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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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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6시 30분께, 퇴근길이었습니다.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는 경찰차를 봤습니다. '진입금지'라는 표지가 도로에 쓰여 있는데도 잠시 머뭇하더니 그대로 진입해 들어왔습니다.

당시에 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출동 상황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 블록만 돌아가면 되는 거리인데 이렇게 교통법규를 무시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급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날(5일) 일방통행로에 진입하는 경찰차와 도로 사진 두 장을 첨부해 경찰차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못마땅한 마음을 <오마이뉴스>에 올렸습니다.

기사를 송고한 뒤 얼마 있지 않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제가 송고한 기사를 검토하는 <오마이뉴스> 에디터였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해당 파출소의 반론을 듣고 기사를 검토해보자고 했습니다. 일방통행로에 유유히 진입하던 당시 상황을 저도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경찰의 의견을 듣는 건 당연한 절차라 생각했습니다.

에디터가 당시 상황을 해당 파출소에 확인해 보니 경찰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중이었다"라면서 "신고를 받고 출동에 나설 경우, 부득이하게 그 도로를 이용할 때가 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정확하게 해당 일자 근무 기록과 출동일지를 확인해볼까, 생각까지 했지만 그만뒀습니다. 출동을 했다는 경찰관의 말을 믿기로 했습니다.

사실 경찰에게 긴급한 출동 상황에서까지 사소한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급한 경우에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교통법규를 지키느라 시간을 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지만 도로를 다니다 보면 사회구성원들이 규칙을 지키는지 살피는 공권력이 규칙을 어기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그럴 때면 으레 공권력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집니다.

이번과 같은 경우,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사이렌을 울리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5일 저 경찰차를 몰던 경찰은 '출동이라면 왜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나'라는 <오마이뉴스> 에디터의 질문에 "주변이 상가라 소란스럽지 않으려고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크게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 사이렌을 울리고 지나가는 경찰차를 봤다면 저는 사진을 찍지도, 그런 행동을 괘씸하게 여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주야로 고생하는 경찰의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공권력을 바라보는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시민들의 마음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것과 서로를 어떤 방식으로 배려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저의 경우 공권력의 규칙 위반에 대해 우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다른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공공부문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사회구성원들이 오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들에도 조금 더 시민들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배려해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태그:#경찰, #교통법규, #약속,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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