서 규태가 많이 힘들어했다.

특히 사흘 동안의 수술을 받으면서 그 고통 때문에 밝은 불빛, 병원에 대한 트라우마가 엄청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 기피증, 경계심 등 이런 정서들이 규태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렇지만 수학 문제 풀이 등 계산 능력 등은 일반 학생들 못지않았다."

- 어떤 계기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게 되었는가?
 "끊임없는 소근육 활동을 통해 뇌기능을 회복시키는 노력을 하다 보니 종이접기, 찰흙, 그림 그리기, 피아노 치기를 많이 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을 위해서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회화학과에 관심을 가지고 고교 2학년 말부터 8개월 동안 미술학원을 보내면서 입시 준비를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대구대학교 회화학과를 장학생으로 들어가 학부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대학원 2년 차 과정을 이수 중이다."

- 대학에 들어간 후 학교 생활은 어떠한가?
"심하게 왕따를 당했던 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에서는 교수님, 동료 학생들과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고, 작품을 인정을 받으면서 아주 즐겁게 생활 했다. 한 번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열 시간 동안 꿈쩍하지 않고 몰입을 하면서 교수님들도 크게 인정해 주고 있다. 특히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 것 같다. 그 결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즐겁게 작품 활동을 하게 됐다. 그 모습을 보는 엄마는 그저 한없이 기쁘다."

전국 대학 미술공모전, 아시아프 대학 미술전, 한-인 교류전 등에서 출품 및 입상 경력이 있는 방 작가는 2018년에는 인천 구월당 갤러리에서 개인 작품전을 열기도 했다. 올해엔 '석사 학위 청구'를 위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가 컴퓨터 설계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쓰리디(3D)매체를 통해 입체적으로 그림을 표현하는 연구와 노력도 하고 있다고 한다. 방 작가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작업실을 구해서 작품 활동에 계속 몰두할 계획이다. 애니메이션과 그림 작업을 병행하는 작품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태그:#한인 교류전, #인도박물관, #방규태, #지하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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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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